사업 망하고 시작한 배달 500 일차 일기.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안녕하세요.
월간게임피아입니다
참 오랜만에 자게에 글 올립니다
형님 친구님 동생님 모두 잘 계셨는지요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지난 3월에 쓴 글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벌써 12월이라니 솔직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동안 소식 한번 제대로 전하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사업을 하며 지게된 2억 가까운 채무를
갚아내기위해 작년 8월 오토바이로 음식 배달일을
시작했고 이후 3.5톤 트럭을 중고로 사서 지금까지
밤낮없이 채소를 포함한 농산물과 좀더 여러가지
공산품을 원하시는 매장에 직접 납품하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어느새 봄 여름 가을을 거쳐 벌써 겨울입니다
저는 올해 그 4계절 내내
지난 37년 살아온 어느 해보다도
전국 여기저기를 트럭으로 전부다 다녀보고 있습니다
생전 처음 전국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다녀보며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어떤때는 웃어도보고
또 어땐때는 치열하게 기싸움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농산물 원산지인 읍면리 산골 깊은 곳까지 납품을 받기위해
직접 운전해서 찾아가는 일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매일 힘들고 지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을 꾹 참고 하다보니
이제 매입이든 매출이든 고정 거래처라고 불리울만한 곳들이
제게도 생기게 되었고 언제 어디서든 그 자존심 좀 버리고
먼저 고개숙이고 허리숙여서 인사드리고 물건 한박스를
납품하더라도 줄 맞추고 각 맞춰서 직접 선입선출을
해드리다 보니 제게 일부러 전화 주셔서 주문해 주시는
분들도 꽤 늘었습니다
덕분에 채무에 대한 연체 한번 없이
매달 어떻게든 상환을 하게 되었고
그중에서 지난날 사업을 하며 직접 대출을 받았던
중소기업진흥공단의 5천만원 채무를 모두 상환했습니다
저는 사업을 하면서 단 한번도 개인이나 사금융을 통해
돈을 빌린적 없이 모두 은행과 정부기관을 통해 빚을 졌기에
정확하게 얼마를 빌렸고 또 얼마를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제가 잘한일이지 않나
싶습니다
작년 겨울 수중에 돈 5만원이 없어서
사우나에서 자고 빨래하고 했던 글을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1년을 악착같이 버텼더니 상환을 완료한 채무도
있게 되었고 제 나이 평균에는 어림도 없이 부족한
재산이지만 이번달 처음으로 860만원 계좌에 남았습니다
서른일곱살 전재산 860만원과 트럭 한 대 인데
옛날 사업할때 같았으면 이 정도 금액은 돈도 아니고
재산도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을 저인데 지금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만 이 돈으로 제가 하고있는 일을 성장시킬지
오늘밤 밤새도록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이지만
가족 친구 모두 떠나 전국을 떠돌며 돈을 버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난날 제가 자유게시판에 올린 일기글에
힘내라고 응원해 주신 모든 형님들 친구분들 동생분들
덕분입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난날 그 응원해주신 글들을
pc방에 들러 장당 500원에 전부 인쇄해서 파일철에 꽂아
트럭 조수석에 놓고 다니며 힘들때마다 읽고 또 읽었습니다
사람이 힘을 내는데는 돈도 아니고 밥도 아니라
누군가의 응원이라는걸 이번 인생을 살며 배웠습니다
더 하고싶은 말들이 많지만
주절주절 너무 말이 많은거 같아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제야 24시간 중에 숨돌릴 틈이 나는듯 합니다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들 또 들려서 올리겠습니다
지난 여름
제게 쪽지로 물 한잔이라도 좋으니
본인께서 운영하는 가게 앞을 지나가거든
잠깐이라도 들려서 물 마시고 가라는 분들의 그 마음
아직도 잊지않고 저는 잘 갖고있습니다
이 긴 터널의 끝을 지나는 날
잊지않고 모두 찾아뵙겠습니다
그땐 물 한잔 주시면 감사히 먹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친구님 동생님 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