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뿌리에서 나온 자매들]
요정과 마녀는 자매 종족입니다. 사실 알맹이 자체는 동일하다고 보시면 되는데, 태어나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전에 푼 설정 에피소드에서 요정들은 꽃이나 열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마녀들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계수의 지상 부분에서 태어나는 요정과 달리 마녀들은 지하 부분, 그러니까 뿌리 부분에서 태어나는 종족입니다. 쉽게 말하면 마녀들은 ‘감자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엘리아스에서 처음에는 ‘요정’과 ‘마녀’ 같이 서로를 나누는 단어도 없었고, 그들 스스로도 서로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두 분파의 성향이 자신만의 자리를 잡아가면서, 크고 작은 분쟁이 많아졌습니다.
요정과 마녀 각각 태어나는 지점이 달라서 그런지, 가지에서 태어난 요정들은 화려한 바깥 세상에 정신이 팔려 당장 ‘코 앞의 현실’만 볼 줄 알았고, 뿌리에서 태어난 마녀들은 어두운 지하에서 ‘미래의 큰 그림’만 중시하며 현실을 무시하곤 했습니다.
보통 작은 나무 한 그루보다 숲 전체를 보라는 격언이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작은 디테일에 신경 써야하는 상황에서 그런 걸 놓치게 되면 그거 대로 문제거든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요정들은 짧은 시야를 가진 현실주의자들이고, 마녀들은 속 좁은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요정과 마녀들 간의 마찰이 심화되자 엘리아스의 세상도 힘을 잃어 갔습니다. 각 종족은 본래 엘리아스의 숲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이었는데, 요정과 마녀들이 서로 다투느라 의무에 소홀해졌거든요.
요정들과 마녀가 숲 관리에 소홀해진다는 건 세계수 자신의 운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였고, 자신이 창조한 아이들이 서로 싸우는 걸 더는 원하지 않았던 세계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했습니다.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는 당시 이제 막 세계수 교단에 발을 들였던, 신참내기 사제 네르의 일지를 통해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네르의 사제 수양록] – 입교 후, 1일.
세계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더니, 세계수가 그 커다란 줄기를 숙여 날 바라보는 신기한 꿈을 꿨다.
곧장 세계수 교단 사제들에게 가서 꿈을 말해주었더니 내가 사제가 될 운명이라고 한다.
그동안 마땅히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잘됐다 싶어 곧장 교단에 가입했다.
나보고 매일 이 일기를 쓰라고 하는데 이렇게 쓰면 되는 건가?
[네르의 사제 수양록] – 입교 후, 3일.
오늘도 자고 일어났더니 간밤의 꿈이 생생하다.
내 키만큼 큰, 커다란 나무통이 날 계속 쫓아다녔다. 어느새 내가 거기에 물을 붓고 있었는데, 아무리 물을 부어도 물이 차오르지 않았다. 마법 통인가해서 신기해하다가 밑을 봤더니, 통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열이 받아서 나무통을 마구 패면서 꿈에서 깼다. 이 꿈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이지?
[네르의 사제 수양록] – 입교 후, 8일.
나무통에 대한 꿈을 며칠째 계속 꾼다.
주변의 동료 사제들은 그 정도로 반복되는 꿈이라면, 개꿈이 아니라 세계수가 내려준 신성한 계시라고 한다.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 욕심을 다스리라는 현명한 가르침을 내려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네르의 사제 수양록] – 입교 후, 10일.
낮에 소란이 있었다. 지하 요정들이 올라와 지상 요정들에게 벌레로 만든 죽을 강제로 먹이다가 큰 싸움이 났다.
가까스로 말린 후에, 땅 아래의 요정들에게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가관이다.
미래의 식량 부족 현상이 찾아오기 전에 충식을 공인해야 한다는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네르의 사제 수양록] – 입교 후, 14일.
마을의 큰 길 한 복판에 집을 짓겠다며 난리를 친 요정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거기에 무슨 학교를 지으면 학생들을 모으기 쉬울 거라고 하면서 고집을 부렸는데, 아무리 봐도 다른 요정들이 통행로를 막는 민폐 짓이다.
지나가던 지하 요정들도 그걸 보고 정신나간 짓이라며 말리는 걸 도와줬는데, 거기에 집을 지으면 수맥… 같은 걸 막는다며 왕국의 미래가 어두워진다는… 조금 이유가 이상했다.
도와준 건 고맙긴 한데 지하 요정들은 역시 뭔가 이상하다.
[네르의 사제 수양록] – 입교 후, 15일.
오늘 원치 않는 꿈을 꿨다.
길을 걷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뜨고 보니 교단의 의무실이었다. 꿈에서 나무통이 두 개로 늘어나 있었다.
하나는 나무 가지에 달려있었고, 다른 하나는 반쯤 땅에 박혀 있었다. 두 나무통 어느 것도 가득 채울 수가 없어서 나는 땅에 주저앉아 울었다.
눈물 자국을 닦고서 바깥을 나섰더니, 지상 요정이건 지하 요정이건 엄청나게 많은 요정들이 광장에 모여 있었다. 또 싸우는가 싶어 다가갔더니 모두가 신기하게 광장 한복판의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땅에서 자라난 꽃 한 송이 안에 두 명의 요정이 곤히 잠을 자고 있었다. 그 순간에 나는 깨달았다. 내 꿈에 나타난 두 나무통이 의미하는 것이 뭔지를.
[네르의 사제 수양록] – 입교 후, 18일.
교단에서는 이 두 요정이 신성한 계시의 증거라고 했다. 내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뿌리에서 자라난 꽃이 땅을 뚫고 지상에서 피워진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신참이라도 그렇지… 이 둘을 돌보는 걸 왜 나 혼자 전담해야 하는 것이지? 계시고 뭐고 내일 때려치울 테다.
[네르의 사제 수양록] – 입교 후, 19일.
내가 그만두겠다고 말을 꺼내려고 할 때마다 잠이 든다.
그만둔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교단에 한 번 발을 들인 요정 중에 그만 둔 자가 없다는 역사가 어떻게 실현된 것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네르의 사제 수양록] – 입교 후, 21일.
어느덧 내가 돌보던 ‘계시의 두 요정’들 중 하나가 제대로 말도 하고 혼자서 마법도 안정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다른 하나는 아직 내가 음식을 떠먹여줘야 할 정도로 성장이 느리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자매가 왜 이렇게 다른지…
[네르의 사제 수양록] – 입교 후, 22일.
트릭컬 설정을 보면 쉽게 말해
요정이 빡대가리인 이유는 그 모체인 세계수가 빡통이라 그런거고
마녀는 감자 인간이고
엨...
깐프는 지구침공하려다 실리콘벨리에 피랍돼서 수십년동안 공돌이 노예로 부려지다가 차원이동한 과학문명
칡과 고수라니 민트 초코 건포도는 명함도 못 내밀겠군.
라스피엘♡ 2021/11/12 14:10
전생슬 드라이어드도 감자에서 태어난다고 했는데
새로시작하는마음 2021/11/12 14:10
트릭컬 설정을 보면 쉽게 말해
요정이 빡대가리인 이유는 그 모체인 세계수가 빡통이라 그런거고
마녀는 감자 인간이고
엨...
십장새끼 2021/11/12 14:13
깐프는 지구침공하려다 실리콘벨리에 피랍돼서 수십년동안 공돌이 노예로 부려지다가 차원이동한 과학문명
버밍 아가리 2021/11/12 14:13
칡과 고수라니 민트 초코 건포도는 명함도 못 내밀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