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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테)로레인! 그 때 겨울 엄청 춥지 않았었나?



"공주님, 지금도 충분히 추우니깐 빨리 장작이나 패요."


"히잉...그리고 이제 공주라고 부르지 말라니깐..."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을 표하는 공주의 입가에 뜨끈한 입김이 나왔다가 하늘로 사라진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의 흐름을 대변하듯 한없이 작고 귀여웠던 애기 공주는 어느 새 자라 의젓한 모습을 보이며 장작에 열심히 도끼를 내려 찍는다.


"후우...대충 이걸로 끝났고..."


품속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가에 물고서는 불을 붙힌다. 한때 망국의 공주라 불렸던 소녀는 입가에 탁한 연기를 내뿜고는 다른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보며 이내 추억에라도 잠긴듯 웃음을 자아냈다.


"풋...언제나 바보처럼 웃고 다녔지ㅡ"


소녀가 바라보던 기사는 언제나 방긋방긋 헤실헤실 웃으며 어려움에 처한 이를 보면 자신의 일처럼 돕고, 언제나 기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많은 사람을 구하고 다녔다. 그녀의 수호자와 함께 웃고 울며 즐거웠던 모험들...이제는 추억이 되어 기억의 저편으로 천천히 사그러 들기 시작했다.


"어우, 추워...그때보다 더 추운더 같네"


기사가 떠난 것도 오늘처럼 추운 겨울날이었다. 어느때처럼 다시 돌아오길 기다린것도 수개월, 때론 눈물로 어느날은 불안감에 밤을 지새우며 기사의 복귀를 기다리던 공주는 어느 순간 깨닫고 말았다. 이게 본능적인 감일지, 혹은 자신도 모른채 갖고 있는 능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기사가 돌아오지 않으리란것만 어렴풋이 느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나마 다행이었을까? 마계에 추락한 부유성의 복구는 리리스의 도움으로 완료됬고 격렬하던 인베이더의 침공 또한 부유성 공격 이후에는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공주라 불렸던 소녀는 이 또한 확신했다.


자신이 사는 세상에는 더 이상 인베이더의 침략도 그렇다고 전쟁의 참상이 복구되는 일도 없으리라. 그저 정체된 채로, 나아감도 없으며 후퇴함도 없이 조용하고 평온한 반복되는 일상만 있으리라.


이제는 더이상 공주가 아닌 소녀는 담배를 발로 밟아 끄고서는 패논 장작을 묶어 어깨에 들쳐매고는 여관 안으로 향했다.


과연 떠난 기사는 무엇을 하고 살까? 소문조차 들리지 않는 머나먼 곳에서 선생님이 된걸까ㅡ...아니면 그간의 경험을 살려 군대의 지휘관이라도 된걸까ㅡ...


허공에 울려퍼지는 혼잣말에 그저 쌀쌀한 찬 바람만이 대답을 한다. 이제는 슬픔도 원망도 추억으로 바스러진 소녀에게는 그저 한가지 소망만 남았다.


언젠가 우리가 다른 시간, 다른 세상에서 다시 만난다면 그 때는 끝까지 함께 즐거운 모험을 떠나자고


나의 기사이자 당신의 공주로써 즐겁게 끝마치고 웃으며 함께하자고


소녀의 아련한 소망이 겨울 바람에 닿아 천천히 식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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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나니 노잼이네

댓글
  • 친절한송아지 2021/11/11 21:30

    그래서 짭기사가 겨울농부였던거야? 이 모든게 메타픽션이었던거야?


  • 루리웹-6747868741
    2021/11/11 21:28

    기사... 비빌때 따듯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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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드레드
    2021/11/11 21:28

    이젠 기사가 아니라 선생이라 부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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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귤박하
    2021/11/11 21:29

    내가 이럴까봐 끝까지 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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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나데쟝
    2021/11/11 21:29

    이걸 쓰는 이유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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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아내는아베나나
    2021/11/11 21:32

    빡쳤는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이것도 또하나의 결말인가 싶은
    떠나간/떠날 기사들,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게 바칠 가테의 또다른 결말? 이라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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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나데쟝
    2021/11/11 21:33

    우울해 죽을 것 같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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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아내는아베나나
    2021/11/11 21:34

    난 짜증나다가 어느 순간 차분해지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어차피 나(가디언)와 공주님의 여행 이야기였고 나의 여행은 끝나면 공주님도 어느 세상에서 조용하고 평온한 일상을 살기 바라길?
    웃으면서 잘가라고 즐거웠다고 인사는 못하더라도 머나먼곳애서 행복은 빌어줄 수는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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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복소년소녀
    2021/11/11 21:53

    원래 쓰러져가는 게임에는 항상 이런 것들이 붙기마련임
    디얍의 에픽세븐만화, 소녀전선 겨울나기 만화, 던파 캐릭터 지우는 만화
    항상 있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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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송아지
    2021/11/11 21:30

    그래서 짭기사가 겨울농부였던거야? 이 모든게 메타픽션이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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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간여행
    2021/11/11 21:30

    오 나 이런 글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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