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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쫓겨나 울고 있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다 줬어요.

오늘 시장 갔다 집에 거의 다 와서 있었던 일입니다.
옆동 주차장 구석에서 6,7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엉엉 울며 나오는 게 아닙니까?
비도 오고 날이 쌀쌀한데 긴팔 티셔츠+바지만 입고 겉옷은 안입었더라고요. (필로티 주차장이라 다행히 비는 안 맞았더군요.)
입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어 혹시 다쳤나 싶어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입을 가린 이유가 다쳐서가 아니라 마스크를 안 써서더라고요.
나: 아가, 왜 우니? 무슨 일 있니?
아이: (울먹이며, 입가린 채로) 엄마한테 쫓겨났어요.  
나: 왜? 엄마한테 왜 쫓겨났니? 혼났니?
그러자 아이는 더 서럽게 울며 뭐라뭐라 말을 하더군요. 대충 뭔가 잘못해서 혼났다는 그런 말 같았어요.
나: 아줌마가 집에 같이 가줄게. 엄마한테 잘못했다고 말하자. 몇 동 몇 호니?
아이가 앞장 서서 공동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습니다.
집 도어록 비번은 안바꿨는지 아이는 도어록 열고 들어갔어요. 다행히(?) 집으로 들어가며 현관문을 닫지 않아 전 복도에서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어요. 아이 엄마가 아이를 또 쫓아내거나 때리기라도 할까 걱정하면서요.
아이는 신발도 못 벗고 중문에 선 채로 잘못했다고 빌며 엉엉 우는데, 안에선 아무도 안나와보더라고요. 
잠시 후 현관문이 열려있다는 걸 알았는지 아이 엄마인듯한 젊은 여자가 나왔어요.
복도에 서 있는 절 보니 누구냐 묻기에 대답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옆동에 사는 사람이다. 집이 오는데 아이가 입을 두 손으로 가린 채 울고 있었다. 왜 우냐니 엄마한테 혼나서 쫓겨났다더라. 
남의 자식 훈육하는데 상관하기 좀 그렇긴 하지만, 날씨가 비오고 추운데 겉옷도 안 입고 마스크도 안 쓰고. 거기에다 집에서 쫓겨났다며 울고 있기까지 하니 요즘 같은 세상에 오해 받기 십상이다.
뭐 더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저 정도만 말하고 집에 왔어요.
전 아이가 잘못했다고 저렇게 집에서 쫓아내는 것도 아동학대라 생각해요. 
저도 초4 때 엄마한테 두 번 쫓겨나봤거든요. 두 번 다 제가 뭘 잘못했다기 보다 학교에 안간다고.. 
두 번 다 제가 환절기 감기가 심해서 열도 많이 나고 목도 많이 붓고  도저히 학교 갈 상황이 아니었어요. 아버지께서 아프니 학교 가지 말고 쉬라고 하시고 출근하자 엄마께선 뭐가 그리 마음에 안드셨는지 절 막 때리고 급기야 알몸으로 집에서 쫓아내셨어요. 여자애를..
그 때가 아버지 전근지 따라서 강원도에 살 때인데 4월에도 눈이 내리는 지역이었어요. 두 번 다 날씨가 겨울은 아니었어도 추울 때었어요. 
 키가 좀 큰 편이라 어디 몸을 숨기기도 마땅치 않았어요.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며 절 봤는데 다행히(?)못 본척 지나가시더라고요. 
옆집에라오 가서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었던 게 그랬다간 엄마 성격에 당신 망신줬다고 나중에 더 혼내셨을 게 뻔해서...
제 동생들도 역시 한 겨울 밤에  잠옷바람으로 쫓겨났었어요.  그 땐 제가 엄마 몰래 동생들 집으로 들어오게 했네요.
35년도 지난 일인데 그 때 생각하면 아직도 엄마한테 많이 서운하고 밉고 화가 그러네요. 그래선지 엄마가 절 애지중지하신 점도 있다는 걸 알지만 엄마한테 그렇게 애틋하진 않아요. 적당히 할 도리만 하고 약간 거리를 두는 편이에요. 
그 집 엄마도 저처럼 지켜보고 개입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을테니 주의하겠죠. 만약  또 그러면 동호수도 아니 그 땐 오버 좀 해서 경찰 부를 생각입니다.
 
본의 아니게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어렸을 때의 일이 겹쳐 떠올라 울컥해서...
암튼 아이가 잘못해 혼내도 집에서 쫓아내진 마세요. 
잠깐이라 해도 부모가 날 내친다는 거 
특히 아직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의 아이에겐 진짜 큰 상처로 남아요.  

댓글
  • 愛Loveyou 2021/11/08 14:51

    아름다우신 분...

    (Jh5cgE)

  • 제로나인 2021/11/08 15:09

    경우에 따라서...
    둘째 다음날 가방 챙겨주는데 만원짜리가
    몇장나오는겁니다.
    왠돈이냐고 물으니 친구가 줬다고..
    친구가 가만있는데 주냐.. 니가 달라고
    먼저 얘기한거냐.. 한번 얘기한거냐 여러번
    얘기한거냐 캐묻다보니 얘기 상으로는
    빼박인겁니다.. 삥...
    내가 애를 잘못 키웠구나...
    공부가 중요한게 아니다 학원 다 끊어라
    내일부터 집에서 인성교육한다.
    내일 선생님 찾아뵙고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돈줬다는 애 부모님 만나서 무릎꿇겠다.
    ....라고 하는데
    애가 이실직고 하더군요..
    할매가 줬다고.. 바로 전화 걸어 확인하고...
    외할머니가 인근에 사니까 오가며 만원씩
    쥐어주며 엄마아빠한테 비밀이라고해서
    저 사단이....
    최초로 애들 종아리에 매를 들었던...
    사건이었습니다..

    (Jh5cgE)

  • 시원시원 2021/11/08 15:56

    저도 쫓겨난적 있긴 한데 제가 지금 생각해봐도 쫓겨날만하다 싶긴 한데;; 그래도 저는 그래봐야 마당이었어요. 대청문앞으로 쫓겨났…. 요즘 처럼 다 아파트 살아서 다른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볼 수 있는 환경에 쫓겨났다 생각하면 어리지만 수치심과 외로움으로 반성보다는 정신병 생길 거 같아요 ㅜㅜ 어떻게 보면 어려운 일인데 아라레님 정말 대단한일 하신거에요

    (Jh5cgE)

  • 꿈꾸는수의사 2021/11/08 15:58

    참 어리석은 부모들이 많지요. 충격요법이니 뭐니 버릇은 크게 혼나야 고친다라고 생각하는... 품안에 있을때 많이 사랑해주세요. 일생동안 품안에 자식으로 둘 수 있는 시간이 20년도 안됩니다.

    (Jh5cgE)

  • 익명2901 2021/11/08 16:01

    부모도 타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집이란것이, 안전이라는것이 영원하지 않고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걸.
    일찍 깨닫는게 좋을까요 나쁠까요. 언젠가는 깨닳아야하는것이지만...다른방법으로 깨닫게 할수도 있어요.
    어렸을 때는 정말 서러웠어서, 내 애들한테는 절대로 그러지 않을거야 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적어도 옷은 입혀야지. 따듯할 때 해야지. 했었어요.
    대체 무슨 잘못을 해서 그런지 기억나지 않아요. 그저 집 대문 무늬만 생각 나네요.
    그 뒤로는 부모님께 기대라곤 하지 않게 됐어요. 그냥 길러주는것도 감사하지 했던것 같네요.
    그밖엔 간단한 옷가지랑 비상금을 어디다 숨겨야 필요할 때 찾을 수 있을까 골몰했던것 같아요. ㅋㅋ
    큰뒤엔 원망은 없었던것 같아요. 그냥 공부하고 힘을 길러야하는 이유를 일찍 알았다고 해야할까.ㅎ
    내성적인 아이에겐 권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에요.
    말로 해서 이해하는 아이라면 인내를 갖고 말로 해주세요.
    정말 비글처럼 굴고 말로해서 안될때는..충격요법으로 쓸만 할것 같긴 한데...하고싶진 않네요.
    아이의 나에 대한 신뢰를 날리고 싶진 않아서요.

    (Jh5cgE)

  • lucky 2021/11/08 16:04

    추운날 6살 아이한테 저러는건 훈육이 아닌거 같은데...

    (Jh5cgE)

  • 워터소일 2021/11/08 16:14

    아동학대 맞아요.. 진짜 무식한..

    (Jh5cgE)

  • 趙雲 2021/11/08 16:37

    아이를 제대로, 교육차원으로 훈육하고 야단치기 위해서는 부모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부모 자신이 자란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익혔을 수도 있지만 아닌경우가 더 많죠.
    그치만 부모라도 그런거 일일히 공부하고 익히는게 쉬운일은 아니죠, 아무리 세상 예쁜 내새끼를 위한거라도...
    부모도 사람인지리 순간 순간 짜증나면 욱하는 마음에 가장 쉬운방법을 택하죠.
    체벌, 욕설, 소리지르기, 상처주는 말, 자존감을 해치는 말 등등...
    효과는 즉각적입니다. 당장 알아듣는거 같고, 개선된거 같고, 다시는 안그럴거 같죠.
    하지만 원글님 뒷부분 말씀처럼 상처가 남고,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그로인해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게 자랄수도 있고, 건강한 마인드로 성장하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했습니다.
    더구나 아이가 어리다면 더더욱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때,
    아이를 주눅들게 하지 않으면서 아이가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효과적인 방법을
    부모가 고민하고 연구하고 공부하고 익혀야 합니다.
    윽박지르고, 고통을 주는 방식은 순간 효과적이라 착각하기 쉽지만 후유증이 너무나 크게남는 독한약입니다.

    (Jh5cgE)

  • 애룡이 2021/11/08 16:44

    저도 엄마한테 혼나면서 야밤에 홀딱벗겨져 마당에 쫒겨나고 겨울에도 그런적 있기도 하고... 고딩때까지도 진짜 오지게 많았음..원목나무 빗자루에 플라스틱 파리채에ㅋㅋ
    분명 과했다고 생각은 하는데.. 희한하게도 그게 부정적으로 남아있진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함.
    20살이 되자 엄마는 단 한 번도 제게 손을 든다거나 그런 흉내자체도 안 내셨음. 오히려 제 인생 최악의 시절에 집에 쳐박혀서 지내던 백수생활때도 별 말씀 안 하심.
    그 이후에는 머리가 좀 커서 집안을 가장이셨던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니 더 그렇더라구요.
    근데 저야 마당이 있는 집이었으니 뭐 문만 열면 바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저렇게 애가 사방팔방 돌아다닐 정도면.. 진짜 저러다 큰 일나면 어쩌려고...
    개인적으로는 제가 맞을땐 맞고 자라서 그런지 어느정도 체벌은 인정하지만 본문정도면 체벌이 아니라 진짜 방치이고 학대네요ㄷㄷㄷ 아니 생각해보니 미취학 아동한테 체벌을 하는 것도 말이 안되네 ㅅㅂ

    (Jh5cgE)

  • 파리대제 2021/11/08 16:46

    저도 누나와 비오는데 물장난했다가 알몸으로 쫓겨남.ㅋㅋ

    (Jh5cgE)

  • 웃는세상 2021/11/08 17:22

    작성자님, 설마 알몸이란게 정말 그 알몸이란건가요?... 잠깐 쫓아내는건 그렇다해도  초등고학년 여학생을 naked 로 해서 쫓아낸다는게 저로선 상상이 안갑니다. 잘못 기재하신거길 바랍니다. 어릴때 억울하게 혼난적은 많았지만 쫓아내짐 당하지는 않았는데 초등생때 옆집 동생녀석이 내복바람으로 아파트 현관 앞에 쫓겨난걸 봤습니다. 이녀석도 어린 나이부터 고집세고 얄미운 녀석이긴 했지만 그 장면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근데 초등 여학생을 알몸으로 쫓아낸다는건 너무 잘못된거 같습니다... 작성자님 심정 이해가면서도 슬프네요...

    (Jh5cgE)

  • 마마무맘뮤 2021/11/08 17:56

    심지어 너 그렇게 할거면 나가 라는 말조차도 아이한테 해서는 안될 행동인데...아직도 진짜 쫓아내는 부모가 있네요.....저게 대체 무슨짓이야ㅠ..작성자님 이야기도 너무 충격적이고 마음 아파요ㅜ

    (Jh5cgE)

  • 내빠진통 2021/11/08 18:04

    어떤일인지도 모르는데 너무 성급하게 결정 내려 버리는듯...
    그리고 어떤 책임도 져주지 못할 거면서 아이에게 내가 이 순간 저 아이의 부모보다
    더 저 아이를 잘 돌봐줬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일수도.....

    (Jh5cgE)

  • 아부자베르 2021/11/08 18:12

    엄마. 아빠
    부모는 참 중하고 어려운 자리
    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뒷목이 뻣뻣해지는걸 느끼면서도
    나는 커서 그러지 않을거야라던 다짐을 지키려는 나와
    미쳐버릴 것 같은 나 사이에서
    한쪽 콧구멍 막고 내 이름 3번 부르며
    심호흡 길게 하고
    10초전.1분전.1시간전.어제.그제. 한달전 했던 말을 천 번, 만 번 다시 하는 인고의 자리.
    진짜 자식키워봐야 사람 된다는 그 말.....  진리의 말

    (Jh5cgE)

  • 그러다맞는다 2021/11/08 18:23

    하... 애기 너무 안타까워  전철에서 주룩주룩 우는중 ㅠㅠ 그러지 마라 정말... 마스크 안써서 두손으로 입 가리고 울다니 ㅠㅠ  나 증말 너무 마음 아프네... 화난다

    (Jh5cgE)

(Jh5c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