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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을 위한 작품 분석 : 진격의 거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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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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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얼마 전(?)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만화 '진격의 거인'이 완결났다.

작가가 우익이니 뭐니 하는 말이 많았지만(아니라고 들었지만, 사실 여부는 잘 모른다. 개인이 판단하시길!), 어쨌거나 한국에서도 인기리에 완결이 났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엔딩이 왜 이럼???'라는 의견이 많다는 것이었다.

작품의 평가는 독자님들의 몫이기에, 그 평가는 무조건적으로 옳지만, 그렇다고 해서 10년 넘게 인기를 끌어온 작품이 전부 물거품이었다~~ 라고 치부하기도 아까운 건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은 진격의 거인 완결을 기념하여 진격의 거인을 분석해보려 한다.




(어릴적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샀던 만화 잡지에서 진격의 거인 1화를 보게 됐다. 그래서 이 작품에 남 다른 추억이 있다.)


1.

우선 진격의 거인 메인플롯에 대해 생각해보자.

진격의 거인은 어떤 궁극적 의문을 가지고 극을 진행했을까?

생각나는대로 정리해보자.


진격의 거인 메인플롯

장기플롯 - 에렌은 에르디아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까?
중기플롯 - 에르디아 사람들과 마레 사람들의 갈등
단기플롯 - 생존을 위한 에르디아 사람들의 혈투


아마 이정도가 될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진격의 거인은 에르디아 사람들과 마레의 갈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내용을 왕도적으로 생각해보자.

내가 말하는 왕도적이라는 것은 우리가 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스토리를 뜻한다.

진격의 거인이 왕도적인 작품이라면, 에렌은 자유를 억압하는 악당 '마레'로부터 선량한 시민들인 '에르디아인'을 구한 영웅이 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진격의 거인은 왕도를 비튼 작품이고, 이러한 왕도적 진행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이 뒤틀림 속에 작가의 우울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한 가지다.

그건 바로.


'에렌은 무얼 하고 싶은 것인가?'


라는 의문이다.


2.

에렌은 정신병에 걸린 사람처럼 자유를 갈망한다.

계속해서 '자유, 자유'를 외치는게, 정상이 아니다.

부모님의 원수를 갚는다고 해도, '복수, 복수'를 외치진 않지 않는가.

정신머리를 알 수 없는 루피조차 '해적왕이 될 거야!!' 하고 외치고 다니진 않는다. 필요한 순간에만 외치지.

그런데 에렌은 계속해서 '자유! 거인 구축!'을 외친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그게 진심은 맞는 걸까?

그리고 그러한 의문에 나는 답을 내놓았다.

에렌은 자유를 바란 적이 없다는 답을 말이다.


3.

에렌 예거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보자.

에렌이 자유를 갈망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아르민이 '저 멀리에는 소금물로 된 거대한 호수가 있대!'라는 한 마디로 머나먼 세계를 동경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에렌의 직접적인 행동으로 얻게 된 동기가 아니다.

에렌이 정말로 동경한 것은 아르민이다.

에렌의 마음 깊은 곳에는 아르민이 존재한다.

이것을 뒷받침해주는 연출이 몇몇 있는데.

그중 가장 강렬한 것이 바로, 바다에 도달한 에렌 일행의 모습이다.






(바다에 도달하여 기뻐하는 아르민과 미카사. 하지만 에렌은 기뻐하지 않고 저 너머에 있는 적들을 떠올린다.)


에렌이 기뻐하지 않는 건 단순히 바다에 있는 것이 '진정한 자유'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에렌이 정말로 바다 너머의 세상을 동경했다면, 이곳에서 진정한 자유를 위해 결의를 다질 것이지, 슬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에렌은 그런 놈이니까.

하지만 에렌이 바다에 도달했음에도 슬퍼하고 바다 너머의 적을 보는 것은 그의 내면에 다른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감정은 바로 '사랑'이다.


3.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흔히들 말하는 것이 가족애, 동료애, 우정, 민족애 정도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나와 관계 있는 무언가에게 갖고 있는 호감을 뜻하는 것이다.

에렌에게 있어, 에렌이 사랑하는 것은 아르민과 미카사로 대표되는 어릴 적 친구들일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이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본능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 사랑이란 감정은 에렌이 바다 너머의 적을 바라보는 이유이며, 이해하기 힘든 엔딩까지 이어주는 키워드가 되어준다.

사랑. 듣기에는 참 좋은 단어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왕도적 작품이었다면, 이 감정을 중심으로 단순하고도 따스한 엔딩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토미노옹이 말했듯, 진격의 거인에는 음울하고도 우울한 작가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는 그것을 생각하며 이 작품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중요포인트 - 에렌의 내면에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아닌, 사랑을 지키기 위한 욕망으로 차있다.


4.

이쯤 되면 이 작품의 주제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진격의 거인은 일관된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 주제는 이러하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은 존재하는가? 만약 그것이 존재한다면 그 선택이 도의를 벗어난 반인륜적 행위라도 괜찮은가?'


에르디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전세계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에렌 예거.

증오의 연쇄를 끊기 위해 에르디아 사람을 멸종시켜야 한다는 지크 예거.

자신이 당한 증오를 끝내기 위해 에르디아 사람을 학살하는 마레 사람.

수많은 역사를 통해 증오를 쌓아온 에르디아 사람.

작중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전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된다.

대부분은 양자 택일의 상황에서 선택하게 된다.

그 상황은 대부분 '죽거나, 죽이거나.'이다.

작가가 만든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절망스러운 상황의 연속이다.

이들 중 도의적으로 '절대적으로 선한 선택'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부터 이미 인륜을 벗어나지 않았는가.

이것은 또한 작중에 연출로서 제시된다.










(아르민이 처음으로 살인을 저질렀을 때의 연출)


작중 가장 선에 가까운 캐릭터는 아르민이다.

아르민은 그저 자유를 동경했을 뿐이다.

그런 아르민은 조사병단 동료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리고 살인의 고통 속에 헤매일때, 리바이가 말한다.


'네가 손을 더렵혀준 덕분에 우리는 살았다.'


양자택일의 상황.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 상황.

공리주의적 선택이 강요되는 순간이다.

공리주의이란 무엇인가.

조금이라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르민 한 명이 사람을 죽임으로써, 조사병단은 살아남는다.

에렌이 인류를 학살함으로써, 에르디아 사람들은 살아남는다.

지크가 에르디아 사람을 멸종시킴으로써, 마레에는 평화가 도래한다.


그리고 또한.

에렌은 더 많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고

지크는 마레의 평화를 위해 동족을 죽이게 된다.


각자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그 누구도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생각하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잔혹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토미노옹은 진격의 거인 작가에게 음울하다는 이야기를 한 게 아닐까?

이 의문에는 그 어떤 답도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살아감에 있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한 선택을 꾸준히 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 만화는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

진격의 거인은 처음부터 답을 낼 수 없었던 만화이다.


5.

이것으로 논란의 엔딩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르민이 말한 '학살자가 되어줘서 고마워, 에렌.'이라는 대사의 뜻은


'네가 손을 더럽혀준 덕분에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었어.'라는


리바이의 대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에렌이 학살을 저질렀기에 아르민은 살아남았다.

에렌이 한 짓이 얼마나 더러운 짓이라 해도, 그 사실을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것이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는 이건 개인적인 상상이다. 그냥 봐달라.


만약에 아르민이 저기서 한 마디만 덧붙였다면 어땠을까.


아르민 : '하지만... 네가 저지른 일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야. 네가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는 너를 죽여서라도 막을 거야.'

에렌 : '마레인을 죽이지 않으면, 너희가 전부 죽게 될 텐데. 그래도 멈추라는 거야?'

아르민 : '응. 그게... 옳은 일이니까.'

에렌 : '그렇다면... 전력을 다해 나를 막아봐.'


그렇게 에렌이 행한 일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로 치부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인명과 관련된 옳은 일에 대해 말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진격의 거인은 이렇게 끝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되었다.

하기야, 그 누가 공리주의적 선택에 대해 새로운 답안을 내놓을 수 있겠는가.

만약 그러한 발상을 해냈다면, 진격의 거인 작가는 단순한 만화 작가를 넘어 인류 철학사에 이름을 남겼을 것이다.

만화 작가에게 그러한 답을 바라는 건 잔혹한 일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의 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를 테면... '생명은 소중하다.' 같은 절대적인 답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진격의 거인은... 더더욱 아쉬운 작품이다.


6.

그래서 진격의 거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러하다.


'절대적으로 옳은 선택은 존재하는가.'


그 질문을 묻기 위해, 작가는 수많은 캐릭터를 죽인다.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복잡하고, 절대적인 답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종교에서 말하고, 모든 인류가 그러하듯.

세상에는 절대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사랑하고, 보살펴주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인류는 계속해서 실수를 범하고, 전쟁을 이어나가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양심에 따라 행동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들의 성인이 가르친 말씀을 지키지 않겠는가.

그것이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것이 옳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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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진격의 거인은 공리주의적 선택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2. 에렌의 진정한 목표는 '자유'가 아닌 '사랑'이다.

3. 복잡하고 잔혹해져가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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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

오랜만에 글을 쓰네용.

아마 다음 번에는 작법 이론 : 사이다란 무엇인가- 에 대하여 쓸 것 같습니다.

사이다란 도대체 무엇이기에, 세상이 사이다를 원하고, 사이다패스라는 말이 나왔는가.

사이다 전개란 무엇이고 어떻게 쓰는가....!! 에 대해 써볼 생각입니당.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질문이 있으면 댓글이나 쪽지로 받고 있습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작품 감평도 받아요! *

댓글

  • 겨울반딧불이
    2021/11/01 15:29

    앞에 숫자 붙이는거 아저씨같음
    그리고 콜라파입니다

    (LQAfBJ)


  • 지나가는작가A
    2021/11/01 15:31

    고얀..,.,.,....,.,.놈.,.,.....~!~!~!~!!!!!!

    (LQAfBJ)


  • 레몬 SPARKING!!!!
    2021/11/01 15:30

    재밌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LQAfBJ)


  • 지나가는작가A
    2021/11/01 15:31

    감사합니다~!

    (LQAfBJ)


  • 누리웹-3454714
    2021/11/01 15:31

    딱 자기주변사람 몇명만 사랑해서 문제였지

    (LQAfBJ)


  • 지나가는작가A
    2021/11/01 15:31

    그런데... 모두가 그렇잖아용...
    누구나 내 가족이 더 소중하고, 내 친구가 더 중요한 거니까용...

    (LQAfBJ)


  • 자캐만화제작위원회
    2021/11/01 15:31

    아르민이 거기서 에렌 부정하는 대사만 넣었어도 끝 괜춘해졌는데 흠.....

    (LQAfBJ)


  • 지나가는작가A
    2021/11/01 15:31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나쁜 건 나쁜거지!!!!

    (LQAfBJ)


  • Just Ib
    2021/11/01 15:32

    와드

    (LQAfBJ)


  • 내일은내가대세
    2021/11/01 15:33

    오 신박하고 잼네요

    (LQAfBJ)


  • 뒤운
    2021/11/01 15:34

    진격거 보지도 않았는데 내용이 너무 이해가 잘 된다 ㄷㄷ 잘 읽고 갑니다

    (LQAfBJ)

(LQAfB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