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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을 위한 작법 이론 : 스토리편

https://bbs.ruliweb.com/hobby/board/300143/read/5397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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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3줄 요약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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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작가 지망생이라면 누구나 장대한 스토리를 꿈꾼다.

화려하며, 서정적이고, 웅장한 대서사시 이야기를...

본인이 스스로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스토리이기에, 작가 지망생들은 부푼 꿈을 안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쓰게 된 첫 번째 문구는 '태초에 혼돈이 있었고...' 혹은 '제국력 857년.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대통합 전쟁을 선포했다...' 등등이다.

아...

아......!!

아........!!!!

이 문장들이 잘못된 문장은 아니지만, 상당히 상투적이고 재미없는 시작이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하다못해 중간계 신화의 주인이자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판타지 작가 톨킨 경의 반지의 제왕 첫 문장도 저렇게 시작하지 않는다.

반지의 제왕 첫 문장은 이러하다.

 

'골목쟁이집의 골목쟁이 빌보 씨가 머지 않아 111번째 생일날 특별히 성대한 잔치를 열겠다고 선언하자 호빗골을 무척 떠들썩해졌다.' -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판본

 

다르다.

톨킨경을 작가 지망생과 비교하는 건 무척이나 실례되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실제로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 작가 지망생들은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생긴다.

머릿속에는 스토리가 넘쳐나고, 가슴 속엔 글을 쓰고 싶은 열정이 터질 것만 같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면 좋겠다는 열기 어린 광기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어줄까.

어떻게 해야 나는 내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낼 수 있을까.

오늘은 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생각이다.

 

1.

세계에서 손꼽히는 작가 중 한 명인 스티븐 킹은 이런 말을 했다.

'플롯은 허구다.'

내가 이전 '작법 이론 - 플롯편'에서도 말했듯, 플롯은 극을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구조이다.

대표적인 예시를 들어보자면, 극의 시간축을 역행하는 과거 회상 같은 연출이 있겠다. 아니면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 같은 연출도 있을 테고.

아무튼, 극을 흥미롭게 만드는 연출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스티븐 킹은 어째서 플롯이 허구라고 말한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건 바로 스티븐 킹이 천재이기 때문이다...

일반인과 발상 구조 자체가 다른데, 이 사람 말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플롯이 허구다.'라는 스티븐 킹의 말이 거짓인 건 아니다.

스티븐 킹은 플롯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믿었다.

그것이 바로 '스토리'이다.

 

2.

그렇다면 스토리란 무엇일까?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예시를 들어보겠다.

 

'우유를 사고 싶은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마트에서 우유를 샀다.'

 

우유가 없던 남자가 우유가 생기는 과정을 기록해봤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재밌는 스토리가 아니다.

흥미도 느껴지지 않고, 이 이야기로 영화를 찍는다 해도 일말의 관심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왜 그럴까?

분명히 스토리가 존재하는데, 왜 이게 재미가 없을까?

그럼 우리는 재미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재미란 무엇일까?

재미는 무척이나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관중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감정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재미란 '다음 내용을 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줬는가'에 대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를 읽으면, 손에서 만화책을 놓을 수 없듯이, 재미란 다음 내용을 기대하고 싶은 욕구에서 발현되는 감정이다.

그럼 다시 위의 예시로 돌아가보자.

우유를 사온 남자의 이야기에서 어떠한 흥미를 느꼈는가?

그럴 리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저런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여기서 한 번 고민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독자들이 내 글을 재밌게 읽을까?'

 

위의 예시를 조금 고쳐보자.

 

'우유를 사고 싶은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마트에서 우유를 샀다. 그리고 그 우유에는 독이 섞여 있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흥미가 생기지 않았나?

고작 우유에 독이 섞여 있을 뿐인데,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가?

'왜 독이 섞여 있는 거지?', '남자가 저 우유를 마시면 어떻게 되는 거지?' 같은 생각들.

이것이 바로 스티븐 킹이 말한 '스토리'이다.

그리고 이것은 또 다른 말로, 할리우드 유명 감독 중 하나인 알프레드 히치콕이 말한 '서스펜스'이기도 하다.

 

3.

그럼 이제 무엇이 글을 흥미롭게 만드냐, 에 대한 물음에 답할 차례이다.

무엇이 글을 흥미롭게 만드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바로 상황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이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폭탄'에 비유하며 예시를 들었다.

 

(이 이야기는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2380152?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4431130 - 소설의 재미편을 확인하자!)

 

무조건은 아니지만, 대체로 흥미로운 이야기는 흥미로운 상황에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 논제에 대한 근거를 대기 위해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이자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를 생각해보자.

죠스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간단하다.

'사냥꾼이 거대 상어를 사냥했다.'

그런데 죠스는 왜 재밌는 영화가 됐을까?

그걸 알기 위해서는 죠스의 기반에 깔린 몇 가지 전제 조건을 알아야 한다.

우선 죠스의 캐릭터를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죠스이다.

 

죠스는 똑똑하고 강력한 상어이다.

그래서 사냥꾼과 싸워도 다 잡아먹는다.

 

여러 사냥꾼 역시 강력한 인간들이다.

이들은 강력한 무기와 경험으로 무장한 사람들이다.

 

이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상황을 연출해보자.

 

'죠스와 백전노장 사냥꾼이 싸운다면?'

'죠스와 로켓을 든 사냥꾼이 싸운다면?'

혹은

'사냥꾼끼리 서로 잘났다고 싸운다면?'

'죠스를 사냥한 줄 알았는데, 죠스가 사실 죽지 않았다면?'

 

고작 캐릭터 몇 명이 있을 뿐인데, 우리는 이를 통해 흥미로운 상황을 여럿 생각해낼 수 있다.

그렇다.

스티븐 킹이 믿는 '스토리'란 바로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상황'이다.

(물론 스티븐 킹은 천재이기 때문에 플롯 없이 몇몇 캐릭터만으로 이야기를 뚝딱 만들지만, 우리는 천재가 아니다! 스티븐 킹을 맹신하지 마라! 다 죽는다!)

 

4.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태초에 혼돈이 있었고...' 혹은 '제국력 857년.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대통합 전쟁을 선포했다...' 같은 문장이 왜 재미가 없을까?

그건 바로 별로 흥미로운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톨킨 경을 다시 한 번 불러보자.

 

'골목쟁이집의 골목쟁이 빌보 씨가 머지 않아 111번째 생일날 특별히 성대한 잔치를 열겠다고 선언하자 호빗골을 무척 떠들썩해졌다.' -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판본

 

꽤 흥미롭지 않나?

빌보는 뭐하는 사람이길래 111번째 생일을 맞이한 걸까? 무슨 잔치를 열려고 하는 걸까? 같은 상상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더욱 재밌다.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가 나타난다.'

'빌보가 생일잔치 무대 위에서 갑자기 사라진다.'

'빌보의 조카 프로도는 사악한 물건인 절대반지를 파괴할 운명을 잇게 된다!'

등등...

생일잔치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반지원정대가 결성되는 흥미로운 상황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재밌는 스토리다.

흥미로운 상황에는 독자들만이 아는 내용으로 이어지는 서스펜스, 혹은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과 절망이 필요하다.

유명한 작품들은 전부 다 흥미로운 상황을 이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당신의 소설은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었는가?

그저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있는 그대로 꺼낸 건 아닌가?

독자들은 언제나 흥미로운 상황을 원한다.

지지부진한 일상이다. 작품 속에서만큼은 흥미진진하여 눈을 뗄 수 없는 이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니까 작가 지망생 여러분은 계속해서 생각해보라!

이게 재밌을까? 의문을 품어라.

어떻게 해야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해라.

너만 아는 이야기를 하지마라.

모두를 위한 글을 쓰도록 고민해라.

이것들이 당신의 글 실력을 급성장 시킬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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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스티븐 킹은 재밌는 스토리는 '흥미로운 상황'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2. 흥미로운 상황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전제로 하여, 서스펜스, 반전, 절망 등을 이용하여 만들어진다.

3. 그러니까 매력적인 캐릭터와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 수 있도록 더욱 고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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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이 있으면 댓글이나 쪽지로 받고 있습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
  • Tanova 2021/09/23 14:47

    와드박고 갑니다. 틈틈히 읽고 있습니다.

  • 민달팽이 2021/09/23 14:52

    이렇게 보니까
    갑자기 닌자가 나타나서 등장인물을 몰살하는 상황은
    재미가 없을 수가 없네;;


  • 저돌맹진-!
    2021/09/23 14:46

    훌륭한 내용입니다. 추추추

    (ZturSw)


  • 마음에안들어
    2021/09/23 14:46

    즐겨찾기 해두고 있습니다

    (ZturSw)


  • Tanova
    2021/09/23 14:47

    와드박고 갑니다. 틈틈히 읽고 있습니다.

    (ZturSw)


  • chahee
    2021/09/23 14:51

    키워드 유게이 여장 화장실

    (ZturSw)


  • 민달팽이
    2021/09/23 14:52

    이렇게 보니까
    갑자기 닌자가 나타나서 등장인물을 몰살하는 상황은
    재미가 없을 수가 없네;;

    (ZturSw)


  • VEGOCE
    2021/09/23 14:57

    흥미로운 사건, 주인공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평소에는 할 수 없었던 선택을 하게되는 과정이 재밌어야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당

    (ZturSw)


  • 코리안_아사나기
    2021/09/23 14:58

    ㅇㄷ

    (ZturSw)


  • PaRaeKim
    2021/09/23 14:59

    닌자 난입이 생각보다 훌륭한 방식이었구나

    (ZturSw)


  • 레펜티노
    2021/09/23 14:59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ZturSw)

(Ztur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