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 한그릇

경산이 고향이고, 경남에서 오랜시간을 보냈지만, 정치와 관련되면 끼어들지 않는다.
한국식 정치에 언제쯤부터 그런건지, ‘민주주의’ 라는 계념이 사라지고 없다.
보편적인 개인의 성향도 정치색과 닮아간다.
내 생각과 다르면, 그사람은 잘못된 삶을 사는것이고, 고쳐쓰기도 힘든 쓰레기라 취급한다.
민주던 국짐이건, 내편이 아니면 쓰레기라 취급한다.
이제는 국민들이 다 알다시피, 경상도에서 보편적인 성향을 따르지 않으면, 어떤 자리에서도 소외되기 딱 좋다.
지난 대선때 민주당 지지한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답은 비슷하다.
“문제인이 그새끼, 김정은이 한테 나라 같다 바칠끼다 니느 나라 망하는꼴 볼라그라나? 니가 공산당이가?”
“그소리는, 김대중때도 했었고, 노무현때도 했었지?
그렇게 갖다 바치는데, 김정은이가 한국 대통령이냐?”
“지랄가튼 소리좀 하지마라!
가들은 띨띨해서 그런기고, 이재명은 다르다!
영악해가꼬, 김정은이 한테 가따바친다! 함바라!”
북한에 나라 바친다는 이야기는 통일 될때까지 계속될 듯 하다.
자 그러면 잠깐 민주주의 좀 찾아보고 걷도록 하자.
‘나라를 바친다.’ 라는 주제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게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그럼, 그 이유를 내고 상대를 설득하는게 다음이겠지.
대화와 토론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못한다면 내가 따라야 하는게 민주주의다.
헌데, “무조건 가따바친다! 이유는 묻지마라!
어쨌든 저새끼들은 공산당이다!
묻지마라!” 라는 표현은 정상적인 상대를, 더욱 반감이 들도록 만드는 화법이다.
대화를 단절하고, 설득할 필요도 없고, 오직 내편과 적을 구분할 뿐이다.
강화도를 자주 다니는데, 지나다보면 늘 가보고싶은 식당 하나가 있다.
오래된 썬팅지가 바스라져 보이는 낡은 국밥집이다.
순대국 한그릇, 먹어보고 싶었는데 더디어 찾았다.
낡고 오래된 문을 열었더니, 딱 기대했던 만큼의 낡은 테이블에 예상했던 연세의 할머님 한분이 보인다.
사인용 테이블 하나에 4명의 중년 남자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순대국에 소주를 비우는 중이다.
고향을 찾은 친구들끼리 내기 당구를 치고, 한잔하며 정치 이야기가 심각하게 깊어진 모양이다.
네명중 둘씩 갈라진 싸움이다.
“민주당이 되면, 나라 망한다!
문제인이 봐라! 나라가 지금 이꼴이잖아?
사람들 다 죽어난다!
민주당이 한번 더하면, 깨끗하게 털어먹을거다!”
“야! 코로나를 문제인이가 만들었냐?
코로나 시국에 이만큼 버티면 잘하는거지?
이 시국에 바꾸네, 황교활이 세트로 있었어봐라!
니들도 저승 가있을거다!”
“황교활이…. 아 시발꺼 이름이 생각안나네?
하여튼 교활이 그건 문제가 좀 있었고, 인정한다!
박근혜가 뭘 잘못했는데?
이명박이 멀 잘못했는데?
문제인이 그새끼가 보복정치 한거 아니가?
그래도 국힘은 보복정치는 안한다!
그러고, 윤석렬은 딱 대통령감 아니냐?
생긴거 부터가 대통령 아니냐?
윤석렬이 되야 우리나라가 살아난다!
이재명이 그게되면 우리나라 확실하게 망한다!
안그러면, 사년안에 북한 되있을기다!”
“이새끼들이거, 완전 또라이네?
니들은 뉴스도 안보고 사냐?”
“야! 개새끼들이, 너거도 MBC 그 쓰레기방송 보나?
그기 방송이가? 문제인이 개지, 시발꺼!”
한 사내와 눈이 마주친다.
웃고있는 나를 보더니 묻는다.
“실례지만,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저씨는 어느쪽 이세요?”
“뭐, 어느쪽이건 상관 있을까요?
대화 들어보니, 핵심이 빠진거 같네요.
어떤 정책이 있고,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
북한에 나라를 갖다 바친다면, 어떻게 갖다 바칠건지!
그걸 알고있다면 대응할수도 있을테지요.
왜 그런지, 어떻게 가능한지, 과정은 빠지고 결과만 말씀하시니 서로 이해시키기 힘들지 싶네요.”
순대국에 순대가 하나도 없다.
예상했던 그대로 나왔다.
곱창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다.
고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