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 저희 아버지께서 인터넷 통신 판매 사업을 몇년정도 하셨었는데, 그 당시 약 4~50만원 정도 했던 후지필름, 캐논의 똑딱이 디카들을 주로 판매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업 초기에는 따로 사무실을 마련하기 전까지는 집에 카메라 재고를 쌓아두시고 택배를 발송했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20대 중반이니 한 15년정도 전 일이겠네요. 그때부터 어린 마음에 막연히 그 카메라들에 관심이 생기고 카메라라는 기계를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18살때인 2013년도에 처음으로 DSLR에 입문하게 되었는데, 캐논 700D가 제 첫 렌즈교환식 카메라였습니다. 그 당시 캐논의 최신형 보급기였는데, 제 나이에 충분히 과분한 카메라였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7개월만에 중고로 판매하고, 얼마 뒤 니콘 D800과 24-70mm f2.8을 새제품으로 구매하게 됩니다. 당시 조금씩 모아뒀던 돈에 부모님 지원을 살짝 받아서 총 420만원정도에 구매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그 나이에 취미로 그 카메라를 사려고 했던 저도 대단하고, 없는 형편에 그런 고가의 제품을 사도록 허락해 주신 부모님도 참 대단하신건 같습니다.
저는 카메라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단단하고 야무진 느낌의 내구성이 좋은 카메라인가' 입니다.
성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외장이 플라스틱이라던지, 버튼이 헐겁다던지 해서 위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카메라로서의 매력이 별로 느껴지지 않더군요. 니콘의 중고급기였던 D800은 확실히 제품의 만듦새와 사진 품질이 뛰어났습니다. 정말 신뢰할만한 튼튼한 카메라였고 약 2년정도 잘 사용했습니다.
그 후에도 카메라를 여러번 바꿔가면서 사용했었는데, 니콘 제품으로는 D90, D500 등을 사용했구요, 파나소닉이나 삼성 등 다른 회사 제품도 골고루 사용해 봤습니다. 고프로, DJI 제품까지 다양하게 사용해 봤네요. 지금까지 핸드폰보다 카메라를 바꾼 횟수가 훨씬 더 많습니다. 가장 최근까지 사용한 카메라는 캐논 Eos R 이었는데, 얼마 전에 좋은 분께 분양해 드렸습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지난 카메라 사용기이며 이제 최근에 수집한 제품들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최근에 오랫동안 계획했던 일이 반년 이상 미뤄지면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었는데 어쩌다보니 그 스트레스를 매일같이 장터를 기웃거리면서 풀게 되더군요^^; 7월 초부터 지난 9월 초까지 두달동안 이것저것 많이 사고팔고 했네요. 최종적으로 소장하기로 결정한 제품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먼저 저번에도 한번 올렸던 FM2 블랙입니다. 볼수록 매력적인 니콘의 대표 필름카메라입니다.
포럼에 몇몇 회원분들께서 FM2나 F3를 DF와 함께 전시해 두신 사진을 봤는데 정말 잘 어울리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DF를 꼭 구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한달정도 장터 잠복 끝에 결국 DF 블랙을 50.8 SE 렌즈킷으로 구하게 되었네요. 1000컷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으신 박스 풀 신동급 제품을 광주에서 수원까지 기차타고 가서 구했습니다. 두 카메라에 니콘 정품 소프트버튼과 금속 슈커버를 구매해서 하나씩 달아줬는데 그것만으로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네요..ㅠㅠ 그래도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추후 Zfc 블랙이나 Zf가 블랙으로 나오면 추가로 구매해서 함께 전시해두고 싶네요. 이 두 카메라는 실사용 목적으로 구매한게 아니라 소장용으로 구매한 거라 앞으로도 계속 관상용으로 전시해 둘 예정입니다.
(혹시 DF 유저분들중에 안쓰시는 정품 그립 DF-GR1 있으신 분 계시면 분양좀 부탁드립니다ㅎㅎ 구하기가 쉽지 않네요^^;)
다음으로는 D4입니다.
D800을 사용할 때부터 세로그립 일체형 플래그쉽 바디를 꼭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로그립을 장착해도 플래그쉽 바디의 일체감을 느끼진 못하겠더라구요. 그러다가 최근에 장터에서 8천컷밖에 사용하지 않은 신동급 제품이 나와 홀린듯이 바로 구매했습니다. 판매자분이 그냥 상태가 좋은 편이라고만 말씀해주셔서 크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택배를 받고 나서 열어보니 실기스나 번들거림조차 없는 신품과 같은 상태라서 받고 나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네요. 물론 연식이 좀 있기는 하지만 취미로는 충분히 차고 넘치는 성능에 전문가용 카메라를 출고가의 약 5분의 1정도 가격으로 사용해볼 수 있다니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직접 손에 쥐고 사용해보니 왜 플래그쉽 제품이라고 하는지 알겠더라구요. 그립감이나 셔터음 등이 그 전에 사용해봤던 카메라들과는 차원이 다르고, 무엇보다 이젠 다른 카메라 뽐뿌가 오질 않습니다. 이래서 한번에 끝판왕으로 가는게 좋다고들 얘기하시나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늠름한 바디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듭니다. 플래그쉽 바디 중 D4는 니콘의 기존 제품들과는 다르게 곡선이 많이 들어간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많이 갈리던데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디지털 바디에는 소장의 의미가 별로 없다고 하지만 이 카메라는 정말 급전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고장날 때까지 잘 사용하면서 갖고 있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SLR 클럽은 장비 사이트라서 다른 분들에 비하면 별거 없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들 몇가지 소개해 드렸습니다:) 당분간은 이 카메라들 보면서 장터링은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https://cohabe.com/sisa/2147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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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 이쁩니다 ㄷㄷㄷㄷㄷㄷㄷ
감사합니다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다 좋은 명기들을 가지고 계시네요.
전 필카만 모우고 있는데 FM2는 역시 명기입니다
감사합니다. 수동 기계식 카메라의 정석인 것 같습니다^^
시간나면 가지고 나가서 필름사진도 좀 찍어보고 싶네요.
저역시 필카로는 FM2와 F, 그리고 N80 (맛이갔슴), F616 가지고 있습니다
디카로는 D810, D750, 그리고 P9000s을 가지고 있죠...
보면, 한대만 가지고 있는 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진 취미가 기본적으로 장비취미 이니까요...저는 카메라와 같이 생긴 물건만 봐도 흥분이 된다는...따라서 핸드폰은 카메라로 보지 않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도 사용하지 않는 장비가 많아지는건 좋아하지 않아서 많이 가지고 있진 않지만 저 카메라들 세대정도는 가지고 있어도 괜찮단 생각이 들더군요. 가격으로도 다 해도 신형 풀프레입 바디 한대값 정도이니까요. 좋은 카메라 많이 가지고 계시군요^^ 댓글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멋진 장난감들입니다. 아버님이 그 오래전 인터넷판매를 하셨다니 놀랍습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카메라 판매를 하셨다가 나중엔 생활용품 판매로 변경하셨는데, 그때가 조금 그립네요^^; 좋은 금요일 보내시기 바랍니다!
훔치고 싶네요. 좋습니다. 부럽구요. ㅎ
하은아버지님 zfc도 볼때마다 탐나더라구요ㅎㅎ 이참에 fm2 한대 들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