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론만 신격을 박탈당한 이유

아폴론의 특이한 이력이라면 주신의 자리에서 두 번 박탈당한 것이 있다

 

한 번은 포세이돈의 역모를 도왔다가 박탈 당했고

 

다른 한 번은 퀴클롭스를 쏴죽이고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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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 : 태양의 신)

 

옛날 생각하니까 세상 억울한게 있네

 

(아테나 : 전쟁의 여신)

 

뭐가 억울해서 그런 건지 얘기해보거라

 

네 억울함을 들어주겠다

 

 

헤라 새어머님이랑 포세이돈 삼촌이 나보고 같이 반역하자고 했었는데

 

누나는 직접 찾아와서 반역에 거들었지?

 

 

...그랬지?

 

(포세이돈의 반역에는 헤라, 아폴론, 아테나가 가담했다)

 

 

근데 난 포세이돈 삼촌이랑 트로이로 귀양가서 신격을 박탈당하고 심부름꾼이 되서 일했는데

 

누난 그냥 말 몇마디로 끝냈더라?

 

난 제안받았길래 한 거고 누난 직접 모의에 가담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얘 아폴론아

 

너가 올림푸스의 무엇을 맡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그걸 새삼스럽게 물어보고 앉았네

 

나는 올림푸스의 '이성' 을 맡고 있지

 

 

그리고 난 올림푸스의 '지성' 을 맡고 있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느냐?

 

...말빨로 구슬려서 어떻게든 빠져나왔다?

 

 

아니지

 

난 올림푸스의 '지성' 을 따라 승산이 있을 법한 위치에 서본 것이라 설명할 수 있으나

 

넌 올림푸스의 '이성' 을 따라 최고신 아버지 제우스를 배신해서는 안됐단 얘기지

 

 

그게 그렇게 해석이 된다고?

 

 

네가 너의 아들 아스클레피오스의 죽음으로 분노했을 때

 

아버지 제우스님이 아닌 퀴클롭스 작은 할아버지들을 쏜 이유가 무엇이지?

 

 

열받는데 아버지에게 활질을 할 순 없잖아

 

분을 삭일 수가 없어서 그랬지

 

 

이성적으로 아버지에게 호소했다면 모르겠지만

 

네가 충동적으로 쏜 화살은 올림푸스의 '이성' 을 담당하는 너의 짐을 버린 격이니

 

신격을 박탈할 수 밖에

 

이거 골때리네

 

누가 나한테 이성 같은 걸 얹어준 거야

 

 

잘 생각해보렴

 

넌 그 일로 신격을 박탈당했지만

 

저승의 법도를 거스른 아르테미스는 왜 신격을 박탈당하지 않았을까?

 

 

...?

 

그러네 왜 내 누이는 신격을 부정당하지 않았지?

 

저승의 법도를 거스르는 건 크나큰 중죄인데?

 

 

아르테미스는 올림푸스의 '야성' 을 담당하니

 

그녀의 충동대로 이끈 행위들은 모두 부정당할 일이 없단 이야기지

 

아니 잠시만

 

그럼 헤파이스토스 형이 헤라 새어머니를 황금 의자에 앉혀서 고문했던 거도 의미가 있는 거야?

 

 

그럼

 

헤라 새어머님이 헤파이스토스 오라버님의 신격을 부정한 것이 첫째요

 

올림푸스의 '창작욕구' 에 임해 마법이 걸린 황금의자를 만든 것이 둘째지

 

아레스가 아테네 인근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거도?

 

 

신격모독이 첫째요

 

올림푸스의 '파괴욕구' 가 둘째지

 

에이 싯팔 뭐야 진짜

 

내가 왜 이성 같은 걸 맡아서

 

 

반대로 생각해보렴

 

자유의지라고는 좁쌀만한 헤파이스토스 오라버님

 

충동에 휩싸여 복수의 화살을 겨누는 아르테미스

 

부수고 없애는 것에 집착하는 아레스

 

'감성' 에 따라 움직이는 헤르메스

 

누가 이성을 맡겠냔 말이다

 

 

...누나가 맡아주면 안돼?

 

 

그럴 순 없지

 

'지성' 에 따라 아버지 제우스에게도 반기를 들어본 내가 어찌 올림푸스의 위대한 '이성' 을 맡겠느냐

 

 

...신생 진짜 너무하네

 

 

솔직히 말하자면

 

너 말고 이성적으로 답을 낼 신이 우리 중엔 없단 얘기지

 

그걸 못해서 신격을 두 번이나 박탈 당한 건?

 

 

...그런 사소한 건 넘어가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