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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을 위한 작품 분석 :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3.0 + 1.0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3418931

 

1. 작품 분석 - 신세기 에반게리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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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어제 10년을 기다린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마지막편을 봤다.

 

오래 기다린만큼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앞선 극장판에서 받았던 감정들을 소화해낼 수 있었기에

 

이번 극장판은 담담하게, 그리고 즐겁고 시원섭섭하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다.

 

작품 분석이 늘 그렇듯, 이번 분석 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글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이런 감상도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1.

우선 한 가지 알아둘 점은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은 과거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후속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리메이크작도 아닌, 감독의 말에 따르면 리빌드(Rebuild)라고 한다.

 

즉, 새로운 작품으로 봐달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에반게리온이라는 IP가 가진 힘을 생각해보면

 

구작과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하는 건, 본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이번 신극장판에 분노하는 사람도 있고, 홀가분하다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 번 생각해보자.

 

2.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은 총 4편의 영화로 제작됐다.

 

서, 파, 큐(급), 3.0+1.0

 

서파급은 일본 문학 이론으로, 기승전결을 의미한다.

 

서 - 시작

파 - 변화

급 - 결말

 

그렇다면 이 서파큐를 에반게리온에 적용해보자.

 

에반게리온 서 - 이야기의 시작을 가르키고 있다. TVA와 비슷하다.

에반게리온 파 -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캐릭터 마리의 등장. 새로운 전개, 그리고 신지의 새로운 선택까지.

에반게리온 급 - 선택에 대한 결말이 나오는 이야기. 신지의 새로운 선택이 어떠한 결말을 불러왔는지 보여준다.

 

생각해보면 나름대로의 구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시작과 변화, 그리고 그 변화에 따른 결말까지.

 

하지만 우리는 에반게리온 큐를 보며, 이게 도대체 무슨 영화라는 말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택에서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을 우리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마지막 극장판 3.0 + 1.0 이다.

 

굳이 4편 혹은 또다른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마지막 극장판이 파와 큐의 과정을 그린, 즉, 큐를 보완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또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

 

왜 굳이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

 

시작, 변화, 과정, 결말이라는 순서로 영화를 냈으면 보는 사람도 이해도 쉽고, 감독도 그리기도 편했을 텐데.

 

나는 이것이 작품의 주제와 맞물려 있다고 생각했다.

 

3.

이번 작품의 주제는 '어른이 되어라.'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 말은 비슷하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작품의 주제를 '모든 감정을 딛고 일어나, 나아가자'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에 대해 천천히 말해보겠다.

 

우선은 이 작품의 로그라인을 생각해보자.

 

이 작품의 로그라인은 전작과 같다.

 

'소년, 소녀가 메카에 탄다.'

 

아름다운 캐릭터와 멋진 메카.

 

이것만으로도 에반게리온은 충분한 상업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업적 판매를 위한 로그라인.

 

우리는 작품을 조금 더 파고들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의 메인플롯은 뭘까?

 

그것 역시 똑같다.

 

'임팩트는 어떻게 될까?'

 

이것을 단, 중, 장기 플롯으로 짜면 이렇게 될 것이다.

장기 - 임팩트는 어떻게 될 것인가.

중기 - 서서히 드러나는 임팩트의 비밀.

단기 - 임팩트를 일으키기 위한/막기 위한 네르프와 빌레 싸움.

 

극을 대충 슥 살펴보면, 이러한 구도이지 않은가?

 

겐도는 임팩트를 일으키려 하고, 빌레는 임팩트를 막으려고 한다.

 

이것이 메인플롯임은 분명하다.

 

전작과 구성은 조금 변했지만, 크게 차이는 없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리빌드가 아닌, 리메이크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감독은 어째서 이번 신극장판을 리빌드라고 한 것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는 조금 더 작품을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감독은 도대체 왜 같은 배경, 같은 플롯을 뒀음에도 리빌드라 했을까?

 

그리고 그 답은 역시 에반게리온의 주인공 '이카리 신지'에게 있다.

 

4.

전작 TVA'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EOE)의 주제는 이전에도 소개했듯, '사람과 사람은 서로를 이해할 수 없지만, 서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쉽지 않더라도...'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은 그 주제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신극장판의 캐릭터들은 서로 이야기하며, 서로를 이해한다!

 

그 이유는 파를 보면 알 수 있다.(서는 전작과 크게 다를 바 없기에 넘어가겠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캐릭터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신지는 레이를 구한다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면 마음이 통하지 않았기에, 구할 필요가 없다.

 

너(레이)는 나(신지)에게 아무것도 아닌데, 내가 널 구할 필요가 있을까?

 

미사토 역시 신지를 응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지가 레이를 구하는 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하지만 이들은 서로를 이해했고, 서로를 위해 선택하고 행동한다.

 

전작의 주제와는 상반된 내용이다.

 

그렇기에 에반게리온 두 번째 극장판의 제목이 '파破(깨뜨리다)'이다.

 

전작의 주제를 깨뜨리는 내용이 전개가 되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독자들은 의문을 품게 된다.

 

'내가 알던 내용과 다른데?'

 

하지만 나름 괜찮다.

 

우리가 알던 그 찌질한 신지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행동을 하니까!

 

그것만으로도 짜릿하다.

 

전작의 주제를 깨달은 신지가 드디어 성장한 것인가?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신지의 선택을 응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신극장판의 주제가 아니기에, 감독은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그것이 파로 '급急(급하다, Quickening)'이다.

 

5.

에반게리온 Q는 말 그대로 과정을 뛰어넘어 '급하게' 진행된다.

 

눈을 떠보니 14년 후.

 

캐릭터들은 전부 성장했고.

 

관객들이 이입한 캐릭터 '신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신지는 작중 계속해서 이러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답은 간단했다.

 

'네가 모든 걸 망쳤어.'

 

그리고 이야기가 나온다.

 

신지는 레이를 구하기 위한 선택을 했지만, 그 선택은 니어 서드 임팩트를 일으켰고, 그로인해 인류는 멸망하기 직전이다.

 

어?

 

어????

 

관객과 신지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분명 전작에서 우리는 서로를 이해했고, 서로를 위한 선택을 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최악이라고?

 

당혹스럽다.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냉정하다.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다.

 

난 신지를 응원했는데, 그 결과가 이렇다고?

 

신지를 응원한게 잘못이란 말이야?

 

그런 후회를 하든 말든, 이미 선택에 의한 결과는 나타났다.

 

세상은 신지 탓에 붉게 물들었고, 신지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선택에 의한 결과가 밝혀지는 에피소드.

 

그것이 바로 에반게리온 Q다.

 

6.

관객들은 말을 이을 수 없다.

 

우리는 생각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신지 역시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된 거지?'

 

그리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에반게리온 Q 같은 건 보지 말 걸...'

 

신지도 생각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 걸...'

 

하지만 이대로 이야기가 끝난다면, 그 어떤 결론도 나오지 않는다.

 

이대로 끝난다면, 우리에게는 공허한 결론밖에 없으니까.

 

그렇기에 우리는 Q를 보완하는, 즉, 결말(급急)의 마무리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

 

아직 에반게리온은 끝나지 않았고, 우리는 에반게리온의 결말을 넘어선 그 다음.

 

즉, 에필로그를 보고 싶기 때문이다.

 

결말을 넘어선 그 다음 이야기.

 

에필로그, 결말을 보완하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에반게리온 3.0 + 1.0이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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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창작가가 생각하는 망함)

 

자신의 작품에 애정이 없는 창작가는 없다.

 

애정이 없다면 그건 장사꾼이지, 창작가가 아니다.

 

안노 히데아키는 보다 보면 짜증나긴 하지만, 그는 유능한 창작가다.

 

그가 창작가가 아니었다면, 에반게리온이라는 IP가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한 문화를 대표하는 작품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을 앞둔 감독의 사명은 간단하다.

 

모든 캐릭터의 이야기를 수습해주는 것.

 

그리고 그를 통해, 창작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우리는 앞선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신지의 선택이 어떠한 결말을 불러왔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일은 그 결말 이후에 무슨 일이 있는지 보는 것뿐이다.

 

3.0 + 1.0의 러닝타임은 155분이다.

 

꽤 긴 시간.

 

하지만 감독은 그 시간 중 1/3을 일상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집중한다.

 

겉보기엔 별 거 아닌 듯한 일상이야기.

 

혹자는 왜 루즈하게 이런 장면을 넣었나 말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일상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가 일상이지 않은가.

 

신지에게도 마찬가지다.

 

신지는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냉혹한 결과를 목도하고, 본인은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신지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모든 것은 계속해서 진행된다.

 

오랜만에 만난 학교 친구들.

 

그들은 성장했다.

 

이 절망스러운 세계에서도 그들은 땀흘려 살아간다.

 

아스카는 그들을 지키는 삶을 살아간다.

 

사도가 되어, 더 이상 살아가는 것이 힘듬에도 불구하고, 아스카는 그들을 위해 살아간다.

 

레이는 삶을 배워간다.

 

에바가 강제되던 삶.

 

하지만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내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신지의 일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 때문에 모든 것이 이렇게 됐으니까.

 

내가 무슨 주제로 저들의 도움을 받을까.

 

나 같은 건 죽어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신지는 죽지 않는다.

 

아스카는 말한다.

 

'저 녀석은 죽을 용기도 없어.'

 

그렇다.

 

죽음 역시 한 가지 선택.

 

하지만 신지는 죽음을 택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나?

 

그럴 수도 없다.

 

신지의 마음속은 죄책감으로 가득하니까.

 

선택은 늘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신지의 결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어떤 선택도 하지 않는 신지.

 

하지만 계속해서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

 

아스카도, 레이도, 그리고 친구들도.

 

모두 계속해서 살아간다.

 

그리고 신지에게 호의를 보낸다.

 

신지는 레이에게 묻는다.

 

'나 같은 건 그냥 내버려두면 좋을 텐데, 왜 그러는 거야!'

 

레이는 말한다.

 

'모두 신지를 좋아하니까.'

 

그 말에 신지의 세계가 변화한다.


신지는 자신의 실패로 인한 다음을 생각할 수 없었다.

 

살아갈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삶.

 

하지만 레이의 말로 신지는 깨닫는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도 되는 걸까?'

 

어쨌거나 살아있는 한 삶은 계속된다.

 

하지만 살아있는 것과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은 다르다.

 

인간에겐 목적이 필요하다.

 

살아갈 이유, 살고 싶은 이유.

 

삶은 계속되고, 신지는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그에겐 아직 살아갈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신지는 마을 사람들과 얼굴을 트게 되고

 

마침내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실패의 산물, '분더'에 오르게 된다.

 

이후로 감독은 모든 일을 수숩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한다.

 

팬들을 위한 화려한 액션씬.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문.

 

실패에 대한 속죄. (죄를 저지른 인간이 계속해서 살아가도 될 리 없잖아요!)

 

하지만 이미 어른이 된 캐릭터들(미사토, 리츠코, 마야, 사쿠라 등등)은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들처럼 성장한 신지는 나름대로의 결심을 내린다.

 

'그래도 나는 역시 살아가겠다.'

 

그리고 신지는 자신의 가장 큰 두려움을 마주한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다.

 

8.

가족은 내가 아니다.

 

하지만 타인도 아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닌 존재가 바로 가족이다.

 

완벽히 이해할 수도, 하지만 완전히 외면할 수도 없는 존재.

 

신지는 그러한 존재를 만나기 위해 에바에 올라탄다.

 

에바는 단순한 메카가 아니다.

 

신지의 의지가 투영된 신지 그 자체다.

 

작중 대사가 나온다.

 

'싱크로율... 무한대...!'

 

에바에 있어 싱크로율은 영혼의 동조율.

 

싱크로율 무한대는 신지 본인이 에바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신지와 겐도의 싸움이 시작된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하다.

 

분명히 최대최악의 싸움이 되어야 할 텐데

 

어설프다.

 

흐리멍텅한 싸움.

 

아버지의 행동은 나와 같고

 

나는 아버지를 힘으로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아버지 겐도는 말한다.

 

'폭력과 힘은 소용없다.'

 

그렇다.

 

겐도와 신지는 가족이다.

 

타인이지만, 완전한 타인은 아닌, 그러한 관계.

 

그렇다면 겐도를 막을 방법은 하나뿐이다.

 

아버지와 아들로서, 대화하는 것뿐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담담하게, 그리고 심도 깊게 이뤄진다.

 

고독한 삶.

 

삶의 유일한 희망.

 

벗어날 수 없는 과거.

 

하지만 그러한 슬픔을 가지고 있다 해서, 삶은 끝나지 않는다.

 

내일의 해는 떠오른다.

 

내일의 삶은 이어진다.

 

살아간다는 건, 의지를 다지는 일.

 

이어지는 의지.

 

겐도의 내일은 유이의 의지가 이어진 '신지'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을 보며 비로서 삶을 깨달은 겐도.

 

숱한 과오를 저질렀지만,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은 하나.

 

과거(유이)의 배웅이었다.

 

그렇게 모든 캐릭터는 내일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그 모두가 에반게리온이라는 공통된 경험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점이 같다 해도, 도착지는 다르다.

 

신지는 자신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과거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신지는 아스카에게 고백한다.

 

내일을 살아가기로 한 아스카에게.

 

'너를 좋아했어.'

'나도 너를 좋아했었어.'

 

시작점은 같은 두 사람.

 

하지만 종착점은 다르다.

 

그렇기에 더더욱 시원섭섭한 첫 사랑.

 

그렇게 신지는 아스카를 보내준다.

 

레이를 보내준다.

 

그리고...

 

에반게리온을 보내준다.

 

어제를 긍정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희망하는.

 

신지가 만들어내는 신세기(Neon Genesis).

 

'안녕, 모든 에반게리온.'

 

9.

자신의 과오를 긍정하고 작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얼마나 긍정할 수 있을까?

 

종종 해보는 생각.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 조금만 더 열심히 했다면.

 

하지만 어제는 돌아오지 않고,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며, 내일을 준비한다.

 

과거는 과거다.

 

과거를 붙잡는 건 그 어떤 선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신지와 마리와 함께 살아가게 되는 건, 그러한 이유다.

 

아스카, 레이와는 결별했으니까.

 

달콤한 기억이지만, 이제는 작별해야 할 아름다운 추억.

 

그렇다면 신지에게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새로운 내일.

 

그리고 그 내일은 바로 마리다.

 

신지를 위해 세계를 파괴한(에반게리온 파破)

 

모두가 냉정한 현실에 빠져 변했을 때도(에반게리온 급急), 어제처럼 오늘과 내일을 기다리던.

 

그리고 신지보다 할 발자국 앞서 있던 존재가 바로 마리이였다.

 

마리를 함께 한다는 건, 나 자신만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것.

 

그렇게 에반게리온 3.0 + 1.0 은 막을 내린다.

 

10.

간단정리.

 

에반게리온 서 - 시작 - TVA와 큰 차이 없음.

에반게리온 파 - 변화의 시작 - 신지의 새로운 선택으로 세계가 변화함.

에반게리온 Q - 결말 - 새로운 선택으로 인한 세계(결말)을 보여줌.

에반게리온 3.0 + 1.0 - 결말을 보완하는 에필로그 - 시작점은 같아도, 자신만의 종착점을 향해 나아감.

 

캐릭터 플롯

이카리 신지

장기 플롯 - 신지는 최후에 어떠한 선택을 내릴까.

중기 플롯 - 자신의 실패로 인한 후회와 깨달음.

단기 플롯 - 매순간 신지의 선택.

 

작품의 주제

선택과 책임, 과거와 내일에 대한 이야기.

과거를 딛고 오늘을 살아가며, 내일을 희망하는 이야기.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11.

이로써 나는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에 대한 분석을 내려놓겠다.

 

즐거웠다.

 

유치원 시절, 친구 아버지댁에 붙은 EOE 포스터를 보고 놀랐을 때.

 

초등학교 시절, 과외 선생님이 에반게리온 서가 재밌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중학교 시절,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보고 충격에 빠졌을 때.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다 같이 Q를 보고 충격에 빠졌을 때.

 

대학교 시절, 친구와 함께 한 배낭여행에서 초호기와 똑같은 색깔의 자전거를 목격했을 때.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3.0 + 1.0 을 보고 홀가분한 숨을 내쉬었을 때.

 

내 인생의 순간에 에반게리온이 있어 즐거웠다.

 

누군가는 에반게리온이 졸작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내게 있어 에반게리온은 내 인생의 한 순간이었다.

 

에반게리온으로 인해 쌓인 수많은 추억들.

 

그것만으로도 나는 웃으며 에반게리온과 작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녕, 모든 에반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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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저격용가리가리
    2021/08/16 16:00

    에바같이 웹소설 전개하면 매장당할 거 같은데

    (oLMY0b)

(oLMY0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