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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 아프가니스탄 유학생 있는데 어메이징하다.

 

기숙사에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국비를 받아 한국으로 유학 온 유학생이 있음. 

 

얘 보면 약간 구한말에 계몽운동이나 실력양성운동을 꿈꾸던 애국지사가 생각남. 전공이 스포츠 쪽인데(아프가니스탄 쪽 태권도 협회 소속이더라), 자기는 이 분야로 나라에 기여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하여튼 각설하고, 얘 말 들어보면 아프간 상황이 상상초월이더라고. 

 

 

1. 사회가 개판임

1) 아프가니스탄 내전(소련-아프간 전쟁이 끝나고 아프간 내에서 군벌들끼리 싸우던 거) 시절에 자기가 태어났는데, 자기 태어나던 날에 자기 집 지붕 위로 두 무장집단의 포탄이 왔다 갔다 날라다녔는 얘기를 천역덕스럽게 하더라. 

 

2) 그러다보니까 얘가 생각하는 싸움이나 폭력의 수준이 달라. 얘랑 얘기하다가 아프간인들이 민족과 종교로 갈려서 많이 싸운다고 하니까 (아프간도 다민족 국가임. 파슈툰족이 다수지만 다른 민족도 적지는 않음), 내가 "야, 한국인들도 종교나 이념 뭐 그런걸로 갈려서 많이들 싸워" 했거든. 그러니까 "오, 그렇지. 너네도 북한이랑 트러블 있지?"이러길래 뭔가 말이 엇나가는 거 같았음.

확인해 보니까....난 그냥 한국인들끼리 분열되어서 키보드워리어질 하는 거 정도나 생각했는데, 얘는 북괴 포격 도발 같은 거 생각하고 있었음.  그니까....얘는 화약과 총기가 결부되어 있어야 "싸움"이나 "폭력"이라고 불릴 수준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았음. 

 

3) 쉽게 말해서 아프가니스탄에는 종교(수니-시아)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민족 문제도 있음. 이게 참 아이러니한 게, 과거에는 종교떄문에 싸우긴 했어도 민족은 딱히 싸울 거리가 아니었는데, 민족문제까지 갈등의 이유가 되어버렸다고 하드라. 

 

4) 국민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로 한국의 격구와 굉장히 유사한 게 있음(굳이 역사적 연원을 따지면 격구의 기원이 페르시아니 저쪽이 더 먼저임). 영상 보여줬는데 진짜로 거대한 진흙뻘밭에서 엄청난 수의 말들 타고 사람들이 떼거지로 우르르 몰려다니며 경기하는 걸 아프간 방송국에서 중계를 하더라(*참고로 미녀 아나운서가 나와서 중계를 하는데, 탈레반 시절에는 여성의 직업활동을 금지했지만 아프간 정부는 확실히 아닌 모양. 사실 아프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는, 전통적으로도 중동에 비해 이슬람 율법이 좀 나이롱해서 여성의 직업활동이 보다 자유롭기도 했음). 

 

근데 공으로 쓰는 게 공이 아니라 돼지 시체더라(...). 아무튼, 사람보다 말이 더 많아 보였음. 

 

5) 골때리게도 이 와중에 아프간에도 제국주의? 패권주의? 뭐 그런 거 꿈꾸는 사람들이 있음. 두라니 제국이라고 아프가니스탄 역사상 가장 찬란하고 강력했던 시대가 있는데, 그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하는 양반들이 존재한다는 것. 정작 그 유학생은 그런 사람들 비웃었지만...

 

6) 문맹률이 한없이 높음(그리고 전기보급률은 어처구니 없게 낮음. 자기도 전기불 없이 공부해서 왔대). 그 친구도 이걸 가장 한탄하던데, 사람들이 교육수준이 낮다 보니 종교지도자들의 말을 철썩같이 믿음. 근데 이 종교지도자들이 수니 계열은 주로 사우디에서 교육받고 온 사람들이고(가끔 이집트 출신도 있긴 하대), 시아는 이란 갔다 오는데, 하나같이 죄 꼴통들이래(예를 들어 사우디에서 가르치는 이슬람 종파는 수니파 중에서도 꼴통으로 유명한 와하비파임). 근데 얘가 시아파라서 아무래도 시아에 나쁜 얘기는 잘 안하드라. 

아무튼...이렇게 종교지도자들이 과격하고 근본주의적인 걸 배워서 떠드는데, 문맹이 많은 민중들은 종교지도자들을 믿고 지지하는 게 문제라고. 정작 그 종교지도자들은 부패해서 정부 돈을 황령하는데도 말이지. 


 

2. 치안이 개판임

1) 어느 정도나면 수도인 카불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국립대학 캠퍼스에서 공대생이 백주대낮에 총맞아 죽음. 한국으로 치면 서울대 같은 곳이고, 아프간 사정상 그런 대학 공대생이면 사실 그 나라에 정말 귀중한 인재일 거고, 그 나라에서 최고 수준의 수재일 텐데, 강도가 그냥 그 학생 스마트폰 뻇겠다고 캠퍼스 정문 앞에서 총으로 쏴죽였다고 함.  

 

2) 이 말을 해준 유학생 본인도, 사실 아프간 정부 지원 받아서 한국으로 유학 올 정도면 나름 그 사회 엘리트거든. 근데 그 친구 나이가 20대 중반인데...그 나이에 자기 머리에 총 겨눠지는 경험을 세 번이나 했다고 함. 한 번은 길가다가 차에 태워져서 납치를 당한 거고, 한 번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택시에서 내리는데 이마에 총 겨눠졌다고. 

 

더 환장할 건 세 상황 모두 경찰이 아니라, 그 스스로의 힘으로 자력으로 그 상황을 타개해야 했다는 것. 아무도 안 도와줬대. 

 

 

3. 정부꼴이 개판임

1) 미군이 아프간을 점령한 뒤로 아랍에미리트 부동산이 존나게 오르고 마천루가 들어섰다고 분개했음. 왜? 미군이 아프간 재건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뿌렸는데, 아프간의 발전을 위해 쓰였어야 할 그 돈이 높으신 분들이나 특히 종교지도자(물라)의 주머니로 들어갔고, 그들은 그 돈으로 아랍에미리트 부동산에 투자를 한 것. 거기가 중동에서 돈이 모이고, 아프간보다는 훨씬 돈이 되고, 또 훨씬 안전한 곳이니깐. 그래서 미국이 준 돈이 아프간을 거쳐서 아랍에미리트에 마천루를 짓는 데 쓰이는 꼴이라고 분개를 했음.  

 


4. 주변국과의 관계

1) 탈레반은 무한히 나옴. 탈레반의 주 근거지는 아프간 남부, 파키스탄 접경지 부근인데, 접경국들끼리는 으레 그렇듯 파키스탄이랑 국경이 명확하지 않은 지역이 몇 있음....그런데 아프간이 파키스탄보다도 나라꼴이 안좋다 보니까, 파키스탄이랑 그 지역 문제로 알력이 벌어져도 큰 소리를 못 냄.... 

 

그러다 보니까 그 지역을 관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하자면 거긴 아프간 정부의 힘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는 곳이 된 거임. 거기가 일종의 '탈레반 양성 학교'로 기능하고 있다고. 파키스탄 정부도 아프가니스탄으로 탈레반이 계속 들어가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2) 근데 아프간 정부랑 파키스탄 정부랑은 사이가 안좋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아프간인과 파키스탄인들의 관계는 나쁘지 않음. 오랜 세월 동안 서로 결혼하고 거래하고 알고 지내던 사이다 보니(애초에 파슈툰족은 두 나라에 다 걸쳐 살기도 하고...), 이 계곡 너머부터는 파키스탄인인데 거기 사는 아무개는 저 강 너머 사는 아프간인 아무개의 삼촌이고 또 그 사람은 저 산 너머 아무개의 조카고...하는 상황이다 보니, 정부간 관계가 아니라 기층 민중들 입장에서는 그냥 이웃인 것. 

 

3) 이란과의 관계는...이란이랑 아프간이 역사적으로 공유하는 게 많은데(둘 다 페르시아 제국의 일부기도 했고), 이란이 더 유명하고 더 강국이다 보니, 아프간의 문화유산이나 역사적 인물을 이란이 도둑질해 간 게 있다고 분개하는 게 있음. 

 

아마 우리 식으로 따지면 중국애들이 한복을 한푸로 부르거나, 윤동주가 중국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 듯.  

 

4) 아프간이 얼마나 개 약소국이냐면, 파키스탄에게 깨갱하는 건 물론이고, 이란이나 우즈베키스탄은 그야말로 아프간인들에게 신세계를 보여주는 메카 같은 곳임. 자기가 아프간에서 처음으로 외국 나가본 게 우즈베키스탄인데, 그 국가의 강함과 번영함에 감탄했다고(...)함. 우즈벡이 약간 중앙아시아(이란제외) 국가들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듯해.  

 

한국? 자기는 한국인들이 이렇게나 풍요롭고 번영하게 살면서도 맨날 자기 가난하다고 하고 바쁘고  힘들어하는 이유 잘 모르겠대.....

 

 

5. 지금 이 유학생 얘는 ㅈ됐음

1) 일단 얘는 무슬림 시아파임. 그런데 탈레반은 수니파인데다가 지들 사상에 안 맞으면 죽이는 꼴통들임. 설명 끝.

 

2) 아프간 국비로 유학 온 거고, 또 본인도 나라를 위해 기여하고 싶다던 애라 졸업하면 귀국해야 함.

 

3) 현지에 가족들이 있음. 특히 아내가 있는데 임신중임.

매일같이 아프간 시간에 맞춰서 새벽에 집에 전화하던데, 얘 괜찮을지 모르겠다. 

 

 

오늘 수도 카불에 탈레반 진입했다던데.

 

댓글
  • 불법번역본신고 2021/08/15 22:10

    망명신청하라고해

  • 루리웹-4417596103 2021/08/15 22:11

    말이야 웃으면서 할지언정
    속으론 피눈물 흘릴 상황 무엇

  • 마름모몸매 2021/08/15 22:19

    돌아가면 다른 종파에 외국물 먹었다고 엄청 린치당하겠고 홀몸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본국에 가족도 있다니 참.....

  • 시나몬치킨 2021/08/15 22:20

    안타깝다 진짜


  • 불법번역본신고
    2021/08/15 22:10

    망명신청하라고해

    (BaquWs)


  • 루리웹-4417596103
    2021/08/15 22:11

    말이야 웃으면서 할지언정
    속으론 피눈물 흘릴 상황 무엇

    (BaquWs)


  • 도나도나도나도나도나
    2021/08/15 22:11

    탈레반에 정권이양한다더만 ㅋㅋ 망한듯

    (BaquWs)


  • 마름모몸매
    2021/08/15 22:19

    돌아가면 다른 종파에 외국물 먹었다고 엄청 린치당하겠고 홀몸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본국에 가족도 있다니 참.....

    (BaquWs)


  • 시나몬치킨
    2021/08/15 22:20

    안타깝다 진짜

    (Baqu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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