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전투식량.jpg

▲1951년 7월 17일. 문산의 한 폐가에서 끼니를 챙기는 대한민국 육군 일등중사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언제나 보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싸우기 위해 포탄과 탄약을 보급받고, 잘 싸우기 위해 언제나 배 곪지 않아야만 적을 이길 수 있는 것이고

한국전쟁 또한 전선의 호국영령들의 배를 채우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더 힘든 상황에서도 그들이 끼니를 챙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전쟁에서 모든 병사들이 취사차량에서 밥을 지어 반찬과 함께 편히 앉아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국군장병들은 전시 상황에서 주먹밥 소금국으로 급하게 끼니를 챙겨먹긴 했었지만 그것조차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썩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보급된 것이 미국이 생산한 전투식량이었으나, 이것도 작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였는데...바로 맛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전형적인 서구식 입맛에 맞춘 미국의 C-레이션은 맵고 단 음식에 길들여진 한국인에겐 맞지 않았고 (사탕과 고기가 듬뿍 들어가서 장점도 있었음)

결국 국방부는 국군장병들의 입맛에 맞춘 한국 최초의 전투식량의 생산을 결정하였고, 그렇게 1950년 8월에 비빔밥 통조림이 탄생하였다

▲후방의 아낙네들이 전선으로 보낼 주먹밥을 짓고, 전선의 병사들이 그것을 먹었다

치열한 전황 속에서, 특히 무더운 7, 8월의 뙤약볕에서 썩어버린 주먹밥과 소금국으로 배를 채우던 국군장병들을 위해

매콤한 고추장 양념에 잘 비벼진 비빔밥 통조림은 그야말로 장병들의 희망이 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이상론이었을 뿐이었고, 비빔밥 통조림은 생산 6개월 조차 넘기지 못하고 1950년 말에 단종 되었다

왜 그랬을까?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하셨던 육군 병참단 중대장을 역임하셨던 모 장병 분의 증언에 의하면

"...50년 8월 초부터 비빔밥 통조림을 만들어 낙동강 전선의 일선부대에게 보급하였는데

깡통 진공처리가 허술하여 부패하는 바람에 51년부터는 생산하지 않았다"

라고 한다

이 무렵 대구, 부산 등지의 식품공장과 민간 피복공장은 군이 모두 장악하여 24시간 철야근무를 지시하였고

피로로 인한 노동력 저하, 당시 한국의 저열한 공업기술력이 시너지를 일으켜 통조림의 밀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다

물론 비빔밥 통조림은 제품의 질을 도외시하고 무조건적인 물량생산에만 급급했었던 것이 문제였지만

이후에도 전선의 장병들을 위한 전투식량 보급과 개발은 멈추지 않았고, 이후에는 미숫가루와 건빵 보급에 박차를 가했다고 한다

그 이후 자국산 전투식량은 미국의 C-레이션을 거쳐 월남전에서 장병들의 사기고취를 지켜준 K-레이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