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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 슬라이드 필름과 라이카 M7으로 해보는 인물사진

0. 배경과 장비
저는 예전에 단종전에 사다놓은 코닥 E100VS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 필름을 단종 전에 100롤 쯤 사놓고 냉동을 시켰는데 평소 찍는 양이 적어서 여전히 쓰고 있네요.
보통은 정물이나 거리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미국으로 이주를 하고 나서는 인물 사진을 조금 더 해보고 있습니다.
저는 M7과 Summilux 35 ASPH (현행 바로 이전), Summilux 50 ASPH (현행)을 씁니다.
스캔은 5ED을 이용하여 니콘 스캔으로 결과물을 정리합니다.
다른 카메라들도 있지만 본 글과는 무관하니 이 장비들과 필름에 집중하여 몇 가지 단상을 써보고자 합니다.
arizona_2021_001.jpg
1. 필름 인물 사진의 컷수 제한
필름으로 인물 사진을 하면 아무래도 컷수에 제약이 큽니다.
아무리 제가 쌓인 필름이 많다고 해도 현상과 스캔 비용, 그리고 스캔 시간 때문에
좋은 순간을 노리고 마구 연사로 찍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스튜디오 하시는 분들은 사진을 찍을 때 2-3장의 사진을 위해 몇 백, 천 장 단위로 찍으시지만,
필름인 경우 저는 많아도 5-6장 정도만 같은 포즈에서 촬영을 합니다.
이게 꽤 큰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마구 찍을 수 없다보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면서 사진의 기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2000년대 이전의 사진가들은 그래서 노트를 하라는 충고를 했었습니다.
근데 그렇게까지 하자니 너무 번거로운 일이 되어서 저는 하지 않는 편입니다.
다만 사진 매수가 적다보니 계속 같은 사진을 리뷰하게 되고 그러면서 반성하고 배우는 부분이 많습니다.
무수한 단점이 있지만 취미사진 생활을 할 때 필름 사진을 한다는 것의 장점은 아마 그 리뷰에서 오지 않나 싶습니다.
scottsdale_2021_004_i.jpg
2. 슬라이드 필름 노출 문제
슬라이드 필름으로 노출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어느 정도 상식이지만,
브라케팅 말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냐는 여전히 숙제입니다.
특히 역광 촬영은 참 어렵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비용과 시간 문제로 여러 사진은 찍지 않고 그냥 감각에만 의존해서 하는 편입니다.
물론 이게 좋은 아마추어 사진을 위한 훈련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라이카 M 정도의 신뢰성 있는 카메라라면 왠지 이정도면 될 것 같다는 감각이 오랜 시간을 걸쳐서 생기게 됩니다.
그 과정이 좀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믿을만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핸드폰용 노출계 앱이 있다보니 인물에 대고 노출을 잡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arizona_2021_003.jpg
3. 슬라이드 필름 피부톤 문제
저의 경우에는 후보정의 귀찮음을 피하고자 매우 색감이 강한 필름을 씁니다.
그럴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마 피부톤 문제입니다.
동양인의 경우 코닥 슬라이드에서 너무 색이 강하게 나올 경우 마치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미국 원주민처럼
피부가 너무 주황색으로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백인의 경우 그런 문제는 많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요즘에 나오는 슬라이드 필름 (예: E100) 들은 후보정을 감안해서 아주 중성적인 색감으로 나오기 때문에
아마 이런 문제들은 현존하는 슬라이드 필름에선 더는 고민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phone_vs_film_001.jpg
4. 슬라이드만의 특수한 색감
디지털 사진과 필름 사진의 비교에서 항상 거론 되는 문제는 색감입니다. 이제는 고전적인 토의 주제죠.
확실히 둘 간의 색은 많이 다르지만 어느 정도 디지털로 필름 색 모방은 가능합니다.
심지어 핸드폰으로 촬영해도 그 격차는 줄일 수 있긴 합니다. 위에 제가 만든 한 예시를 보시죠.
문제는 이렇게 색 모방을 할 경우에는 반드시 필름 레퍼런스가 있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상 속에서 '필름 색감은 아마 이렇겠지'하고 추정하며 보정을 해야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슬라이드만의 특수한 색감이 어디에 있냐 물으면, 민감한 색온도 반응에 있습니다.
색온도가 미묘한 시점에도 슬라이드 색은 그 다양한 색 간의 밸런스가 잘 잡힌 채로 유지되어 있습니다.
그걸 디지털로 모방하는 게 특히 어려운 편이라, 그런 색을 잘 살려가면서 촬영하는 게 필름 사진의 장점을 살리는 방법 아닐까 합니다.
tempe_2021_006_i.jpg
5. 촬영 시간의 한계
한편 색온도가 독특한 시간은 보통 노출이 잘 나오지 않아 촬영이 쉽지 않습니다.
해가 지면 사실상 촬영을 접어야하는 필름 사진의 특성상 아주 짧은 시간의 외줄타기에 가깝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필름카메라에 비해서 해상력이 좋은 밝은 라이카 렌즈와 RF 방식의 카메라가 그나마 우위를 가집니다.
물론 삼각대를 쓰거나 디지털 카메라를 쓰면 당연히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그런 방식을 원하지 않는 분들께는 이 옵션이 가장 나은 옵션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tempe_2021_028_i.jpg
6. RF의 약점? 보케 예상 불능
촬영한 인물사진을 현장에서 뷰파인더나 스크린으로 리뷰를 못 할때 발생하는 문제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아마도 촬영된 모델의 표정을 모니터링 하지 못 한다는 점입니다.
그 문제 다음으로 심각한 문제는 보케가 어떻게 나타날지 잘 알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매크로 사진 같이 반드시 보케가 나오는 사진이 아니라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인물 사진에선
보케라는 것이 어떤 특정 조건에서 만들어지기 마련인데, 그걸 완전히 깨우치는 게 좀 어렵습니다.
물론 근접 촬영을 하고 그림자 자체에서 몽글몽글함이 보이는 상황이라면 보케를 만들기 쉽습니다.
다만 그보다는 더 평범한 상황에서 극적인 사진을 원하다보니 이런 상황이 조금 아쉽습니다.
phoenix_2021_010.jpg
7. 총평
슬라이드 필름으로 라이카 RF 카메라를 이용해서 인물 사진에 도전하다보니 여러가지를 배웁니다.
분명 이 세팅은 인물사진에 최적화된 세팅이 아니기에, 어떻게 보면 참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이 아슬아슬함 때문에 촬영이 즐겁기도 합니다.
적어도 결과물이 잘 나올 땐 확실하게 잘 나오기 때문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추천 할만한 방식은 아마 아니지만, 이걸 즐길 수 있는 사람에겐 분명 흥미로운 촬영 방식일 겁니다.
tempe_2020_012_i.jpg
더 많은 사진은 https://www.instagram.com/tcat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 ATOM아톰 2021/07/26 11:42

    와...글도 사진도 너무 좋네요 !!!!

    (hjpofY)

  • tcatkr 2021/07/26 11:45

    감사합니다! 저도 쓰면서 생각이 좀 정리되네요.

    (hjpofY)

  • Simplian 2021/07/26 11:51

    인물 사진 너무 좋습니다. 글도 좋구요! 추천드립니다. ^^

    (hjpofY)

  • tcatkr 2021/07/26 12:04

    칭찬에 감사드립니다!

    (hjpofY)

  • ★세아이의파파☆ 2021/07/26 11:53

    와... 사진들 너무 좋네요...
    글은 천천히 다시 읽어 보겠습니다..
    인스타... 팔로우 신청하려고 해는데 벌써 되어있네요 ^^
    추천드립니다.

    (hjpofY)

  • tcatkr 2021/07/26 12:05

    저도 어디까지 글로 써야하나 고민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안다고 이런 글을 쓰나 싶기도 했고요.
    단상으로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hjpofY)

  • Kubrick 2021/07/26 12:09

    인스타에서 사진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요즘 슬라이드 필름으로 다시 찍어보는데, 큰 도움이 되네요~

    (hjpo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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