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5를 1년 사용하며 드는 생각...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취미로 했던 사진을 13년전 즈음에 장비들을 정리하면서 손을 놓았습니다.
SLRCLUB은 초기부터 회원이었지만 중간에 여러가지 이유로 잠시 탈퇴하고 눈팅 회원으로 다시 가입했네요.
IT 기기 연구/개발 엔지니어로 30년 넘게 일해오다 보니 어느덧 체력이 안되서 현역에서 은퇴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늙으막히 다시 시작할 취미를 찾다보니 DSLR이 미러리스로 넘어오고 R5가 출시되더군요.
수십년동안 캐논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오락가락 AF가 해결된걸 확인하고 R5를 다시 들이며 장비들을 셋팅하기 시작한지 1년이 됐습니다.
하..나이들면 정말 세월이 너무 빠르다...
그렇게 R5를 다시 들이고 1년을 사용하며 느껴지는게 캐논을 보면 일본이 왜 망해가는지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한 예로, 미러리스로 넘어오며 전자셔터란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어 있더군요.
카메라를 오래 다뤄본 분들은 모두 느끼시겠지만 사용 기간이 늘어감에 따라 기계식 셔터의 수명 스트레스가 존재하지요.
그런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게 전자셔터 기능일텐데 이건 뭐 셔터음도 없고 플래시와 연동도 안되고 많이 불편하더군요.
이게 기술적으로 어려운것도 아니고 이미 카메라 하드웨어는 해당 기능을 지원하고도 남을 수준인데 지원 안하는건 더 비싸게 팔 모델을 위해 남겨 놓았다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캐논이란 기업에 들었던 생각이지만 한마디로 충성하는 고객들을 이용한 장사꾼이고 기술의 발전보다 상술의 발전에 더 의존하는 기업이란 생각이 계속 듭니다.
제가 30년 넘게 기술 발전이 빠른 IT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하면서 느끼는게 이 문제는 비단 캐논 뿐만아니라 일본 기업 전체적인 문제점으로 느껴지는 것이고 그런 잔재주에 익숙한 일본에서 더 이상 혁신을 찾아보기 어렵게 만든 원인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사진 장비를 정리했던 십여년 전에 비하면 모니터나 컴퓨터 성능은 엄청 발전했고 그에비해 가격은 정말 싸졌는데 카메라와 렌즈 만큼은 발전한 기술에 비해 가격은 점점 더 넘사벽으로 가고있단 생각이 듭니다.
예전엔 사진을 모니터로 보면서 잘 나온 사진 한장에 감동을 받았는데 지금은 모두들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니 아무리 대포를 사용해서 힘들게 찍어도 다 고만고만한 사진으로 보더군요. 그나마 동갑내기 제 아내는 사진 보정할 때 모니터를 보면서 잠시나마 감동할 시간이라도 있지만 휴대폰으로 결과물만 보는 일반인들은 그냥 쫌 잘나온 사진 그 이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 마다 비싼 돈 들여가면서 왜 장비에 투자했을까 ? 이런 생각이 계속 머무네요.
점점 더 비싸지는 카메라 시장을 보니 휴대폰의 발달과 함께 MP3와 컴팩트 카메라가 사라지듯 DSLR도 일부 전문가들만의 영역으로만 전환되는게 더욱 빨라질것 같습니다.
어제 82인치 TV를 한대 주문했습니다.
이제 가격이 내려와서 210만원도 안하네요. 쓸만한 RF 중고 렌즈 값보다도 싸더군요.
대형TV를 집에 놓으면 수명 다 할때까지 온 가족이 즐거운데 내 취미를 위해 더 비싼 렌즈를 추가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 약간의 반성도 합니다.
제가 나이가 들었듯 제 주변인들 모두 나이들면서 사진 찍히는걸 기피하는데 인물사진을 좋아하는 저의 사진 취미가 과연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잠이 일찍 깬 새벽에 다시 사진을 취미로 시작한 1년을 돌아보며 끄적거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