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하게 따지고 들면 글이 너무 길어지므로 대충 이런 느낌이다, 정도로만 설명하겠다.
(그러니 참고 정도로만 생각하고, 아주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으면 전문서적을 따로 찾아보도록 하자)
1. 한국어와 일본어의 결정적인 발음 구조 차이
일본어를 포함한 어지간한 언어들은 성대의 울림으로 발음을 구분하는 성음(유성음/무성음) 구조인데 반해
한국어(+중국어, 태국어)는 특이하게 음이 세기로 발음을 기음(유기음/무기음) 구조의 음성을 사용한다.
(명백한 구분법은 아니지만, 알기 쉽게 구분하자면 대충)
이렇다 보니 설령 우리는 K-G, S-Z, T-D, P-B의 구분이 되는 것 같아도, 일본어 화자들에게 있어서는 엄청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문제는 일본어를 구사할 때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그 어떤 외국어를 구사해도 한국어 화자는 바로 티가 난다.
(특히 한국인의 미국식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발음은 딱 들어도 한국인이라는 티가 바로 난다)
게다가 일본어는 이탈리아어처럼 극단적인 개음절(어두가 모음으로 끝남)의 언어인데
계속해서 개음절로 발음하는 건 효율적인 음성 구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므로, 일본어는 일부 규칙에 따라 '모음의 무성화'가 이루어진다.
(무성음 사이에 전설 모음인 i와 e가 올 경우, i와 u가 어미에 올 경우가 대표적)
그런데 일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들 중 모음의 무성음화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개인적인 경험상 전문가를 제외하면 딱 한 명 본 정도.
2. 한국어에 없는 일본어 발음들
이건 매우 잘 알려진 부분이락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우선 1에서 설명한 것들은 일본어의 자음들은 근본적으로는 대부분 한국어에 없는 발음이라고 봐도 되는데, 이 부분을 명백하게 구분하자면 음운론적으로 끝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는 대표적이고 간단한 것들만 설명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1) う(u)단
일본어의 う는 한국어의 ㅜ처럼 입술을 쭉 내밀고 하는 발음이 기본적으로 아니다. (관서방언의 경우는 ㅜ에 가까움)
그렇다고 ㅡ도 아닌게, ㅜ는 오므린 입술에서 발성되고, ㅡ는 입안에서 발성이 이뤄지는데, う는 발성이 입술쪽에서 이뤄진다.
굳이 설명하자면 가만히 냅둔 입술을 ㅜ모양으로 만드는데, 약 7~80%까지만 입술을 내밀도록 하자. 그리고 ㅡ발음을 입술에서 내도록 해보자.
(독일어로 움라우트가 붙은 모음이나, 프랑스어의 u 발음할 줄 안다면 어떤 요령인지 알 것이다)
2) が(ga)행
일본어의 が행은 두 가지 발음을 지닌다.
하나는 영어와 같은 g(탁음), 하나는 한국어의 ㅇㅇ과 같은 발음(비탁음으로 응아, 응이, 응우, 응에, 응오 같은 발음)이다.
탁음은 어두에 올 때, 비탁음은 첫 음절을 제외한 음절에 올 때의 발음이며
숫자의 경우에는 그 어디에 와도 무조건 탁음으로 발음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오후 5시 55분경을 뜻하는 午後5時55分頃(gogo goji gojuujofungoro)인데
탁음을 그냥g, 비탁음을 g'로 표현해보자면 go'go goji gojuugofun'goro 로 발음하게 된다.
3) ざ(za)행(じ제외)과 じゃ(ja)행의 구분
한국인에게 있어 일본어 발음 난관 1호가 z와 j의 구분이다.
요컨에 한국인들은 '자쿠(zaku)'를 자꾸 'Jaku'라고 발음하게 된다.
한국어 화자 입장에서야 별 차이 없는 것 같지만, 일본어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다.
단순히 영어로 치환해봐도 zet와 jet은 전혀 다른 단어인 것처럼 말이다.
4) つ(tsu)
모르겠다 싶으면 let's go 할 때 t's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어 화자의 상당수가 let's의 t's를 '츠'로 발음하는 맹점이 있긴 하지만...)
야매이긴 한데, '쓰' 발음을 할 때 혀를 앞니에 더 붙였다 땐다고 인식해 보자. (쓰 발음보다 좀 더 혀에 힘주기)
5) ふ(fu)
명백하게는 '후'도 아니고 fu도 아니다.
영어의 f발음은 윗니와 아랫입술을 마찰시키는데, 일본어의 f는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닿지 않도록 소리만을 마찰시켜 내는 f발음이라 생각하면 된다.
3. 모라/액센트 생략, 그리고 인토네이션
'이 사람 한국인이구나'라고 아주 크게 티가 나는 영역이 바로 이 부분이다.
우선 일본어는 '박자 언어'임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 가나 1개가 하나의 박자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뭐 그 정도는 대충 안 지켜도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절대로 아니다. 절대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우선은 장음이 있는데(같은 모음이 두 번 연속, おう, えい, ー) 많은 한국어 화자들은 이걸 생략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도쿄(とうきょう, 토-쿄-)가 대표적인데,Tokyo로 표기하는 영어조차도 발음은 to-kyo-이다.
그리고 っ(촉음)과 ん(응)도 반드시 하나의 박자를 가져야 한다.
젯톤성인은 ゼットンせいじん이므로 '젯톤세진'처럼 4박자가 아니라 아니라 '제엣토온세-지인'처럼 8박자를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토네이션(액센트)인데
한국어야 유별나게 액센트가 없어서 그렇지, 일본어는 유럽 언어들처럼 이 액센트(인토네이션)가 굉장히 중요한 언어다.
여차하면 인토네이션이 잘못되면 '발음이 틀렸다'라고 지적을 받을 때도 있다. (특히 사람 이름)
모든 인토네이션을 외우는 건 힘들어도, 아타마다카가타(단어의 첫 번째 음절이 올라가는 액센트)와 헤이반가타(단어의 첫 번째 음절이 올라가지 않고, 경우에 따라 두 번째 음절이 올라감)정도는 적어도 단어를 배우는 단계에서 인토네이션을 한 번 알아두면 굉장히 편하다.
대표적으로 젓가락은 Ha⤴shi⤵, 다리(bridge)는 ha→shi⤴로 발음한다.
이 액센트는 지역별로 다르므로 그 사람이 어느 지역 출신(정확히는 도쿄 출신이 아님)임을 구분할 때도 있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4. 한국인의 특성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한국어-일본어 바이링걸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기 전까지는 이 점을 살려 외국인들에게 일본어를, 일본인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해왔다.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보니 어느 정도 배우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경향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외국어를 배우는 한국인들의 태도가 정말로 크게 티가 난다. 이는 일본어를 배울 때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진데
주로 '한국어 화자로서의 특징'과 '한국인으로서의 특징'이 복합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한글 하나의 자모는 명백히 여러 가지 발음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이 사실을 거의 모른다. 정확히는 '언어(발음)'와 '문자'가 가지는 특징을 잘 구분할 줄 모른다.
게다가 외국어를 학습할 때 '한글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한글로 어떻게 써요?' '한글로 어떻게 발음해요?' 같은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아왔다.
다른 외국어를 해도 한국인인 것이 바로 티가 나는게 이 부분이다. 한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 그 한글이 가지고 있는 발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이 대표적인 특징은 글 마지막에 붙일 부록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대충 위에서 말한 것들이 정리된 거라고 보면 된다.)
물론, 외국어를 배울 때 자국어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 나라는 제법 많다. 당연하지만 자신이 사용해온 모국어를 기준으로 언어를 학습하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런데, 한국어 화자는 이런 특징이 너무 강하다. 자모 하나하나가 가지는 근본적인 발음법에 대한 학습이 익숙하지 않은 탓인 듯하다. 이렇다 보니 일본쪽에서도 한국어 화자에 대한 일본어 발음 학습법은 일본음성학회를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고, 지금은 어느 정도 커리큘럼이 갖춰져 있다.
다만, 결국은 배우는 본인이 그 언어 학습에 대한 의식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외국인 티 이전에 한국인 티는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여행 정도의 간단한 커뮤니케이션이 목적이라면 이런 부분은 별로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이 일본어를 할 때 일본인들은 집중해서 들어주는 편이니까.
단지, 일본에 일을 하러 와서 '일본어 못한다고 차별 받는다'라고 불평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일본어를 가르칠 때는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 때문에 한국인들이랑 일본어를 구사할 때도 많은데, 템포가 빠르고 전문지식을 수시로 주고 받아야 하는 가운데, 한국인의 일본어 발음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인 나도차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발음이 엉망인 한국인들을 너무 많이 만나왔다.
그 어떤 언어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어 발음은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한 도구이지, 외국어를 구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일본어는 발음이 쉬우니까 공부 안 해도 되겠지'라는 건, 중급 이상의 일본어 구사가 필요하다면 제일 먼저 버려야 할 사고방식이다. 한국어 발음의 대부분을 외국어와 대응하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알고 공부를 시작하도록 하자.
1. 파열음, 파찰음의 유성성에 대한 변별이 안 된다
-(특히 어두)b, d, g → p, t, k
-(특히 어중)p, t, k → b, d, g
-(특히 어두)ジャ、ジ、ジュ、ジェ、ジョ → チャ、チ、チュ、チェ、チョ
-ジ→シ、スィ、ザ→サ
-(특히 어두)p, t, k의 기식이 강함
-b, d, g의 후두화음화(어중의 p, t, k도)
-シャ→サ
2. ス에 대해 tɕ, dʑ, ts, dz가 대립하지 않는다.
-ツ→ス
-ツ→チュ
-ザ、ズ、ゼ、ゾ→ジャ、ジュ、ジェ、ジョ
-(특히 어두)ザ、ズ、ゼ、ゾ→チャ、チュ、チェ、チョ
-ジャ→ザ
-キ、ギ→チ、ジ
3. 어중의 h
-h의 탈락, h의 마찰이 약해진다.
-ヒ→hi
-フ→hu
4. 어두의 m, n, r
-어두의 マ행→バ행
-어두의 ナ행→ダ행
-어두의 n, nj의 n탈락
-ラ행과 ダ행의 혼동
-어두의 ラ행이 떨림음화한다.
5. 어두의 r이 n화 내지는 탈락한다.
-한자어 어두의 ラ행의 r탈락(특히 ri, rj)
-한자어 어두의 ラ행이 ナ행화(특히 ri, rj이외)
6. 모음 특징.
-모음이 무성음화하지 않는다.
-ウ의 원순음화가 강하다
-エ의 원순음화가 강하다
-オ의 개구도가 크다
7. 모음의 장단이 대립하지 않는다.
-촉음이 치경파열음 t화
-촉음의 잘못된 삽입(파열음의 농음화)
-촉음의 길이가 불충분
-장음의 잘못된 삽입
-장음의 길이가 불충분
-박자와 길이가 불균등
-모음+비음에서 모음이 비음화
8. 음절말자음의 n(撥音)이 연음화한다.
-발음(撥音)이 연구개비음ŋ화
-발음이 치경비음n화
-발음+모음에서 치경비음 n삽입(다음 박자의 ナ행화)
-발음의 길이기 불충분
-한자어 발음+ラ행의 발음이 l화
-ル+ラ행에서 ル의 l화
9. 액센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액센트에 대한 의식이 희박하여 헤이반가타화
-어두의 액센트가 매우 높다(1박째와 2박째 액센트 음정이 같음)
-위와 같은 구조로 2박째 액센트 음정이 매우 높음)
10. 인토네이션의 특징이 일본어와 다르다.
-어말을 길게 끌며 음정이 낮아지는 인토네이션
-상승조가 수직적
-의문사질문문의 상승조가 하강조화
-상승조나 강세가 액센트의 형태를 무너뜨린다.
11. 외래어나 한자어의 어형이 일본어와 다르다
-외래어 ファ、フィ、フ、フェ、フォ가 P화
외국인인데 발음 좀 못할수도 있지
샹각보다 너무 전문적이라
다들 안읽을거 같아서 먼저 ㅊㅊ박음
한국안에서도 사투리 쓰던 사람이 표준어 쓰면 티 날때 많은데 외국어 배우면 어지간히 해서는 티 나는게 어찌보면 당연하지
신기하긴한데... 모루겠어
굉장히 전문적인 언어학 글이다
인류 참 신기해. 분명 동일종 동일 발성기관을 가지는데
어찌 그렇게 언어가 발음 수준 음소 수준부터 그리도 다양한지.
쌀마스터 2021/07/12 14:16
외국인인데 발음 좀 못할수도 있지
모드레드 2021/07/12 14:17
샹각보다 너무 전문적이라
다들 안읽을거 같아서 먼저 ㅊㅊ박음
루리웹-3166949261 2021/07/12 14:17
공감가는 내용이네
차돌박이 2021/07/12 14:18
안해
루리웹-779344224323 2021/07/12 14:18
노조기 클럽 갔는데 옆에 손님이랑 대기실에서 이야기 하다가 노조기 발음이 그게 아니라고 해서 충격 먹은 선배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Zoltaxian 2021/07/12 14:21
노조'키' 말하는 거임?
인생 내리막 2021/07/12 14:18
네이버 웹툰중에, 재일교포인데 한국인 엄마한테 코끼리 (조-) 발은 가르쳐주던게 생각난다
어떻게 해도 발음이 다르더라 하는 내용
Zoltaxian 2021/07/12 14:22
한국어로 '조'는 jo라서
일본어로는 zo-라고 발음해야 되는데, 영어 같은 외국어 지식 없는 어르신들은 za, zu, ze, zo 발음 많이 어려워하심.
계란으로가위치기 2021/07/12 14:20
와우 전문가 유게이
샛별나기 2021/07/12 14:22
난 일본어를 잘 몰라서 한자어 주로 쓰는데 그래서 대학원생끼린 별 막힘없이 대화가 되는데
일상생활이 잘 안되더라 흑흑
Zoltaxian 2021/07/12 14:24
일리있는 듯.
한자어는 인토네이션이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테지만
반면 일상언어는 순일본어 비중이 높아서 인토네이션 학습이 쫌 많이 중요.
볼빵빵이🦔 2021/07/12 14:24
신기하긴한데... 모루겠어
🐱야옹야옹🐱 2021/07/12 14:25
한국안에서도 사투리 쓰던 사람이 표준어 쓰면 티 날때 많은데 외국어 배우면 어지간히 해서는 티 나는게 어찌보면 당연하지
겨울뱜 2021/07/12 14:27
외국에를 억양까지 완벽하게 해서 외국인인거 티안나게 할필요는 없을듯.. 전문적인 일이 아닌이상
루리웹-7173096448 2021/07/12 14:27
느끼하게 발음 해야됨
기숙사안지박령 2021/07/12 14:28
굉장히 전문적인 언어학 글이다
인류 참 신기해. 분명 동일종 동일 발성기관을 가지는데
어찌 그렇게 언어가 발음 수준 음소 수준부터 그리도 다양한지.
취미 2021/07/12 14:28
다른건 어떻게 넘어간다 쳐도
인토네이션에서 진짜 멘붕하고 들키게 됨
이건 진짜 마스터급이라 해도 티가 나더라
램버트램버트왓어프릭 2021/07/12 14:29
well do you speak English?
루리웹-8487018818 2021/07/12 14:29
뭐이리 길게 쓰냐 간단히 생각해서
우리나라 여행온 외국 사람들 한국말 유창 하게 해도 티 나는거 생각하면 되지
특히 사유리 방송용 말투 말야
루리웹-0667423322 2021/07/12 14:29
지식이 늘었다
비겁한 2021/07/12 14:29
오랜만에 엄청나게 진지한 글이 올라왔네
정신줄잡아 2021/07/12 14:29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 말하는 피 니 이 히 디 리 이런 발음은 일본발음은 -이를 합쳐놓은 느낌임
피이 니이 히이 디이 리이 이런 느낌
그리고 진짜 버스터미널에 애가 설명해주는거 들었는데
우리가 말하는 방식으로 말을 하지않음
우리는 내가 어제 길을 가다가 무엇을 보았는데 하면
내가/잠깐 멈칫/어제/멈칫/길을/멈칫
이런 느낌으로 진행되는데
일본애는
그냥 한단어처럼 문장을 말함
애니나 드라마 영화 뉴스매체가 아니라 실대화는 진짜 틀림
Tanuking 2021/07/12 14:30
들으면 티남
한국 배우가 영화나 매체에서 일본어 쓰면 위화감에 몰입이 안되는 경우도 있더라ㅋㅋㅋ
붓싼 사투리도 똑같이 느껴짐...
루리웹-8270150443 2021/07/12 14:30
거의 전부 망라된 글 같네. 정성추.
시라사카 코우메P 2021/07/12 14:30
오… 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