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례를 보면 최초의 대중적인 AF카메라가 나온 시대, 즉 전자동화된 카메라가 처음 나온 시기가 1980년대 초반입니다. 그리고 자동화된 필름 카메라를 디지털화한 DSLR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이니 약 20년 정도의 텀이 있었던 것이지요. 미러리스 카메라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10년쯤 후의 2000년대 말인데, 이때는 DSLR도 풀프레임 기종들이 주류가 되기 시작한 때입니다. 서브 용도의 사용이 아니라 업무적 실 사용에서 일선의 DSLR을 이제 서서히 대체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의 완성도가 구현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말이었죠.
미러리스 카메라도 벌써 대중화된 역사가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에 함께 일하는 동료와 니콘의 다음 플래그십이 언제쯤 미러리스가 될까 하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었죠. 그러나 10년이나 지난 시점이 되니 이제야 기존의 명가였던 니콘이나 캐논 양사가 플래그십 레벨의 미러리스를 내놓을락 말락 하고 있지요.
즉, AF 자동 필름 카메라 -> DSLR(AF 자동 필름 카메라 + 디지털) 시대가 거의 40년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우 이제 20년 정도 시간이 지났을 뿐입니다. 시대가 갈수록 기술 발전이 빠른 것을 감안하면 미러리스 카메라가 최고 수준으로 발달하기까지 30년이나 더 걸리진 않을 것이 당연하고 아마도 앞으로 5년, 길어도 10년 안에는 완전히 모든 DSLR을 대체할 수준이 되고도 남을 것이라 보여집니다. 조금 더 빠르면 좋겠다는 느낌입니다만, 예전과 다르게 시장이 많이 축소되어서 많이 빨라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 과도기가 길다는 건 어쨌든 그만큼 힘들지요.
어떤 기술이 좀더 빠르게 발전하려면 최상급 기술이 들어간 장비가 가장 극한 현장에서 실전 경험을 축적해야 합니다. 미러리스에서 '플래그십'이라고 부를 만한 기종을 소니가 조금 빨리 내놓긴 했는데 솔직히 플래그십이 한 회사의 대표 최고성능 모델이라면 몰라도 '플래그십=사진기자용 카메라'라는 클래식한 관점에서 보면 일단 플래그십 바디가 가장 중요한 프레스 분야에서의 입지에서 소니 장비가 기존의 니콘/캐논 장비를 그다지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 장비들이 기자 개인의 선택이 아닌 비즈니스 관계로서 도입된다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기존에 갖춘 것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을 굳이 돈을 더 들여 시스템을 바꿔야 하는가의 문제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기자들은 기본적인 직업적 트레이닝 수준이 높고, 이미 대부분의 현장에서 취재 경험이 풍부한데다 취재 현장이란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 그다지 바뀐 것이 없다 보니 사실상 특별한 것이 더 없기 때문에 더 성능이 좋은 장비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즉 기본 플랫폼이 몇십년 되었지만 충분히 개량된 F-16이 어설픈 신형 전투기보다 아직도 여전히 전반적 성능이 뛰어난 이유와 비슷합니다. 물론 플랫폼 자체의 한계는 뛰어넘지 못합니다. 스텔스 기능을 넣을 순 없죠.
그리고 이것은 사진기자로서 한동안 일했던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견인데 소니의 카메라는 제시된 성능은 매우 뛰어나지만 취재현장에서 여전히 니콘/캐논의 플래그십 DSLR 바디의 전반적인 작업능력(최고성능과 다릅니다)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취재용 카메라는 초점만 잘 잡고 연사 빠르면 왕이 아닙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그 장비들을 사용할 전문 사진기자들은 충분히 트레이닝을 받았기 때문에 D4/D5 같은 카메라만 있으면 뭐든 다 잘찍습니다. 신기술은 성공률에 조금 더 도움을 주는 정도죠. 그리고 연사가 너무 빠르면 쓸데없이 컷수만 많아질 수 있어 빠른 송고에 오히려 독이 됩니다. 화소도 많이 필요없습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속보 경쟁에서 똑같이 카메라에 랜선 연결해서 바로바로 송고하는데 누구 카메라만 화소가 쓸데없이 많아봤자 괜히 버퍼만 밀리고 뉴스 데스크에 네트워크 전송 시간만 늘어나는 등 오히려 귀찮습니다.
취재용 카메라는 성능이 좋아야 하고, 험하게 다루어도 잘 버티는 내구성, 신뢰성이 최고로 좋아야 합니다. 잘 찍힌 사진을 누구보다 빨리 카메라에서 꺼내고, 네트워크로 전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자동화된 취재 시스템에 잘 맞아 들어가야 합니다. 현재 소니의 기종들은 개인 레벨에서 쓰기에는 단점 대비 장점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처럼 기존의 취재 시스템의 현장용 장비로 운용하기에는 다듬고 보강해야 할 부분들이 여전히 많은 상태입니다. 이것은 현장 경험으로 다듬어져야 하는 부분인데, 상술한 이유로 경험을 쌓을 기회를 못 얻고 있죠. 그리고 제가 보기에 소니는 라는 이미지를 매우 갖고싶어하는 것으로 보이는 회사이긴 한데, 이미지 말고 진짜로 기자용 카메라를 만들어 내서 기자들 손에 쥐어주고 싶어하는지.. 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카메라의 디테일이나 변화되어 가는 모습에서 기존의 니콘, 캐논 같은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회사가 보여주는 진지함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니콘의 기존 DSLR 플래그십, 완성도가 아주 높은 D5만 조금 살펴보고 비교해봐도 뭐가 문제인지 금방 알 수 있을텐데요.
소니 기종 이야기를 한 이유는 어쩌니 저쩌니 해도 기존의 미러리스 카메라들 중 기존 DSLR 플래그십이 추구하는 성능에 가장 가까운 기종이 현재 가장 뛰어나기에 그런 것입니다. 카메라가 빠르게 발전하려면 기자용 카메라로 많이 사용되어야 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거친 현장에서 극한으로 사용되면서 모난 돌이 정 맞듯 다듬어지는거죠. DSLR이 그와같이 충분이 숙성되어 있기 때문에 현장 작업에서 전혀 무리가 없고, 발전된 미러리스 카메라들이 이미 일부 주요 스펙을 능가하고 있지만 실 사용 환경에서의 그 완성도를 여전히 쉽게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니콘은 기자용 카메라에서 수동 카메라 시절 한때 1등도 먹었던 회사로, 특히 기자용 카메라라는 분야에서 니콘이 기존에 수십년간 축적한 단단한 노하우와 비견될 수준의 노하우를 가진 회사는 어쨌든 캐논 뿐입니다. 니콘이 AF카메라 시절 플래그십이 부족해 캐논에서 1D 기종 쓰는 동안 기자들이 한 급 아래였던 F90X를 쓰던 시절도 있었고, D3 나오기 전에 최초 디지털 시절 꽤 고생한 적도 있었구요. 지금은 그때보다 더 어려운 기술 교체 기간에 긴 과도기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세계적인 어려움이 동시에 겹쳐 많이 고생하는 것이 보이긴 합니다.
다만 지금 부족하다고 해도 적어도 앞으로 5년, 길게 보면 10년 정도는 충분히 여유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https://cohabe.com/sisa/2039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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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대학시절 신문기사 출신인 교수가 자신이 1D로 미국에서 야구 선수 취재하니까 미국인들이 사진을 액정으로 볼 수 있는게 엄청 신기해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ㅎㅎ 제가 신문기자 할 때는 회사의 d200과 d2h를 썼는데 니콘은 캐논에 영영 밀리는 거 아닌가 걱정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런 기우가 없지요.
해서 니콘도 언젠가 비등비등하게 따라 잡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D3 쇼크까지 3세대라는 시간이 필요했던걸 생각하면, 격처가 더 벌어진 지금은 좀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소니에대해선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말씀하신대로 소니는 필드 경험이 없다 시피해서 진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원하는 기본기가 안 되어 있었는데, a1에 오면서 상당히 해결된게 보이더군요. 여차 말씀하신대로 사진기만 딸랑 있으면 해결 되는 문제가 아닌데, 소니는 방송장비의 리니어 시스템을 구축하여 업계를 과점하여 반세기가 지났다는 점입니다. 그쪽 노하우를 가져다 쓰면 캐논, 니콘은 큰 벽에 부딪힐 것입니다.
다만 다행(?)인 점은 언론사에서 사진 카메라 장비의 리니어 시스템의 대대적인 교체 시기가 거의 없다 시피하다는 점- 방송국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uhd로 넘어갈 때 마다 모든 장비를 싹 갈아야 했던 것과 대비 되죠- 과 소니가 의외로 부서간의 협업에 미적지근하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매우 공감합니다 . 소니는 비디오카메라 노하우를 많은 부분 가져와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데 이것이 스틸 사진만 하던 이들에게는 신선하죠. 다만 그에 관한 부작용도 느껴집니다. 대표적으로 메모리카드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구조나 묘한 폴더 구조 등이 그 흔적이 아닐까 합니다.
A1은 직접 써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단점이 많은 부분 해결되었다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실제 현자에서 다뤄지는 노하우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직은 언론사에 텃새 부릴 수 있는건 소니보다 니콘이니, 소니가 프레스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되기 전까지만 니콘이 잘 대비하면 회사가 망하니 어쩌니 하는 건 기우일 거라 생각 합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캐논이 r3를 명확히 기자용 카메라로 타겟을 잡고 3천만화소에 고연사/빠른전송/8k포기 한다는데 니콘은 심리스(영상과 사진의 구분선 없다)고 하면서 8k 고집해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과대한 고화소가 확정난 부분이라 걱정이 조금 되네요 ㅎㅎ
8K 최소 화소가 약 33MP인데, 제 생각에 장기적으로 내다보면 기자용으로도 16~20MP 정도에서 현재 올라운드 느낌의 24MP 정도가 주류가 될 것 같습니다. 33MP면 프로세서 성능이 받쳐 주고 내부 소프트웨어가 저화소 데피니션도 잘 지원해주면 무리한 범위는 아닐 것 같네요. 이건 니콘이 원래 잘 하던 부분이기도 하고...
소니의 기종들은 이 부분의 대응이 원래 니콘 대비 많이 부실하고, A1 이전에는 뻑하면 버퍼가 밀리는 동안 드라이브 스피드나 기록 해상도 등 옵션을 버퍼가 다 비워질 때까지 손댈 수가 없어서 몹시 불편했습니다. 좀 하드하게 찍다 보면 촬영 중에 확인하면서 다음 단계 고민을 하기가 힘들고, 버퍼가 다 비워질 정도로 촬영을 쉴 여유가 전혀 안 나면 뭔가를 바꿀 수도 없어서 초기 설정이 잘못된 경우 끝날때까지 몹시 고생하게 되죠.
과거를 기반으로 니콘의 최대장점은 조작성이지 않나싶습니다
선생님, 초면에 실례지만 유저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어느정도 가격대라면 자신이 쓰는 브랜드 조작성 나쁘다고 하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제조사들도 조작하기 쉽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최고 조작성은 펜탁스
2위는 삼성 NX였습니다
니콘같은 풀다운 메뉴는 도스 시절 피씨툴스에서나 쓰던 방식입니다
문제는 쏘니는 그만도 못하다는거
상당부분 하신 말씀에 공감합니다~~
소니(a1)로 가지 않는 이유,
갈 필요가 없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