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니콘을 사용하던 워크플로우가 있고, 신뢰도 있어서 몽당 다시 사야하는 신규격이라는 문제를 감안하고도 가능하면 다음번에도 니콘을 택하고 싶어 벌써 여러 해를 기다려 왔습니다.
Z 시리즈가 처음 나온 지 벌써 3년째입니다. 첫 제품이 나오고 세대가 두 번 바뀔 시점입니다만... 지금 드는 생각은 예전 DSLR 시대의 니콘이 아니다라는 생각뿐입니다. Z시리즈가 나왔을 때도 이미 DSLR 장비들은 사용기간이 상당히 된 상태였죠. 사실 자기 장비에 익숙한 프로들은 동시대 장비라면 대략 2세대 정도의 성능 차이는 크게 개의치 않을 정도가 되느로 상당히 기다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르면 장비가 물리적으로 마모되기 때문에 일부 장비들은 큰 비용을 들여 오버홀 수리를 받거나, 수리비용이 과하면 같은 포지션의 새 것으로 교체하거나 하게 되죠.
니콘 D5가 2016년 출시됐고 쓰기 시작한 것이 2017년입니다. 이미 한번 대수리를 받았고 (수리받으면 기계 부분은 싹 새것으로 교체가 됩니다) 두 번째 사이클이 진행 중입니다. 벌써 5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고 있는데 니콘의 Z 카메라들이 아직도 예전 DSLR의 수준을 뛰어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컬러 스페이스 등 좋아진 점도 있으나 여전히 같은 포지션의 장비를 샀을때 임무 능력의 대체가 되지 않습니다. Z9가 나온다고는 하는데, 분명 좋아지겠지만 솔직히 아주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게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같은 포지션의 장비를 그냥 사서 쓰는 것 만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그냥 믿고 쓰던 니콘이었는데 지금의 니콘이 정말 니콘 맞나 싶죠.
조금 더 일찍이긴 하지만 캐논은 이미 기본적인 장비군을 다 준비해 놓았는데, 니콘은 이제야 겨우 줌 렌즈 3종 세트 정도만 준비되었을 뿐 상업사진에서 제일 중요한 렌즈 중 하나인 85미리도 여전히 초창기의 1.8렌즈뿐입니다. 400미리같은 장비들은 특수한 장비니 그럴 수 있다 쳐도 이건 좀 심해도 너무 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대로 쓰고 싶어도 렌즈가 없습니다. 차라리 마운트 오픈이라도 했으면 이렇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녹트 같은 상징적인 물건을 만드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85.4 이상의 렌즈를 만들었어야 했습니다. 시그마와 같은 서드파티도 사실상 전무하죠. 빌트록스같은데서도 이미 역설계 호환 렌즈가 나오는데 시그마는 손을 안 대고 있습니다. 니콘/캐논용만 나오던 때가 엊그제입니다. 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신데 그렇다고 실사용에서 .8이 .4가 되는 건 아닙니다. 다른 회사들에서는 이미 다 나와 있기까지 하구요.
지금 몇 년째 니콘 사용자들을 버텨주고 있는 것은 사실 신장비가 아니라 과거의 후광입니다. 그 과거의 후광을 위한 녹트같은 아이템이 니콘에게는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었을지 모르지만 글쎄요. 현재 그 과거의 후광을 떠받쳐주던 장비들은 드디어 물리적으로 낡아서 교체 주기를 맞고 있습니다. 근데 이 시점에서 과거의 장비로 다시 교체해야 할까요.. DF 같은 장비들도 상징성은 좋지만 니콘은 그런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상촬영 성능도 실망스럽습니다. 이런저런 것을 다 떠나서 모아레에 취약한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최장 시간 제한도 있구요. 솔직히 RAW 펌웨어 업그레이드는 그냥 상징적인 부분이라 보여지고 굳이 받을 가치가 없어 보입니다. 굳이 니콘을 가지고 부족한 렌즈들로 영상 작업을 할 필요가 없다는거죠. 캐논이나 소니 장비를 쓰면 같은 장비로 더 폭넓은 작업이 가능할 뿐더러 이런 고민을 안 해도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왔는데 올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정말 한계를 맞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신장비를 사야 하는 건 같아서 다음 세대 장비가 꼭 니콘이어야 했던 것이 아니었던 부분도 중요합니다.
영상 장비를 파나소닉에서 소니 장비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니 장비를 도입해서 스틸 사진에도 활용해보고 있는 중인데, 불안했던 부분들이 몇 년 전보다 많은 부분 세련되어져 있음이 보이더군요. 렌즈도 이미 충분히 출시된 시그마를 주로 활용하면 가성비에서도 매우 훌륭해집니다. 아직 제가 니콘으로 사용하던 컬러 표현 등등 후작업 부분에 관해서는 관숙 기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껴지지만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은 그냥 잘 나오기만 하면 되는 사진은 매우 차이가 많이 납니다. 마음이 참 착잡하더라구요.
D5/D6은 여전히 훌륭하지만 두 기종의 성능 차이는 사실상 크지 않습니다. D6이 새로 나왔지만 기존 장비의 마모를 대체하는 이상의 신장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거죠. 지금 D6을 산다는 것은 몇 년 주기의 업데이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목표가 많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Z9가 지금 당장 나와서 D5/D6 정도의 성능이라고 해도 신규격이라는 문제 때문에 당장 전 장비를 한꺼번에 다시 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렌즈도 부족합니다. 당장 예산이 충분하고, Z9가 아주 만족스럽다고 해도 최소한 1년 이상은 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해 보일 뿐만 아니라, 영상용 장비가 함께 필요한 이들에게는 여전히 이중의 지출을 강요하게 될 것이 예상됩니다. 벌써 3년 이상 기다린 기존 유저들에게 너무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https://cohabe.com/sisa/2005183
니콘을 거의 20년 썼는데 점점 한계가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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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이 없네요 ㅠ 재무재표보면 1분기 적자더군요. 니콘은 악순환의 늪에 빠진거 같습니다
올해말까지 지켜 보고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많이 공감되는 글 잘읽고 추천하고 갑니다.
역쉬... 공감 많이 하시는 분들은 쏘오니로 넘어가시더라는 ㅎㄷㄷㄷㄷ
쏘오니 남바완..ㅎ ㄷ ㄷ 아.. 아닙니다..ㄷㄷㄷㄷ
가셨네 가셨어...
ㅠㅠ
Z6II 랑 A9m2랑 비교해보려고 했는데..이건뭐 동체추적에서 부터 너무 넘사벽이라..조용히 비교를 포기하였습니다..ㅠㅠ
니콘이 아주 마니 분발해서 점유율을 가져와야할텐데 말이죠
사실이고 현실인 뼈가시리도록 아픈 이야기입니다
취미진사들도 하나둘 떠나는데 상업하시는 분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저도 Z7과 S렌즈가 사진 품질이나 풍부한 색감은 만족스러우나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답답함을 벗을길 없어 2세대를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3세대는 가야 만족스러운 성능이 나올것만같아 일단 정리했습니다
자꾸 A9를 기웃거리게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일단은 6월 소문이있는 클래식 디자인의 APSC센서 카메라가 어떻게 나오는지 봐보려고요
설마 Z50의 성능에 디자인만 바꿔서 나오진 않겠죠?
적어도 Z6ii급의 성능은 내줘야 살 사람들이 있을건데요
격한 공감 합니다.
미래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더 이상투자하기가 어렵죠
옆동의 차광막, 먹통 문제와 DB문제를 보면서도
둘중에 하나로 이동해야 하는게 아닌가 저도 고민 하고 있습니다..
선택지가 있는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인데 최근에 이동 하시는 분도 많으신거 같고
참..싱숭생숭 하네요
저도 공감... 소니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