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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카메라 메모리 오류 및 이상 증상 현상에 관해서

새 R4를 사서 지난 일주일 동안 3번의 메모리 오류와 그보다 훨씬 많은 이상 증상을 경험했습니다.
대부분 시험 가동 작업이었고, 이런 문제를 예상은 했으므로 치명적인 문제는 없었습니다만. 어쨌든 데이터는 손실했습니다. 이 카메라는 니콘 플래그십 기종들처럼 마구 밀어붙이며 사용했다간 큰일이 나는군요.
이러한 일이 발생한 원인에 관해 예상되는 방향이 있어 의견을 남겨 봅니다.
우선 해당 증상들의 원인에 관해 제가 개인적으로 예상한 가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소니 카메라는 내부적 멀티태스킹 관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카메라가 작동되기 위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멀티 태스킹 수행이 제한적이고
결정적으로 각각의 태스크의 보호모드(Protective Mode)가 완벽하지 못하다.
2. 카메라 프로세서의 성능에 여유 성능이 거의 없다.
한 프로세스가 작동되는 동안 다른 프로세스 실행에 제한이 생기는 문제,
특정 프로세스의 부하가 심해지면 다른 프로세스의 퍼포먼스나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1번과 관련하여) 즉, 속도나 안정성이 독립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다른 태스크가 느려지거나
혹은 오류를 일으키게 됩니다.
3. 기본 이상 메모리카드를 쓴다면 카드나 슬롯 문제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모든 카메라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관리 이상은 필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A6400/6600의 경우 지난 한 달 정도 기간 동안 엄청 빡세게 굴렸지만 기본적으로 내부 데이터 전송 성능이 낮다 보니 버퍼가 밀리는 것 외에는 메모리 오류나 기능 불안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R4의 경우 완전히 같은 사용 방법으로 사용해보니 불과 일주일만에 문제가 빵빵 터졌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가지 원인을 예상해 보았고 결국 대부분의 문제가 기본적인 멀티태스킹 관리의 불안함과 프로세서의 여유성능이 충분치 못한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메라의 기본 처리 성능을 비롯해 전력 관리 성능이 매우 뛰어난 만큼 여유 성능도 적은 것이 아닐까 하네요. 그래서 부하가 커지고 멀티태스킹이 복잡해지거나, 불안한 상황이 장시간 지속되면 오류가 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생각한 근거로, 한 번 발생한 오류에 관해 위와 같은 관점에서 그 문제를 회피하는 방향을 예상해보고 다시 비슷한 테스트를 해 보니 같은 작업에서 안정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알파 6400/6600이 가혹하게 굴려도 제 기준에서 문제가 없는 이유는 이 카메라들은 UHS-1 메모리 사용이고 기본적인 성능 (특히 데이터 전송 대역)이 R4보다 낮다 보니 최대 부하에서도 내부 데이터 처리량이 많이 달라서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 컴퓨터입니다. 센서에서 이미지를 받아다- 프로세서에서 처리하고-이것을 메모리 카드에 덤핑하죠.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과 달리 모든 것이 전자화되어 있고, 데이터 전송 프로세스와 데이터 처리, 카메라 제어 프로세스가 한 라인에 통합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데이터 전송 프로세스의 부하가 가장 크겠지만 소니 카메라는 AF 성능이나 데이터 처리 성능이
매우 뛰어난 만큼 정송 외 다른 프로세스의 부하도 매우 클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세 영역의 처리 과정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통합되어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처리 구조가 각각의 영역이 완벽하게 분리되어 보호되는 형태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데이터 처리가 우선일 때 그것이 끝나기 전에는 관련 부분의 제어를 할 수 없거나 같은 작업인데 데이터 처리 과정의 부하가 갑자기 커질 경우 전송이 느려지거나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윈도우 3.1이 사소한 문제로 어이없이 다운되거나 윈도우 95에서 블루 스크린이 뜨는 현상과 동일하다는 느낌입니다. 두 OS 모두 멀티태스킹에서 프로텍티브 모드가 완벽하지 않습니다.
메모리 복원 오류 메시지로 데이터가 날아간 상황은 아니었지만 예를 들어 같은 조건(어두운 공연장, 액션 촬영)에서의 촬영인데 F1.4 단렌즈로 낮은 ISO로 RAW+JPEG 동시 기록 설정에서 파인더에 거의 프레임 드롭도 없고, 전혀 밀리지 않던 버퍼가 RAW(압축) 파일 전용으로만 지정해서 높은 ISO로 F2.8 줌렌즈를 사용하니 프레임 드롭이 심해지면서 미칠듯이 버퍼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공연장에서도 빛이 밝을 때는 똑같이 같은 F2.8 줌렌즈로 RAW파일로 찍어도 버퍼가 전혀 밀리지 않았습니다. D5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프레임 드롭도 거의 없어지고요. 노이즈 리덕션이나 촬영 상황 관련해서 뭔가 다른 내부 처리 과정이 있고, 부하도 달라지면서 카메라의 성능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 설명을 너무 자세하게 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기도 하고, 이와 같은 문제라면 특정 부분의 문제가 원인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개인 사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솔직하게 이런 현상들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예를 들면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보통은 집에 정전이 됐다고 해서 물도 같이 안 나오기까지 하지는 않잖아요? 집에 전기 공급계통과 수도 공급계통은 일단은 서로 다르니까요. 정수시설과 송수펌프 전원까지 나갈 상황이 아닌 정전이라면 말입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사용하고 있는 분들은 이와같은 문제가 발생할 일이 거의 없거나 혹은 우리가 모르는 내부 처리과정에서 안정성이 좋은 경로로 사용하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저의 결론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불안함의 요소가 분명히 있고, 심각한 결과도 있을 수 있다.
2. 작업 방식에 맞는 적절한 부하 테스트를 사전에 해 볼 필요가 있다.
3. 치명적 오류 발생 전에는 어느 정도 전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4. (정상적인 카드라면) 메모리 카드나 호환성의 문제 아니다. 소니 메모리 안 써도 된다.
5. 무조건 예민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의 작업에 맞는 나름의 안정적 사용법을 만들어 둘 필요는 있다.
그렇지 못했을 때 높은 부하로 사용하게 되면 생각지 못한 기능 이상이나 치명적 오류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무슨 일을 시켜도 다 받아주던 탱크같은 니콘만 20년을 쓰다 이런 때때로 어이없는 경험을 해 보니 신세계네요.
최신 크롭센서 바디들의 완성도가 생각보다 아주 높아서 더 좋은 기술이 들어갔을 풀프 바디에 기대가 컸는데 눈치 봐 가면서 써야 하는 카메라인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빠른 발전을 얻긴 했으나 고속/대용량 전송이나 자체 처리가 복잡한 기종은 설계 자체가 아직 충분히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카메라같은 전문 장비로 새로운 방식으로 창의적인 전문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이 치명적인 단점이긴 하죠. 새로 가는 길에서 언제 무슨 크고작은 오류를 만날 지 모르니까요. 이런 식으로 가면 나중에는 카메라를 판단할 때 센서 성능이 아니라 내부 프로세서의 성능도 하나의 지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댓글
  • 단이콩이 2021/05/22 22:19

    메모리 오류에 대한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의 가장 중립적인 글이네요.
    누군가는 이 카메라로 상업사진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고
    누군가는 이 카메라 때문에 지옥과 천당을 오갔는데
    후자의 경우가 벼락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해서 경시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위험성을 위시해서 상업사진을 할 수 없는 카메라라고 단정짓기에는
    주변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상업카메라로 너무나도 만족스럽게 쓰고 있기에..
    이런 공학적인(?) 접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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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cdonald 2021/05/22 22:23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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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식구 2021/05/22 22:27

    매번 출사전에 바디내에서 포맷하고 출사진행시 빈도가 매우 줄어든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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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ersdomain 2021/05/22 22:30

    카메라 카드를 바디로 포맷하는 건 기본입니다. 다른데서 포맷해와서 쓰거나, 다른 카메라에서 쓰던 카드를 가져와서 바로 쓰는 건 제가 오래 써온 니콘 기종들같이 이런 요소 트러블이 적은 기종에서도 때때로 불안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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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 2021/05/22 22:32

    연사 후 버퍼비우는중에 조작 혹은 리뷰하다가 날려먹었다는 사례가 꽤 있는걸로 보아, 말씀하신대로 프로세스 과부하로 인한 오류같습니다.
    신규 XR프로세서가 도입된 바디에서도 같은 사고가 있는걸 보니 최신바디도 스펙만 올라갔지 최적화는 아직 안되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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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ncersdomain 2021/05/22 22:34

    큰 부하 자체는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는데, (원래 과부하시키는게 기본 성능이니까요)
    하나의 부하가 커질 때 다른 태스크가 보호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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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ggry 2021/05/22 22:39

    프로세싱 파워에 헤드룸이 적고 프로세스간 격리에 문제가 있는 듯…(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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