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전설적인 록커 빅토르 최.people

현재까지도 러시아 록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인물이 있는데, 바로 "동구권의 비틀즈"라고도 불리는 록밴드 키노(Кино)의 리더 빅토르 최(1962-1990)이다.

성씨만 봐도 알겠지만 한국계로, 고려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때부터 기타 치는걸 좋아했던 빅토르는 레닌그라드에서 암시장에서 얻은 서구 대중음악에 푹 빠져 살았고, 1974년 18세 때 성적 불량으로 예술학교에서 퇴학당한 후 보일러공 일을 하며 부업으로 기타리스트 겸 가수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1981년 소련 록 음악의 선구자로 불리는 보리스 그레벤시코프가 어느 파티에서 빅토르의 연주에 감명을 받게 되고, 그에게 재능을 인정받은 빅토르는 레닌그라드의 유일한 합법 록 공연장인 "레닌그라드 록 클럽"에서 공식 데뷔한다.

1982년 밴드 키노를 결성한 그는 당시까지 듣도보도 못했던 진보적인 사운드와 소련의 전체주의사회 비판, 반전주의 등을 노래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게된다. 그러나 당시 소련 정부는 락을 퇴폐적인 서구의 문화라며 탄압했기에 키노는 공공장소에서의 공연을 금지당했고, 음반 판매에도 제약을 받았다. 더욱이 소련에는 저작권법도 없었고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키노의 음반들은 거의 해적판이었기 때문에, 빅토르는 유명세에 맞지 않게 가난한 보일러공으로 살았다.

하지만 빅토르의 음악적 열정은 식지 않았고, 해가 갈수록 발전을 거듭한 끝에 1988년 5집 Группа Крови(혈액형)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다.

(5집 Группа Крови 표지와 타이틀곡.)

당시 아프간과의 전쟁으로 침체되어 있었던 소련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 노래는 히트곡이 되었고, 현재도 키노를 대표하는 곡으로 꼽힌다.

1990년 후속 앨범 "Звезда по имени Солнце(태양이라고 불리는 별)"가 더욱 히트를 치고 모스크바의 러시아 최대 경기장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하며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이 공연에서 올림픽 때나 볼 수 있었던 성화까지 점화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빅토르의 모국인 한국에서의 최초의 해외 공연 한달 전, 아이러니하게도 광복절이었던 8월 15일에 전날 새 앨범의 보컬 파트 녹음을 마친 후 낚시를 하고 차를 타고 돌아오던 빅토르는 버스와 충돌하여 숨지고 만다.

소련 정부는 빅토르가 밤샘 작업으로 인한 졸음운전 때문에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발표했으나, 목격자들은 빅토르는 멀쩡히 운전하고 있었는데 버스가 빅토르의 차에 돌진했다고 증언했다. 때문에 사람들은 소련 정부가 빅토르를 죽였다고 의심했지만 정부는 입장을 번복하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정규 앨범 "Чёрный альбом(검은 앨범)"을 끝으로 키노는 해체되었고, 빅토르의 장례는 간소한 가족장으로 치뤄지려 했으나 수만 명의 팬들이 장례식장에 운집하여 시민장처럼 되었다. 그의 유해는 상트페테부르크의 보고 슬로프스코예 묘지에 묻혀졌고, 지금도 빅토르와 키노 팬들의 성지로 여겨진다.

그의 진보적인 음악세계와 전체주의에 대한 반항아적 모습은 당시 러시아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러시아의 록커 중 한 명이다.

3줄요약

1. 소련의 전설적인 록커가 됨

2. 근데 사고(또는 암살)로 사망

3. 현재까지도 소련의 레전드 록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