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와우를 하지 말라고 말했어...

나에겐 불나방같은 친구가 하나 있다. 뭔 소리냐면, 뭐 하나 꽃히면 몸을 불살라서라도 끝을 봐야 하는 타입이란 말이다.

이 새낀 롤 시즌2때 자는시간 밥먹는시간 빼놓고 롤만해서 다이아 최상위 티어까지 갔다가 손모가지 부상을 입었고, 의사로부터 '손모가지 절대안정'판정을 받았다.

이 새끼가 와우를 했을땐 비주류 종족으로 직업 1등 박고 '현자'타이틀까지 땄다는 소릴 주변 와창들에게 자주 들었다.

난 와우 찍먹만 해서 뭔 소린진 잘 모른다. 아마 존나 똥폐인이었다는 소리였겠지.

그리고 한참 후에 이 똥폐인새끼가 가진 저력의 편린을 잠시 맛보았는데, 놈은 하루에 4시간 자고 칼로리발란스로 끼니를 때우며 시간을 전부 와우에 꼬라박고있었다.

뭐였는지 모르겠는데 유물템인가 뭔갈 먹어야한다고 했다.

그 당시에 자주 같이 저녁먹자고 불렀는데, '와우해야돼'라고 말하고 칼같이 끊었다.

그가 잠시 와우에서 탈출하게 된 건, 뭐... 손목부상이 심해져서다.

손목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대충 '손목이 위독하시다'라는 판정을 받았다고한다.

손목부상때문에 하드한 게임을 못하게 된 그가

거의 이런 눈으로 워크래프트 깐포지드나 만지작거리고 있기에 나는 옆에서 검은사막을 추천했다.

검은사막은 사냥 안하면 손목 그렇게 많이 안쓰거든...

ㅈ같은 김치겜이라며 손사레를 치던 그는

키벨리우스 세트를 입은 내 다크나이트 엉덩이를 힐끔 쳐다보더니 검은사막을 시작했다.

그때까진 고인물인 내가 그저 이새낄 도와주고 재밌게 즐길 생각에 들떴지만...

나는 몰랐다. 설마 졷밥 뉴비새끼한테 추월당할줄이야.

하루 4시간 자고 풀타임으로 검은사막을 돌린 그는 시작한지 단 세달만에 사냥과 피빕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날 추월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안정되던 그의 손모가지는 다시 위독판정을 받았다.

씨1발 손모가지 별로 안 쓰는 게임이면 뭐하냐고! 하루에 20시간을 쳐돌리고 앉았는데!

그리고 어둠땅.

반쯤 회복된 손모가질 이끌고 이 새끼가 와우를 다시 켰다.

오픈 당일날 블리자드 배틀넷을 켜고있는 놈의 손모가질 붙잡았다.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아니야. 할 수 있어."

"잠깐만. 친구야. 아니야. 진짜로. 와우는 아니지. 와우는 아니지!"

"괜찮아. 맛만 볼거야. 맛만."

"아니야. 안돼. 나는 너한테 검은사막 시켜놓고도 후회했어. 설마 하루에 20시간을 돌릴거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하지마. 제발."

"아니야. 이번엔 정말 라이트하게 할거야. 영던까지만 돌게."

"영던이 뭔진 모르겠지만 난 니가 그 말을 지킬거라고 믿지 않아. 와우는 아니지. 와우는 안돼. 난 널 봐왔어. 넌 와우를 시작해선 안돼."

"아 맛만 본다고."

그렇게 놈은 와우를 켜버렸고...

나는 놈과 함께 처음으로 와우를 시작해서 '라이트'하게 하겠다던 놈이 하루에 10시간가량 접속해있는걸 봤다.

그리고 일~이주 후.

"아. 이게 영던이구나. 영던 돌았으니까 이제 접을까?"

"아니, 쐐기까지만 하자."

"친구야?"

"괜찮아. 쐐기까진 괜찮아."

"야 나 지금 뭔가 존나 망가에서 나오는 타락여주같은거 보는 기분이거든?"

"아니야. 쐐기까지만 돌자. 기왕 시작했으니 너도 쐐기까진 돌아봐야지."

그로부터 삼주 후.

"쐐기 고단도 돌았고 일반레이드도 맛봤으니 이제 그만..."

"영웅레이드까지만 돌자"

"친구야?"

"영웅레이드는 괜찮아. 그것까진 라이트야."

"지랄마 미1친년아! 레이드 넘보는 순간부터 라이트 아니라고 누가 그랬어!"

"아니야. 신화레이드부터가 똥폐인이야. 영웅레이드까진 괜찮아."

그로부터 한~두달 후.

"전공들었다."

"신화전공은 아니라고 말해줘."

"신화 전공이다."

"니 기준 라이트는 뭐냐 복싱에서 말하는 그 섬광같거나 치명적이거나 묵직한 라이트냐? 손목부상은 그 라이트라 입는거냐?"

"아 몰라 씨1발 라이트야 앞으로 라이트훅 유저라고 불러"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의 손목은 다시 위독판정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