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헤헤헤. 역시 인터넷은 이 맛에 하는거지."
김일배는 오늘도 일베에 접속 중이다.
일베는 자신과 너무나 잘 맞았다.
온갖 패드립과 이런 패드립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주는 사람들.
아니 오히려 이런 패드립에 환호하며 더욱 장려하는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김일배는
자신이 있을 곳은 여기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얼마 전에 편의점 알바하면서 매장 내 포스기로 일베하다가 포스기에 렌섬웨어 걸려서 쫓겨나기는 했지만
그건 포스기의 보안이 거지 같아서 그런거지 결코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김일배였다.
오늘도 그는 일베 유저들과 키보드 배틀 중 이었다.
일베 내에서 자신은 유력 정치인의 자재였다.
자신은 이 코로나 시국에도 몰래 클럽 룸을 빌려서 연예인급 여자들과 유흥을 즐기는 그런 남자였다.
적어도 일베에서는.
그런데 요즘 눈에 거슬리는 한 놈이 있었다.
자꾸 자신의 말에 딴지를 걸면서 인증하라고 지랄하는 놈이 있었다.
자신이 여기저기 인터넷 뒤져서 조작짤을 만들어 오면 조작이라고,
조작 아닌거 인증 하라고 자꾸 들이미는 놈이었다.
짜증났다.
해외 유명 사이트 말고 우연히 알게 된 노르웨이, 덴마크 사이트에서 퍼오는 사진을
멍청한 일베 새끼들이 알 리가 없는데 그 놈은 웬지 아는 눈치였다.
그래서 쫄렸지만 일단 어디 듣보잡 따위가 상류 사회를 아는 척 하냐며 따지면 일베 머저리 새끼들은
자신의 그 자신만만함을 쫓아 그 놈을 다구리 쳤다.
그럼 그 놈은 잠시 조용해졌다가 자신을 다구리 치는 느낌이 줄어들면 다시 나타나곤 했다.
"하아... 배고픈데. 집에 뭐 먹을 것 없나."
김일배는 냉장고를 뒤지기 위해 방문 밖을 나왔다.
근 일주일 만에 대낮에 방문을 나선 것 같았다.
그동안 폐인 생활을 하느라 낮밤이 바뀌었지만 간헐적으로 알바 하던 때를 제외하고는 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다.
기름으로 떡져있는 꼬질꼬질한 머리를 긁적 긁적 거리며 방문을 나선 순간 거실에 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김일배.
순간 토악질이 나왔다.
정말 최악이었다.
본인이 일베에서 만든 가공의 인물은 일배 본인처럼 배가 남산만하게 나오지도,
머리가 떡져 있지도,
얼굴이 저렇게 심술궂게 일그러져 있지도 않았다.
훈남에 키는 180 이상에 고급 스포츠카를 끌고다니는 준재벌집 자재.
그게 본인이었다.
순간 김일배는 자신의 이러한 모습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야."
그렇다.
자신이 뚜렷한 직장도 없이 알바만 전전하는 것도,
자신이 이렇게 폐인이 되어 있는 것도,
자신이 집안에서 이렇게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는 것도 모두 문재인 때문이었다.
그 마법의 단어를 내뱉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냉장고를 열어서 먹을 것을 찾던 일배는 순간 당황했다.
냉장고에 먹을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럴리가 없었다.
분명 어제 먹다 남긴 치킨 몇조각이 냉장고에 들어 있었어야 했다.
순간 그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런 망할 김치년이."
그랬다. 그의 여동생 김지녀 짓이 분명했다.
그는 여동생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후다닥.
무언가 급하게 숨기는 그녀를 보는 일배는 확신했다.
이 씨앙년이 내 일용할 양식을 훔쳐먹었다. 그렇게 결론 내린 그는 입에서 차마 담지도 못 할 욕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 김치년아, #$%#$% 장난하냐? 내 치킨 니가 쳐먹었지?"
일단 싸움에는 기선 제압이 중요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김지녀도 만만치 않았다.
"뭐래, 이 한남충 새끼가. 내가 왜 너 같은 일베충 새끼가 먹던걸 쳐먹냐? 돌았냐? 안나가?
오빠라는 새끼가 시선강O하지 말고 얼른 꺼져."
기가 찼다.
어디 여자 같지도 않은 것이 시선 강O이라니.
"니 몸집을 봐라, 이 김치년아. 누가 널 보고 여자라고 하겠냐? 씨름을 해도 너한테 지겠다 이 또라이야."
"뭐래 이 한남충 새끼가? 니 머리 떡진거 보고 아랍 왕자가 형님 하겠다 미친새끼야."
이 둘은 남이 보기에 절대 남매처럼 보이지 않을 언어를 주고 받았지만 외모로 보면 누가 봐도 남매였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몸에 심술궂게 생긴 얼굴이 남매 아니라고 하면 서운 할 정도였다.
"아오, 문재인 때문에 저런 년들이 깝치고 다니지."
"아오, 문재인 때문에 저런 한남충 새끼들이 깝치고 다니지."
"따라하지 마라? 뒤진다?"
"뭐래 미친 한남충이. 우리 박근혜 각하가 계속 대통령 했으면 넌 진즉에 감빵 갔어."
결국 김일배는 참지 못하고 주먹을 김지녀에게 뻗었다.
물론 물 주먹이라 맞아도 아프지는 않았지만 얼굴을 가격당한 김지녀도 가만있지만은 않았다.
김일배의 머리채를 움켜 쥐려고 했으나 기름진 머리로 인해 손이 미끄러졌다.
"아오, 이 기름 덩어리 봐. 어떻게 손이 미끄러질 정도로 떡이 지냐?"
순간 열이 받은 김일배는 주먹을 앙증맞게 움켜쥐고 김지녀의 배를 가격했다.
출렁.
"어오, 이 뱃살봐. 이게 여자 배야? 타이어야?"
"뭐라고 이 미친새끼야?"
그렇게 서로 험악한 말을 내뱉으며 물 주먹들을 주고 받는 와중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삑, 삑, 삑, 삑.
"코... 콜록. 아빠 왔다."
하지만 서로 싸우는데 정신이 팔린 김일배와 김지녀는 이 소리를 듣지 못했다.
"코.. 콜록. 이것들이 하늘같은 아버지가 왔는데 밖도 내다 보지 않아?"
김일배의 아버지 김태극은 외출한 복장 그대로인 등산복에 선글라스, 벙거지 모자를 쓴 채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있는 김지녀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
자신이 낳고 기른 돼지들... 아니 아이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이건 마치 자신이 과거 시골에서 일 할 때 봤던
돼지 우리에서 서로 영역 다툼을 하는 모습과 흡사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김태극은 고성을 질렀다.
"이 미친 것들아! 또 싸움질이냐? 너희는 어떻게 허구헌날 싸움질이야? 그럴 시간 있으면 나가서 일이나 해!"
그런 김태극의 일침을 들은 김지녀는 되려 고성을 질렀다.
"뭐래 이 한남충들아! 너희같은 한남충들이 우리 같은 여자들을 부러워해서 일을 안주는데 어떻게 일을 하냐?"
"지랄하고 있네, 너 같은 돼지 폭탄 김치녀를 누가 쓰냐?"
"너나 잘해 돼지새끼야. 저번처럼 또 여자한테 치근덕 거리다가 경찰서 가지 말고. 쪽팔리게 성추행 미수에 도주 중
체포가 뭔 일이냐? 니가 인간이냐?"
"야, 니가 내 사랑에 대해 뭘 알아?"
"사랑은 지랄, 변태돼지새끼가."
"이 미친년이 오빠한테!"
"난 너 같은 변태새끼 오빠로 둔 적 없어!"
"아오, 이것들아 하루라도 조용히 좀 살자, 콜록. 콜록."
띠링.
순간 김태극의 핸드폰에 문자 하나가 떴다.
- 애국보수 열사들에게 알립니다.
금일 있었던 박근혜 공주님 사수궐기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절대로 오늘 행사에 참석 했다고
외부에 이야기 하지 마세요.
현재 문재앙 정부에서 우리 애국보수 열사들에게 코로나 진료를 핑계로 개인정보 유출 및
인권 탄압을 시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확진자가 나왔다는 정부의 거짓말은 절대로 믿지 마십시오.
우리 애국보수 열사들은 절대로 문재앙 정부에게 협조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박근혜 공주님이 석방 되는 그 날까지 화이팅입니다!
물론 그 문자를 김태극도 김일배도 김지녀도 보지는 못하였다.
"콜록, 콜록."
"뭐야? 아빠 오늘도 집회 다녀왔어?"
"아, 진짜 쪽팔리게 왜 자꾸 그런데 가는데? 저번에도 티비에 찍혀서 개쪽 당하고
거래처 간다고 거짓말 한거 걸려서 회사 짤렸잖아!"
"뭣도 모르면 가만있어. 지금 문재앙 정부를 타도하려면 이 방법 밖에 없어!"
"에휴, 이게 다 문재인 떄문이야. 문재인 때문에 우리 아빠가 저런다니까."
"어휴, 이 문재인이랑 똑같은 한남충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이라니까."
오늘도 화목한 김태극, 김일배, 김지녀 가족은 그렇게 활기찬 하루를 이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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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작도 써야 하나 고민 입니다.
너무 재탕을 해서...
ㅋㅋㅋ 후속
그들은 여지 없이 개독이었다.
이제 엄마를 개독으로 추가하면 엑조디아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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