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허클베리입니다.
얼마전,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참 신기한게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생일이 빠르게 돌아오네요.
생일 날엔 보통 멋진 곳에서 외식을 하거나,
좋은 곳으로 나들이를 가기 마련이었지만..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집콕 생활 중이라
다른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미역국을 끓입니다.
아내 모르게 하느라 조용조용 살금살금..
제가 요리에는 영 소질이 없지만..
레서피를 찾아 최선을 다 했네요.
출근 전 미역국 한사발 먹이니 뿌듯합니다.
그리고..
아내의 도시락통에 몰래 미역국을 넣습니다.
점심시간에 메시지가 날아옵니다.
몰래 미역국에 조금 놀란 눈치입니다.
이른 아침 눈 비비며 일어나 준비한 미역국.
이것만으로도 작게나마 감동을 받았겠지만
무언가 허전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사실, 아침에 아내에게 큰 축하를 안 했습니다.
어쩌면 서운한 맘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허나, 그것은 지금부터 할 일을 위한 큰 그림..
자.. 지금까지는 생파를 위한 밑밥이었고요.
이제부터 계획된 작전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딸아이와 둘이서 열심히 풍선을 불기 시작합니다.
귀여운 토끼 풍선이라고 알고 샀는데..
이건 고양이인가요? 아님 악마인가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불어 봤는데..
이번엔 귀가 대빵 큰 괴물이 나타났네요.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방법을 터득합니다.
드디어 토끼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이네요.
풍선 꼭지에 끈을 묶고 천장에 붙여줍니다.
어렵게 얻은 토끼도 자리를 잡아 주고요~
이제 거의 다 붙였네요.
파티 분위기가 좀 나긴 합니다^^
딸아이가 수첩을 들고 옵니다.
특별한 것만 메모하는 비밀의 수첩입니다.
풍선 불었고, 장식했고, 케잌도 아까 사 왔고,
음식은 각자 좋아하는 것으로 하나씩..ㅎㅎ
근데.. '문제집 패스하기'는 왜 들어있지....
이제 청소기 돌리고 바닥 한번 닦아줍니다.
치킨, 해물찜, 족발이 도착했군요!
아내가 먹고싶어 해서 멀리까지 가서 공수해 온 딸기 케잌!
몇 달전 아내가 한 말이 기억났습니다.
'탄생석을 반지로 만들면 의미 있고 예쁘겠어'
그래서 한 달 전 미리 준비한 터키석 반지.
4월에 태어나지 않은 아내가 참 감사합니다.
너튜브엔 정말로 없는 게 없습니다.
12월17일 생일 축하 노래를 찾아 둡니다.
이제 어몽어스 한 판 하며 아내가 오기를 기다립니다.
'띠띠띠띠 띠 띠띠띠 띠띠띠'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거실로 들어오는 아내의 입이 쩍 벌어집니다.
"엄마~ 어서 옷 갈아입고 와~"
타이밍 좋게 생일 축하 노래를 틀고...
선물 증정식을 갖습니다.
"꺄~ 요고 반지 내 거야?"
"엄마 그럼 누구 거겠어~ㅋㅋㅋ"
엄마 손가락에 직접 반지를 끼워줍니다.
예전에 딸아이 반지를 늘이면서 아내에게 사이즈 측정 링을 끼웠습니다.
지금이 순간을 위한 준비는 지난 봄 부터 시작되었네요..
터키석은 성공과 승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여보, 내년에도 뜻 하는 바를 꼭 이뤄!!"
거실을 빙빙 돌며 춤을 추는 두 여자..
그대들이 있어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오.
자.. 이제 음식 세팅을 합니다.
저희 가족은 식성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음식 준비를 직접 하진 못했지만...
나름 신경 써서 고른 메뉴입니다.
밤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입니다.
내일도 가장 행복한 날이 찾아오겠죠?
앗, 깜놀! 뜬금없는 얼굴 풍선...
지맹이가 그려준 거라 버리지도 못 하고..
제 잠자리 옆에 저렇게 두고 잤답니다.
아내를 속이고 한 깜짝파티는 대성공입니다.
서로 챙겨주고 웃게 해 주는 것...
별거 아니지만 이런 게 사는 거고,
이런 게 '찐 행복'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생활신조는'H.W.H.L'입니다.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해주는 가치..
"Happy wife, happy life"
아내의 기분을 업 시켜주세요.
아내가 행복하면 가정이 더 행복해집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