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그리고 이게 불펜에 쓰는 마지막 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불펜 가입은 10년 좀 넘은 듯한데, 본격적으로 글을 쓴 것은 4년 전부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글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SNS나 블로그를 하지 않았고, 적당한 플랫폼도 없어서 여러 사람에게 보이는 글을 쓴 경험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불펜을 눈팅하다 보니 저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 보였고, 게시판 매너도 좋다고 생각해서 써보기 시작했습니다. 단문이나 휘발성 강한 글보다는, 공을 들이더라도 생각할 거리가 있는 글을 쓰려 했구요. 그러다보니 제 글은 조회수나 리플수를 봤을 때 대부분 아오안 수준이었지요. 그래도 나름 정성을 들인 덕분인지, 딱히 잘 쓴 글이 아님에도 몇몇 분들의 추천 덕에 좌담에 오른 적도 네댓 번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펜을 제 생각을 정리하고 글쓰기를 연습하는 공간으로 활용해왔습니다. 가끔 제 글에 의견을 주시는 분을 만나면 배움의 기회가 되기도 했구요.
그런데 이제 불펜 글쓰기는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단 저와 관심사가 비슷한 분들이 많이 줄어든 듯 하구요. 예전에도 길고 진지한 글을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기는 했지만, 이제는 아예 무의미해졌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구세대인 저는 아직 영상보다는 텍스트를, 세줄 요약보다는 장문을 더 친숙하고 유용하게 느끼거든요. 글 자체에 집중해서 진득하게 쓸 만한 새로운 커뮤니티가 어디 없을까 고민하다가, 카카오가 운영하는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기는 제가 원하는 종류의 글을 쓰기에 최적화되어 보였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그보다는, 좀 더 책에 가까운 형태의 플랫폼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여기서 글을 발행하려면 먼저 작가 신청에 합격해야 한다기에 에디팅팀에 몇 편 보내봤습니다. 다행히 한번에 수락되었고, 불펜에 쓸 때 보다 더 공을 잔뜩 들인 글을 며칠 전부터 쓰고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작가들 소개 보면 에세이스트, 작가지망생, 프리랜서 등이 많더군요. 저는 그냥 회사원으로 쓰고 있습니다. 회사 생활한지는 이제 10년 조금 넘는데, 업무 성격상 꽤 많은 글을 써왔습니다. 기본 업무인 정책보고서는 물론이고, 발표문, 기고문, 담화문, 보도자료 등등 다양하게 썼지요. 그런데 제 이름으로 발표된 것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회사나 높으신 분들 이름으로 나갔지요. 요컨대 저는 회사 소속의 ‘고스트라이터’였던 셈입니다. 거기에 딱히 불만은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특정 조직의 녹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게 다 그런 거니까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조금씩 회의도 들더군요. 뭔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글보다는 그 자체로 목적인 글, 남들이 솔깃해 할 만한 이야기보다는 내 사유에서 나온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내 이름을 걸고요. 제한적이나마 고스트라이터에서 벗어나 리얼라이터가 되고 싶어진 셈이죠. 브런치에 그런 글을 쓰려고 합니다. 먹고사는 데는 큰 쓸모가 없지만 어쨌든 제 전공인 사회학을 밑천으로 삼아,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분석적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역사·이론·인물·도서·영화 등을 주요 소재로 삼아서요. 불펜에 썼던 글들도 새 단장해서 내놓으려고도 합니다. 공들여 썼지만 묻힌 글들, 제 사고 수준이 빈약해서 기획 의도에서 벗어나 망한 글들을 보강해서 쓰면 좋을 듯합니다. 불펜에 올렸던 글들보다는 좀 더 각 잡힌 형태로, 학문적 색깔을 더 입혀서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부끄럽지만 불펜에도 제 브런치 링크를 남기고자 합니다. 불순한 홍보 목적은 아니구요. 가끔 제 글을 보고 리플이나 쪽지로 ‘글을 더 보고 싶은데, 운영하는 블로그가 있냐’고 물어보셨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을 포함해서 제 글을 기억하는 분들을 초대하는 마음으로 남겨봅니다. 가볍게 놀러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응원합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오 브런치 좋은어플이던데 꼭들르겠습니다 화이팅!
응원의 리플 남겨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불펜에 링크까지 남겼으니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ㅎㅎ
응원합니다~~~
요새는 왜 안 쓰시나했는데.. 종종 읽으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