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진중권페북]민주당은 도량형의 통일부터.fb

[논평] 수사심의위 권고에 관하여
'민주당은 도량형의 통일부터'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민주당에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제동을 걸기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그런데 여당에서는 이제와서 자기들이 도입한 그 제도를 “수술”하겠다고 벼릅니다. 이는 자기들이 세운 검찰총장을 자기들이 내치려고 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자가당착에 빠진 거죠.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의 실체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우리에게 개혁당한 검찰의 모습을 미리 보여줍니다. 그 행태를 봅시다. 권력의 명령에 따른 하명수사, 증거도 없는 무리한 수사와 기소, KBS와 MBC 등 언론과의 전형적인 유착. 자기들이 검찰개혁의 이유로 내세웠던 짓들만 골라서 하고 있습니다. 여당에서는 그런 짓 막으려고 도입한 ‘수사심의위’마저 무력화시키려 합니다.
이 사건 역시 요즘 민주당이 보여주는 행태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자기들이 잘못한 것으로 드러나면 인정하는 대신에 아예 잘못의 기준을 바꾸려 합니다. 자기들은 결코 잘못을 할 수 없으니, 잘못된 것은 자기들이 아니라 기준이라는 거죠. 그래서 수사심의위가 졸지에 ‘개혁대상’이 되고 있는 겁니다. 이 패턴이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난 거죠.
이번 수사심의위는 한동훈 검사나 이동재 기자의 요청으로 열린 게 아닙니다. 감옥에 있는 이철의 요구로 열린 겁니다. 이동재 기자의 신청은 기각됐죠. 자기들이 만든 제도를 자기들이 이용해 놓고서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다시 룰을 바꾸겠다는 겁니다. 수사심의위를 늘 자기들이 이기는 결과를 내놓은 야바위판으로 바꾸겠다는 거죠.
이분들, 자꾸 잣대를 바꿔요. 1446년 10월 26일 세종대왕께서 도량형을 통일합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 집권여당에는 아직 도량형의 통일도 안 되어 있어요. 들이대는 잣대가 매번 달라요. 자로 길이를 재는 게 아니라, 길이로 자를 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