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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생충 최종 후기 (약스포)

 

처음 영화보고 나서 이런 저런 루트로 네다섯번은 본 거 같습니다. 

솔직히 재미있게 봤었지만 이 정도로 큰 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근데 보면 볼수록 정말 대단한거 같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거든요. 



일단 봉준호 감독이 여러 인터뷰에 밝혔듯이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집에 돌아가 잠을 청할 때 머릿속에 뱅뱅 계속 맴돌기를 바란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했는데 확실히 성공한거 같구요. 

일각에서는 너무 많이 나갔다. 설마 그렇게 까지 생각했겠냐. 적당히들 해라 하는데...

오히려 그런 반응들을 봉감독은 더 즐기고 있지 않을까 이런 망 상을 해봅니다. 

그래서 저도 여기에 동참해서 몇 자 적어보려 하는데요. 

봉감독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다가...



일단 봉감독이 언어의 장벽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 영화는 이미 그것을 뛰어 넘었다는 생각을 들더군요. 

이번에 흑백판 나온다고 하는데 내친 김에 흑백 무성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듯 싶습니다.

스토리의 90% 이상이 다 이해가 되니까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저는  봉감독이 이미 이런 영화를 만들어놓고 일부러 너스레를 떤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일본의 영화관계자들의 입이 닳도록 칭찬을 했을때도 

얘네들 오바한다 싶었는데 몇몇 현타가 온 듯한 평을 읽어보면 수긍가는 면이 있더라구요.

일단 주인공을 포커싱하고 그 뒤에 흐릿하게 움직이는 배경, 사물, 인물 등등이 

처음에는 엄청 자연스러워서 별 생각이 없었는데 다 연출이고 설정이다...

심지어 주인집 강아지의 동선마저도... 솔직히 소름이 좀 돋았습니다.

잘 보시면 진짜 무슨 정밀기계 태엽처럼 딱딱 맞아 들어가거든요. 아주 유기적으로...


거기다 아무리 연출이 뛰어나더라도 안 되는게 있는데...

사람 웃기는거요. 이건 타고 나는거 아니겠습니까?

봉감독의 영화를 보면 어느 나라 사람이 보더라도 웃음을 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데 

이게 과하지도 억지 웃음을 자아내지도 않고 딱 그 정도 선에서 재미를 줍니다. 

더군다나 심각한 빈부격차, 계층 갈등을 다루면서 이정도로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부자와 가난한 자의 심리묘사도 탁월하다고 느낀 게...

아마 여러 경험을 통해 본인이 캐치를 한 부분이 있었겠죠. 

일단 부자들의 경우는 생각보다 예의 바르고 품위를 중시하고 

본인에게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싶으면 완곡하게 거절하고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맺게 되더라도 필요에 의한 그 이상으로는 가지 않고 

그러면서도 돈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꽉 움켜쥐고... 


특히 그 어리숙한 안주인 마저도 과외비를 깎으면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비싸다 싶은 한우 짜파구리를 가정부에게 줄 거 같이 하다가 결국 자기가 먹어버리잖아요. 

전형적인 부자의 습성이죠. 가난한 자들은 돈 없어서 몸으로 떼우는데 이들은 그게 안되니까...

돈으로 대부분을 해결해 왔으니 가치가 높은 것들을 양보할리가 없죠. 

이들에겐 돈이 곧 생존이고 그래서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속성을 잘 표현한거 같더라구요. 



반면 기택의 경우를 보면 가난하다고 절대 착한 게 아니다. 

그리고 상황이 좀 나아지더라도 착한 습성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그 원인이 계속 무시받고 당해왔던 피해의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주변만 보더라도 힘없는 사람이 빽을 찾고 

그 빽을 가지고 과시를 하며 상대에게 겁박 주는 게 일상적이잖아요. 


본인도 카스테라 가게가 망한 주제에... 무계획으로 사는 주제에...

비슷한 위치의 자기보다 좀 못하다 싶은 사람에게는 시치미 뚝 떼고 훈계질 하는 모습...

물난리가 나서 이웃이 도와달라 하는데도 철저히 외면하는 이기주의

부자는 나쁘고 가난한 자는 착하다는 인식 자체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데 

이게 현실이죠. 


그럼 부자는 상대적으로 착한 게 맞는가?

아니죠. 그냥 그 사람들은 엮이기 싫어하는거 뿐입니다. 

어쩔 수 없이 본인들의 편의 때문에 최소한의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 이상은 바라지 않잖아요. 

오죽하면 인간 대 인간으로 면접을 봐서 뽑는거 마저도 꺼려하겠습니까?

그래서 고안한 꼼수가 믿음의 밸트죠. 결국 그것 때문에 파멸의 길로 향하게 되지만... 

그러니까 애초에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의 삶에 관심도 없고 그냥 그래요. 



저번에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보면서..

또 기생충이란 영화의 시의적절 하다는 대사를 듣고보니

앞으로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면 이제 계층간 관계는 완전히 단절 되겠구나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니 정말 시의적절하게 영화가 나온거죠.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그런 기생하는(?) 직업들은 사라질테고...

그럼 더더욱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겠죠. 특히 부자 쪽에서는... 


그리고 그런 직업들이 그나마 제대로된 보수를 받고 하는 일에 비해 후한 값을 쳐주고 

이런 사회적 현실이 서글프게 다가 오더라구요. 

거기다 애초에 기택의 가족 자체가 죄의식이 없다는 설정 자체도 시사하는 바가 크죠. 

정직하게 살아봤자 이득이 되지 않는 삶... 아마 본능적으로 체득하지 않았을까요? 



근데 왜 봉감독은 그리 부자들에게 가혹한 설정을 가했을까...

이 부분도 좀 생각해 봤는데요. 

문득 송곳의 대사가 생각 나더라구요.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온다....


돈 많은 부자가 두려워 하는 게 뭐겠습니까?

1. 제 명대로 못 살고 예측 불가능한 돌연사를 당하는 것 (그 많은 돈 다 못쓰고 개죽음 당하는 것)

2. 금쪽같은 혈육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근데 이 두 가지가 동시에 들이 닥쳤죠.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난 부자들은 자신의 수행기사나 가정부 등에 대해 생각해 봤을거에요. 

최소한 이 인간들이 하자가 없는게 맞는가? 정도라 할지라도... 

이전에는 월급만 꼬박꼬박 줄 뿐이지 아무 생각도 없었을 겁니다.  

인간존중이라는 개념도 애초에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그리고 조금 조심스러운 추측이긴 한데 

애초에 봉감독이 계급문제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들고 나온 것을 필두로 해서 

여러 국적의 소품들과 브랜드..지하실의 다국적 지도자 사진들까지 

하다못해 대만 카스테라두요.

작지만 이런거 하나하나가 언급될 때 마다 해당국가 관객들은 친근함을 느낄 수 밖에 없거든요. 

나름 노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글로벌하게...



끝으로 여러 명대사들이 있지만 

기택의 말이 떠오릅니다. 

나라를 팔아먹든 사람을 죽이든 아무 상관없다. 뭐 이런거였나... 

사실 엄청 끔찍한 이야기잖아요. 근데 굉장히 태연하고 당연한 듯이 이야기를 하죠. 

그것도 자기 아들하고 대화하면서... 

마치 중요한 세상의 진리를 전수해 주듯이... 


단순히 계급을 떠나 전 국가적 측면에서 생각해 볼 문제죠. 

뭐 이것말고도 남북문제도 있는거 같고 생각해보면 진짜 뭐가 많이 들어있는게 

무슨 이야기 보따리 느낌입니다. 

그래서 더 어렵고 무겁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 



여튼 다시 한 번 봉준호 감독님 수상을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이런 좋은 영화를 많이 접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그럼 이만...

댓글
  • bssman 2020/02/16 18:03

    아쉽지만 너무 기네요 ㄷㄷㄷ

    (ycFogK)

  • 티키로헬 2020/02/16 18:58

    이건 진짜 좋은 리뷰..
    특히 중간 부잣집 가난한집 행동 분석 부분은 몇개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도 있고 글 잘 쓰시네요

    (ycFogK)

  • 사쿠라7 2020/02/16 19:1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ycFogK)

  • 양파고 2020/02/16 21:05

    리뷰넘나좋당

    (ycFogK)

  • 갈량 2020/02/16 23:06

    불펜에서 본 글 중 가장 뛰어난 글인 듯

    (ycFogK)

  • 푸른물나무 2020/02/16 23:28

    우와

    (ycFo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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