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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학병원을 떠나 의사로서 살고 있습니다.
개인적 사유와 업무적 상황으로 인해 2/17~2/18날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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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섬바람
섬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그렇게 무덥던 여름이 언제 가나 걱정하는 사이 밤에는 한겨울만큼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추석이 지나고 관광객도 잦아들었고 섬에는 안정기가 찾아왔다. 여름 한때 하루 60명에 육박하던 환자수도 절반이상 줄었다. 매주 한건 이상의 응급환자 후송이 있었지만 어느새인가부터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조용해진 바닷가를 진료실에서 바라봤다. 여름의 바다보다 더 묵직하고 진해진 느낌이었다. 좀더 세찬 파도가 치던 여름에 비해 지금은 파도도 추워서 움직임을 멈춘듯 보였다.
드넓은 하늘과 바다의 경계는 어느순간 사라졌다. 가끔 해변가를 걷다보면 바다와 하늘이 구분되지 않았다. 나는 평소의 바다보다 훨씬 더 넓은 바다를 보고 있었다.
섬바람은 유난히 차가웠다. 바다를 거쳐 육지로 불어오는 섬바람은 매서워서 이따금 얼굴에 생채기를 만들기도 했다. 차가운 바다의 증기를 한껏 머금은 섬바람은 아팠다. 그 때문인지 해변주위에는 풀이나 꽃이 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답답할때면 아픈 섬바람이 그리웠다. 차가운 섬바람은 기도를 거쳐 양쪽 폐로 들어가 답답했던 내 가슴을 풀어주었다. 차가운 바람에 기도가 자극받아 기침을 하더라도 기침을 하는것이 좋았다. 진료실에서 받았던 답답함을 기침으로 모두 토해내고 싶었다. 체한듯 답답한것들을 모두 토해내면 내 몸속은 섬바람 속 산소로 가득찼다.
지금도 가끔 답답할때면 10월의 차디찬 섬바람이 그립다. 성능 좋은 산소호흡기나 제습기를 아무리 틀어도 내 근원적인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았다.
먼 바다를 바라보며 그곳의 물을 한껏 머금은 섬바람을 들이 마실때 비로소 해소되었다. 아마도 내가 다시 섬을 찾아간다면 10월의 노을 그리고 차디찬 섬바람이 그리워서 일 것이다.
2. 키조개 4개와 바꾼 생명
진료소가 고요하다는건 어쩌면 좋은일이다. 아픈사람이 없다는 의미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진료실이 마냥 고요하다는것도 폭풍전야처럼 사늘하게 다가왔다.
환자가 없으면 진료실에서 재밌는 영상들을 봤다. 오후2시 이후에는 거의 환자가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경찰들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대개 섬사람이 다치거나 응급한 경우에는 경찰이 직접 진료실로 데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경찰이 먼저 들어온다는것은 큰 사고가 발생했거나 데려올수 없다는것을 의미했다.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섬으로 놀러온 스킨스쿠버 일행 중 한명이 사망한것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보는 영상을 끄고 경찰차에 탑승했다.
진료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등대에 도착하여 보니 한사람이 누워있었고 다른 한사람은 가져 온 것으로 추정되는 카약을 뭍에 대고 있었다.
가까이 접근했다. 그리고 보았다. 느껴졌다. 죽었다.
사망자는 50대 중년남성으로 스킨스쿠버 복장을 한 채 누워 있었다. 굳이 맥을 짚지 않아도 죽은것이 느껴졌다. 안타까웠다.
나는 사망상태임을 확인하고 사망선고를 했다. 섬에는 의사가 나혼자 뿐이기에 사망사고가 생기면 달려가서 확인을 해야했다. 사망진단서를 쓰기 위해 같이 온 지인에게 상황에 대해 물었다.
두 남성은 섬으로 키조개를 잡기 위해 들어온 스킨스쿠버였고 카약을 타고 바다로 나가 키조개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올라오지 않는 동료가 걱정되어 산소줄을 당겨보니 죽어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이 어떤 이유로 죽게 된건지는 경찰이 밝힐일이지 나는 동료의 말을 듣고 사망자를 검안하여 사망진단서만 쓸 뿐이었다. 나는 그저 그런 사망사고로 여기고 돌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카약안에 놓여있는 키조개 4개가 보였다.
문득 허무해졌다.
겨우 키조개 4개를 잡기 위해 목숨을 바꾼것인가...
키조개 4개와 바꿔버린 생명에 가족들은 얼마나 슬퍼할것이며 얼마나 허무할것인가
인생무생
카약위에 놓여진 키조개에 짜증이 났다. 저 사람은 키조개 따위가 자기 목슴을 가져갈수 있음을 알았을까 아니면 자연산 키조개를 목숨과 바꾸어도 될 정도로 귀하다고 생각했을까?
진료실로 돌아오는동안 머릿속에 복잡해졌다.
진료실로 돌아와 복잡한 마음을 다잡고 사망진단서를 쓰기 시작했다.
직접 사인 : 익사
선행 사인 : 미상
미상. 미상. 미상. 미상. 미상................
아는것이 없는 익사 사망자 그리고 키조개 4개
나는 여러가지 미상(迷想)에 사로잡혀 하루동안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3. 독감접종기간
독감 예방주사 놓는 기간. 아마도 보건소에서 가장 바쁜 기간일 것이다.
일년 내내 바닷바람에 노출된 섬사람들은 감기를 달고 산다. 그 덕분인지 독감 예방주사를 놓는다 하면 섬 전체 인구가 출동한다.
(사실 독감과 감기는 전혀 다른 질병이다. 요즘 같이 의학이 발전하기 이전 사람들이 감기보다 독한것 같다 하여 으레 붙인 말이 굳어져 아직도 사용할 뿐이다. 독감은 감기보다 간염과 훨씬 비슷한 질병이라고 하면 모두가 놀랄것이다)
하나같이 와서 감기주사를 놔달라는 노인들. 처음에는 "감기주사가 아니라 독감주사기 떄문에 감기에는 걸릴수 있어요"라고 친절하게 설명하다가 나갈때 이제는 "감기 안걸릴거여" 하고 나가는 할머니들을 보며 더이상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그렇다 어쩌면 감기 주사라고 맞으러 오게 만드는게 더 심각한 독감 합병증을 막을수 있으니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침부터 꽉차기 시작한 진료실은 오후가 돼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미친듯이 예진종이를 확인하고 환자들을 넘겨도 들어오는 환자가 더 많았다. 전날 간호사가 언질을 해 준 덕분에 어느정도 마음을 먹고 온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진료를 마치는 순간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순간적으로 주사만 놓고 있는 간호사들이 부러웠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을것 같았다. 나는 인턴때도 주사 잘놓는다고 소문한 인턴이었다.
8시부터 시작된 독감접종은 4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아나필락시스등을 이유로 마감 몇시간전에는 예방접종을 마쳐야 했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전투를 같이한 간호사들과 같이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사실 간호사들이 있었지만 섬에서 크게 어울리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같이 힘든일을 하고 나니 뒤늦은 애틋함이 생겼다.
간호사 3명중에는 내 또래의 ㄱㅇㅅ 쌤도 있었다. 섬으로 부임하고 나서 나눈 대화가 열마디를 넘지 않을정도로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섬으로 들어와 처음으로 그 쌤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
미모는 ㅈㅅㅇ보다 못했지만 예쁜 선생님이었고 무엇보다 마음씨가 착했다. 모든 간호사들이 6시가 지나면 나를 도와주지 않았지만 ㄱㅇㅅ 쌤은 종종 지나다 발견하면 밤늦게라도 약을 싸주곤 했다. 고맙다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할 기회가 없었던차에 다같이 밥을 먹게 됐으니 나로선 기회였다.
"선생님 가끔 저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네?"
"밤에 혼자 일하고 있으면 종종 도와주셨잖아요"
"아네 쌤 괜찮으세요? 가끔 모습보면 안쓰러지시는게 신기할정도였어요"
"그러게요 그래도 ㄱㅅㅅ선생이 들어오고 나선 많이 나아졌지요"
"선생님 힘내세요"
얼굴에서부터 선함이 묻어났던 ㄱㅇㅅ쌤. 만약 여자친구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지는 모르겠으나(?) 이성적인 감정보다는 고맙고 동료로서 애정이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배가 고파 비싼 자연산 매운탕을 호로록 내 음식인양 와구와구 먹었다. 소주도 한잔했다. 그 소주는 서운함을 털어버리기 위한 나만의 행동이었다.
평소에 혼자 힘든일을 도맡아 해도 손끝하나 도와주지 않았던 간호사. 일을 하지 않고 매달 야근수당을 타가는 그들이 얄미웠다.
하지만 간호사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사연이 있었겠지라고 이해하며 쓰디쓴 소주를 식도로 넘겼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고 다음날 독감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간호사 세명과 동시에 업무를 한것은 딱 그 주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하고 싶은말이 있으면 그때 했었어야 했다.
다시한번 ㄱㅇㅅ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 쌤은 한달뒤 육지의 보건소로 발령을 받아 나갔다.
그리고 그 쌤은 두달뒤 결혼했다.
역시 예쁘고 착한 여자는 가만두지 않는다는 정설이 신안군에서도 통용되고 있었다.
선추천 후감상!
매번 감사드립니다ㅎㅎ 오늘하루도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추천~~!!!!
엇
저도 선추천 후감상 ㅎㅎ
결이 고운 사람들의 기억은 지나고 나서도
잊혀지지 않으니 참 다행이요~~ 잘 보았어요 ^^
추천
잘보았습니다^^
자다깬 덕에 잘보고 갑니다 ~~
선추천후 읽을게요~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