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바디 관련글에 이어 렌즈에 대한 잡설입니다..^^
개인적 경험에 의한 지극히 주관적인 평입니다. 대부분 저렴하고 평범한 렌즈들이고 필름만 사용합니다.
주미크론(침동) - 좋은 렌즈. 모든 주미크론은 훌륭하다라는 속설을 증명하기에 충분한 퍼포먼스를 보인다. 흑백은 나무랄 데가 없으며 컬러에서도 매력적인 색을 만들어준다. 현행에 비해서 발색이 탁한 감이 없지 않으나 나름 빈티지한 맛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외관이다. 특히 M3와는 최고의 궁합이며, 같은 침동 모델인 클래식 엘마-M과 비교하자면 더 남성적이고 단단한 인상이다. 개인적으론 주미크론의 외모와 만듦새가 한 수 위라 본다.
주미크론(DR) - 클래식 주미크론 중 최고의 퍼포먼스. 선예도가 대단히 우수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간다. 묵직한 무게도 조금은 부담스럽고 고글을 빼면 2% 부족해지는 외모도 한 몫 하는듯 하다.
주미크론(리지드) - 아름다운 렌즈. 렌즈 특성 자체는 DR보다는 침동 주미크론에 유사하다. 1세대 삼형제 중에서는 가장 비싼 몸값인데 아무래도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긴 요즘 라이카 물건 중 어느 하나 안 그런 것이 있으랴.
주미크론(3세대) - 주미크론 50mm 중 최고의 실용기. 함께 발매되던 바디들이 M4-2,P에서 M6로 이어지는 시기이니 가히 실용기 바디와 렌즈의 시기라 할 만하다. 성능, 외모, 조작성의 3박자가 가장 균형 잡힌 50mm가 아닐까... 유난히 맘에 드는 점은 주미크론 라인업 중 가장 컴팩트한 외관과 무게이다. 특히 실버크롬 모델은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는데 비슷하게 생산된 M6 실버와의 조합이 좋다. 함께 출시되던 80-90년대 당시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적, 또는 (근거 없는) 감성적인 무언가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시절에 즐겨 쓰던 조합이라 이 렌즈로 찍은 사진들을 들춰볼 때면 여전히 애틋하다.
주미크론(4세대) - 50mm의 레퍼런스. 이만하면 (돈이 없어 써보지도 못했지만) APO니 뭐니 그런 것들이 더 필요할까 싶다. 성능 상 유일한 단점은 매우 뉴트럴하다는 정도인 것 같은데 사실 주미크론이 원래 그런 포지션의 역할을 맡고 있는 렌즈니 딱히 뭐라 하기도 힘들다. 다만 비대해진 외모(모든 주미크론 중 단연 최악이다)와 사라진 까치발은 엄청난 마이너스. 후드 내장은 유용한 기능이지만 그걸로 상쇄되기엔 언급한 단점이 너무 도드라진다.
니켈 엘마(무코팅) - 아름다운, 무척이나 아름다운 렌즈. 가장 아름다운 라이카를 블랙 페인트 바르낙 또는 I(IC, IF, IG) 시리즈라 볼 때, 그의 최적의 파트너는 이 렌즈가 될 것이다. 니켈 헥토르, 니켈 리지드 주마 등의 쟁쟁한 경쟁자들도 많지만 라이카 렌즈의 가장 적자는 역시 엘마가 아닐까. 외모만 빼어난 것이 아니라 결과물도 아름답기 그지없는데, 흑백(일포드 델타와의 조합이 가장 좋았다)에서의 프린트는 촬영자에게 스스로 자아도취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낮은 콘트라스트, 풍부한 계조, 촉촉한 질감이 주는 독특한 느낌은 나로 하여금 이 렌즈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게 하였다.
블랙 엘마 - 내가 막눈인지 주위의 평들이 예민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드 엘마와의 차이를 딱히 모르겠다. 올드 렌즈의 생명이 보존 상태임을 감안한다면 잘 관리된 블랙 엘마가 그저 그런 레드 엘마보다는 훨씬 나을 듯 싶다.
레드 엘마 - 좋은 렌즈. 클래식한 외모와 성능 모두 좋다. 코팅 덕분인지 컬러도 나쁘지 않으니 전천후로도 가능하다. 실버크롬의 바르낙과는 미적으로 최적의 조합 중 하나이니 이만하면 필수품인 셈.
엘마 M(레드피트) - 묘한 렌즈다. 별로 안이쁜것 같다가도 어떨 때 보면 또 매우 아름답고 여성스럽다. 평범하고 그저 그런 결과물 같으면서도 가끔씩은 독특한 느낌을 주는 컷이 있다. 주미크론이나 룩스와는 분명히 다른 특성을 보이는데 뭐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클래식과 모던 사이, 평범과 비범 사이, 손이 잘 안가면서도 결코 내칠 수 없는, 그런 밀당의 귀재.
주미룩스(4세대) - 컬러네거티브에서의 (내가 써본 것 중) 최고의 렌즈 중 하나. 컬러 네거를 아날로그 프린트하면 컬러에서의 실력들이 발가벗겨지기 십상이다. 올드렌즈들은 색이 많이 부족하거나 탁하고, 요즘 렌즈들은 선명하지만 디지털스러운 다소 뻔하고 재미없는 색이라면 룩스 4세대로 찍은 컷들은 색이 아주 고급스럽고 풍부하다. 24색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48색 물감을 쓰게된 감동과도 비슷한데 추상적이고 질 낮은 이런 나의 표현력이 아쉬울 뿐이며 하여튼 이 렌즈의 컬러 묘사는 큰 맘 먹고 구입한 나의 결정을 금세 합리화하기에 충분하였다.
50mm 쓰고나니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날 때 해야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사견일 뿐이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https://cohabe.com/sisa/1303126
렌즈에 대한 잡설 또는 경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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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m DR과 Rigid는 설계는 완전히 동일하고, 결과물 차이는 개체 차이로 인한 것이라는 게 정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50크론 4세대와 50아포는 입체감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른 렌즈라 느꼈습니다.ㄷㄷㄷㄷ
여러 렌즈에 관한 경험에 기반한 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근데, 위 렌즈들이 점점 '저렴한 렌즈'의 범주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슬픕니다.ㅠㅠㅠㅠ
다른화각의 의견도 궁금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렌즈 경험담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