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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판단, 맥락과 그 주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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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아름다움에 대하여)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름다움이란 맥락에 따른 가치판단의 결과다.' 쯤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맥락인가? 주체의 맥락이다. 그것에 아름다움이 귀속된다.
달리는 속도가 느린 초식동물은 육식 동물들이 쉽게 사냥할 수 있는 타겟이 되었고, 보호색이 없는 개체는 상대적으로 위험에 쉽게 노출되었다. 몸안에 물을 많이 저장할 수 있는 낙타는 사막에서도 오래 살아 남을 수 있었다.
환경에 적합한 행동양식이나 신체적 조건을 가지지 못한 생물은 후대를 남길수 있는 확률이 적었다. 도태되는 것이다. 현재의 생태계는 솎아지고 걸러지길 반복해 자연환경이라는 맥락에 부합하는 생물들만 남았다. 그것들은 당연하게도 자연 환경의 맥락에 부합하므로 아름다움의 '속성'을 지닌다. 그것들이 보여주는 특성들에서 우리가 아름다움이나 경외감을 느끼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동물의 경우 짝짓기 상대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생존에 적합한 자지을 판단할 수 있는 지식을 가졌다는 해석 보다는 선험적이고 총체적이며 본능적인 판단으로 행동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더 자연스럽다. 이것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의 요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도 분명 이 감각이 존재할 것이고, 그것에 특출나게 민감해 그것을 잘 포착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게 바로 예술적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아닐까?****
자연환경에 따라 적응하거나 도태되어 거기에 부합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 비 주체적 삶, 이것이 모든 생명체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인간은 조금 달랐다.
물론 인간에게도 자연환경은 거름망의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인간은, 비바람을 피할 움막에서 부터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 있는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극복해 낼 수 있는 기술을 발명했고 자연환경이라는 맥락에서 상당부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천적은 씨가 마르거나 우리에 가두어졌고 뜨거운 열기와 추운 비바람은 튼튼한 벽 바깥의 이야기가 되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보다 적합하게 바꾸어내는 힘이 월등히 강한 인간은 환경을 컨트롤했다.
주어진 환경을 인간의 의지에 맞추어 변화시키는 것. 주체적 삶, 이것이 인간의 특징이다. 자연환경이 인간의 맥락에 맞추어 변화된 것이다.
자, 이제 조금더 들어가서 인간끼리 비교해 보면 어떨까?
앞서 말했듯, 인간은 환경을 자신의 의지에 맞추어 변화시켰다. 환경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곧 힘인 것이다. 크게 보면 자연과 인류의 싸움이지만 한 발 더 들어가보면 국가와 국가의, 집단과 집단의, 개인과 개인의 대립이다. 개인을 둘러 싼 '모든것'이 환경이다.
과거에는 힘쎈 사람에게, 부족장에게, 왕에게, 교황에게만 의지를 반영시킬 수 있는 힘이 집중되어 있었다. 문화는 기득권에 의해 정의되었다. 때문에 문화를 받아들이는 입장에 서있는 비기득권은 아름다움을 판단할 근거를 마련할 수 없었다. 주체적 의지의 반영이 아닌, 힘 쎈 사람의 기준으로, 부족장의 명령대로, 위대하신 왕의 이름으로, 절대자인 신의 가르침에 따라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득권에 의해 형성된 '문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권력(의지투영체)이 되었다. 보통의 경우 다수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주체적 사고로 인한 습득보다는, 문화에 자연스레 젖어든 상태에서의 안이한 판단의 결과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판단기준이 되는 '문화'는 기득권의 영향 아래에 있는 것이다.
자연환경과 비슷한 개념의 '문화에 스스로를 맞추어 변화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의지대로 문화(환경)을 변화시켜 나갈것인가?'는 '스스로를 주체적 삶을 살아가는 이로 여기는가?'란 문제와 맞닿아 있다.
예술가들은 깨어있는 개인일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맥락을 구성하고 그 맥락을 세계관 삼아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해 아름다움을 골라내는 선미안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이 대체 누구의 어떤 맥락에 서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맥락에서는 어떻게 풀이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된 예술가의 맥락은 자연스레 작품에 녹아들고 표현되고 만다.
댓글
  • 쥬나 2019/09/18 12:45

    어렵네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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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상헌 2019/09/18 16:09

    아름다움의 판단 기준을 타인이나 사회문화에 맡겨두지 말고 스스로의 의지로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세워야한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미에 대한 기준을 세워 놓으면 자연스레 자신의 작품(사진)에도 자신의 모습이 반영되게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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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쥬나 2019/09/18 16:17

    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쬐금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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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리에지 2019/09/18 16:48

    진중권 교수님 미학오디세이 읽어보면
    감이 잡히기 시작하죠.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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