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서 옆자리에 앉은 K 씨는 나에게 그렇게 충고했다. 아픈 곳을 찔린 내가 "무슨 일 있었어요?"라고 물었더니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K씨의 학창시절은 공부보다는 실험에 몰두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입학하자마자 각 조에 배정되어 주어진 과제를 정신이 없을 정도로 다각도로 실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천문학적인 분량의 논문을 완성한다. 입학 후 1년 동안 그런 생활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평일에는 실험에 몰두하고, 휴일에는 과거 논문을 찾아 읽는 생활을 하던 K 씨에게 귀가할 시간은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연락을 하겠다는 약속을 처음에는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격동의 나날에 연락하는 간격이 점점 벌어지더니, 1학년이 끝날 무렵에는 그 약속조차도 잊어버렸다고 한다.
그런 K씨가 친가를 다시 찾은 것은 집을 나간 지 실로 몇 년이 지나고 나서였다.
K 씨의 부모님은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K 씨는 집에 홀로 남겨지는, 이른바 열쇠 아이였다. 그 습관의 잔재인지, 집을 떠나 생활하면서도 집의 열쇠는 잘 보관하고 있었다.
딸깍 소리를 내며 열쇠를 돌리자 아무런 저항도 없이 문이 열렸다. 열쇠를 돌리는 느낌도, 현관에서 보이는 풍경도 몇 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집에 돌아왔을 때 항상 아무도 없는 것도 변함없었다.
K 씨는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곧 어머니가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면 피곤에 지친 아버지가 돌아올 것이다. K 씨는 TV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목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잠이 들었다고 한다.
"누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K씨는 일어났다. 어느새 날은 꽤 저물었는지, 불을 켜지 않았던 방안은 희미한 시야가 퍼지고 있다. TV는 어느새 꺼져있었다.
K씨가 돌아보니 방문 앞에 여자가 서 있는 것이 흐릿하게 보였다. 그러나 어떻게 봐도 어머니의 모습은 아니다.
K씨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여자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여자는 놀란 듯 눈을 깜박거리지만, 혼란스러운 기색없이, 침착한 목소리로 다시 "누구?"라고 물어왔다. 여자의 옆에 작은 도토리 머리와 두 눈이 보였다. 뒤에 아이가 숨어 있던거 같다.
"누구야?"
이번에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뒤, 문 안쪽의 어둠 속에서 마른 체격의 남자가 나와 여자 옆에 줄을 섰다.그 뒤를 쫓는 것처럼, 작은 아이가 5명, 종종걸음으로 방에 들어왔다. 여자 뒤에 숨어 있던 아이들도 모습을 보이고 일렬로 6명이 줄 지었다. 모두 한결같이 산발 머리를 하고 있다.
"누구?"
여자가 한 걸음 내디뎠다. 동시에 K씨의 의식이 끊어지고 다음 순간에는 불단에 정좌하고 있었다고 한다.
K씨의 앞에는 한 여성이 무릎을 맞대고 정좌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한 남자와 한 아이의 모습도 있다.
날은 한층 더 저물어, 거의 앞이 안보이는 방안에서는, 각각의 발밑이 약간 보이며, 표정은 먹물을 뿌린 듯 검게 가라앉아 있다.
"누구?"
겁에 질린 K 씨에게 제동을 거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엇보다 무서웠던 것은 그 이후에도 의식이 날아가지 않았다는 거였어."
K 씨는 정좌한 채로 약 30분 정도 견뎌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멈춘 듯 상황은 움직이지 않았고, 견디다 못한 K 씨는 소리를 지르며 현관문을 뛰쳐나와 이웃집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경찰과 함께 집으로 돌아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결국 부모님은 어디로 가셨나요?"
K 씨는 애매모호하게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K의 부모님은 현재 행방불명 상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