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유게이 오늘 아버지 정년퇴직 기념 가족모임 하고 왔다

왜 정년퇴직이 기념이냐면

아버지께서 버스기사시고 유게이도 버스기사인데,

버스기사가 정년(만63세 생일이 있는 달 말일)까지 다 채워서 자신의 커리어의 마침표를 한번 찍는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

농담 아니라 진짜 어려워

아버지는 만 40세에 버스기사를 시작하시고서 지금껏 23년간

버스를 몰면서 본인 과실의 사고를 낸 적이 없이 운행을 하셨어

그렇게 아버지가 벌어온 돈으로 가족들이 먹고 살았지

난 그동안 아버지가 해온 이 일이 얼마나 고귀하고 존경받을 일인지를 몰랐어

근데 내가 버스기사가 되고, 만 1년을 지내보고 2년차를 7개월 지내보니까 말야.

이 긴 세월 동안 무사고로 운행해 오셨다는 게 너무 말도 안되는 거야. 

시내버스 3년, 공항버스20년을 해 오셨는데

그동안 고정기사(남의 차를 옮겨다니며 땜빵하는 스페어 기사가 아닌, 한 버스에 고정되어 짝꿍과 함께 운행하는 기사를 말함)로서 거쳐온 고정차만 무려 5대였고, 

지구를 80바퀴 넘게 돈 거리를 운행하는 동안 아버지께선 우직하고 친절하게 승객을 모셔왔어.

이제 내가 아버지의 그 길을 걸어가는 중인데, 진짜 아버지이자 업계 대선배의 그 커리어를 존경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내가 입안해서 가족모임을 가졌지

기념패는 동생이 주문해서 준비해왔고, 나는 오전에 아버지와 스튜디오에서 버스기사 부자 프로필 컨셉을 준비해서 찍었어, 겸사겸사 가족사진도 찍고, 와이프랑 애들도 이 뜻깊은 날을 함께 축하해줬어. 너무 고맙고 행복한 일이야.

아버지 인생에서 정말 오늘이 기억에 남을 만한 행복한 날이 돠었으면 좋겠어.

이제 몇개월 정도 쉬시는데,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해외로 실어나르던 아버지 당신께선 정작 해외를 한번도 안 가보셨어, 그래서 해외여행도 함께 가볼 생각이야. 일본 정도면 무난하겠지?

내일은 아버지의 마지막 근무일이야.

그래서 마지막 운행회차는 나랑 어머니도 같이 타고 아버지의 마지막 근무를 함께 할 거야.

다 끝나고 버스를 정리하고 내리실 때 수고하셨다며 안아드릴 거야. 

물론 버스기사는 정년퇴직 후라도 커리어가 깨끗하고 티오가 있으면 얼마든지 촉탁 계약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아버지도 향후 그렇게 다시 운전대를 잡으실 테지만,

최소한 정규직 커리어는 이제 마침표 찍는 거니까

이제 아버지의 이 고정차도 작별이니까

끝은 아니지만 일단 끝맺음이니 아름답게 끝내기로!

짤은 오늘 점심식사 중 기념패 전달식

본래 유게에 얼굴공개 잘 안하지만

오늘은 아버지와 내 표정을 자랑하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었음,

사려깊은 유게이 여러분께선 이해해주시길…!

끝은 곧 새로운 시작!

아버지의 정년퇴직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