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갑습니다.
이전 글을 쓴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네요.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딱히 공유하고 싶지는 않은 일도 많았고
진짜 염병소리가 저절로 나와서 공유했던 일도 많았습니다.
이거 아예 손에서 놓지는 않았고 그냥 시간이 없어서 못 쓰고 있었습니다 미안해요
그리고 제목이 교육심리학에서 교직생활로 바꼈는데
교육심리학만 할려니까 다시 공부할려고 책폈다가 앓아누웠습니다
진짜
대학시절 나는 이걸 어떻게 공부한걸까?
교수님이 그립다
어떻게 나에게 이딴 걸 이해시켰단 말이냐?
이게 현장이랑 이론이랑 또 달라요
아니 발달이론이 의미 없는 친구가 있다니까?
현장에서 구르고 구른 뇌는 이제 이론을 이해할 수 없는 경지에 다다랐어
피드백이라는거는 결국 피드(주다)랑 백(되돌아오다)의 합성어잖아?
피드를 하면 백이 있어야된다고
근데 피드만 있잖아? 백을 받아들이지를 않잖아? 그럼 어떡해?
교사 하지 마세요.
미안합니다. 제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오늘 좀 힘들어서 푸념했습니다.
근데 교사는 하지 마세요.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오늘 다루어볼 내용은 근접발달영역에 관한 내용이예요.
이 내용은 스캐폴딩(비계설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알아야 하는 내용입니다.
비계라는 단어가 많이 익숙하죠?
어린 친구들은 먹는 음식 비계로
어른들에게는 건축현장에서 쓰이는 비계로
오늘 배울 비계는 후자입니다.
이 비계설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근접발달영역"이라는 이론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쉬우니까 간단하게 설명할게요.

여기 짱 귀여운 코코나가 있습니다.
코코나는 오늘 오가닉 당근 스시를 먹게 될 겁니다.

아니 선샌니.
코코나는 당근을 싫어하지 않나요?
그런데 오가닉=캐럿 스시라뇨?
코코나가 분노로 만해를 해방할지도 모르겠는데요.

당연히 곧장 오가닉 캐럿=초밥을 먹이지는 않습니다.
세상에 올ㄹㄹㄹㄹ가닉 캐럿 스시라니 이 무슨 말법!
코코나에게 당근 스시를 먹이기 위해서는 우선 단계가 필요합니다.
우선 당근과 친숙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코코나에게 당근 펜을 선물했습니다.

다행입니다. 당근이라는 걸 보고 잠깐 기분이 나빠질 뻔 했지만,
산해경의 어엿한 레이디는 우선 선생님의 선물이라는 것이 기쁜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선샌니의 사악한 계략입니다.
코코나는 이제 선샌니의 선물인 당근 펜을 소중히 여길 겁니다.
그렇게 당근 펜을 소중히 여기다 보면...
당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겠죠!

이제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할 시간입니다.
사악한 선샌니는 매화원 방문 일정을 잡고,
매화원 원생들에게 당근 젤리를 나눠줍니다.
사악한 선샌니의 계략도 모른 채 아이들이 당근 젤리를 맛있게 먹는 걸 본 코코나는 기겁하지만,
맛있다는 선샌니의 권유에 어쩔 수 없이 하나 집어먹습니다.

당근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무튼 코코나는 당근 젤리를 먹었고,
생각보다 먹을만 한데? 라는 생각을 합니다.
좋아요. 당근에 대한 거부감이 또 줄었습니다!
물론 아직 오가닉 캐럿=스시는 무리입니다.

선샌니의 미소에 짙은 어둠이 드리웁니다.
사악한 계획이 마지막 수순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선샌니는 코코나의 생일에 맞춰, 근사한 케이크를 들고 스노하라 가를 찾았습니다.

슌이 먼저 나와서 선샌니를 맞이하고, 안에서 코코나가 토도도 달려나와 인사합니다.
월반한 매화원 교관이지만 아직 11살의 순수함이 남은 학생을 오구오구 예뻐해준 뒤,
선샌니는 케이크를 들고 안으로 들어섭니다.
누구도 선샌니의 극악무도한 계획을 알지 못합니다.

슌과 선샌니가 담소를 나누는 사이, 코코나는 어느새 배가 고파졌습니다.
이것은 계획된 일입니다. 선샌니는 일부러 점심시간에 맞춰 스노하라 가를 방문했습니다.
이쯤에서 선샌니가 이야기를 꺼냅니다.
"케이크 사 온 거 먹을까?"

배가 고팠던 코코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솔선해서 상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포크와 케이크 나이프, 앞접시를 가져온 코코나가 신이 나서 케이크를 꺼냅니다.
선샌니의 깊고 어두운 속내를 알지 못한 코코나의 미래에
어른의 그림자가 비쳐듭니다.
그것은 당근의 색채를 한 그림자입니다.
그러나 코코나에게는 그것을 인지할 겨를이 없습니다.
은밀하게 숨겨진 주홍빛 과육은 코코나의 입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니 배고팠던 소녀가 접시를 모두, 그것도 아주 맛있게 비울 때까지
그 누구의 감각에도 들키지 않고, 식사가 끝나고 맙니다.

맛있는 케이크를 먹어 신이 난 코코나.
레이디라지만 이럴 땐 즐거운 모양입니다.
그런 코코나에게 선생님의 사악한 미소가,
악독한 웃음이, 재앙의 편린이 찾아옵니다.

네가 먹은 것은 당근 케이크였다.
잘만 먹더구나.
'
그렇군요 선생님! 어쩐지 맛있

뭣

내가....당근을.........
맛있게 먹었다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근을 싫어한다며
근데 잘만 먹던데?
당근 맛있지? 맛있었지? 응?

안타깝게도 스노하라 가에서 쫒겨났지만, 선샌니의 사악한 계획은 그 역할을 다했습니다.
귀여운 꾸꾸나가 맛있게 오물오물, 냠냠 먹은 그것은
분명 당근의 색채를 한 채 찾아왔지만, 소녀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소녀는 당근을 먹었습니다.
주홍빛 영양분을 먹었습니다.
아삭아삭한 채소를 먹었습니다.
비록 그것이 케이크의 형태일지라도, 그것은 하나의 당근이었습니다.
코코나는 당근에 익숙해졌습니다.

이제 코코나는 오가닉 당근 스시를 먹을 수 있습니다.
거부반응을 보이겠지만, 선샌니의 권유와 맛있다는 유혹 끝에
어쨌든 먹게 될 겁니다.
그렇게 코코나는 오가닉 당근 스시를 손으로 집어 한 번에 두 개 먹었습니다.
이 무슨 말법!
근접발달영역은 이런 것입니다.
이해가 되셨을 리 없으니 이게 뭔 소린지 설명해드릴게요.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 ZPD)란,
"개인이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지만, 외부의 도움을 통해 도달 가능한 영역"
입니다.
코코나는 혼자서 당근을 먹을 수 있었을까요?
아니죠. 선생님이 여러 번 당근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기 때문에,
코코나는 오가닉 당근 스시를 두 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근접발달영역입니다.
근접발달영역 이론에서, 교사의 도움은 직접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이 사례에서는, 코코나에게 생당근을 냅다 쥐어주는 등의 행동이겠네요.
선생님은 어떻게 했죠?
우선 당근 펜을 건네주었습니다. 이는 과제 수행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춥니다.
그리고 당근 젤리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코코나에게도 건넸습니다.
이는 과제 수행에 있어 집단행동이라는 당위성을 부여함과 함께,
"함께하면 더 쉽다"라는 공식 역시 충족시켰습니다.
그리고 당근 케이크를 가져와, 스노하라 가에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는 교사가 학생에게 간접적인 힌트를 제시한 셈입니다.
"너는 당근을 먹을 수 있는 몸이 되었다."
그렇게 코코나는 오가닉 생 당근 스시 두 개를 동시에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렇게 했습니다.
코코나가 "혼자 먹을 수 없었던 당근"을 "선샌니의 도움으로 먹게 된 것".
아주 이상적인 근접발달영역과 스캐폴딩의 예시입니다.
예시를 좀 말법적으로 들었습니다만, 이해하셨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만약 이해가 어려우시다면 질문하시면 됩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저는 다음에 또 다른 이론으로 찾아오겠습니다.
저는 코코나에게 당근을 먹이는 취미는 없으며
오가닉 생 당근 스시라는 괴음식을 생각한 것은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입니다.
세상 어느 누가 그런 음식을 먹겠어요

안타깝지만 코코나야, 선생님도 그런 음식은 먹지 않는단다.
미안.
오 신기방기
질문 있습니다
근묵자흑도 근접발달영역일까요
애초에 근묵자흑이라는 사자성어 자체가 "검은 것을 가까이하면 네 옷도 검어질 것이다" 이니, 나쁜 방향으로의 근접발달영역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질 나쁜 친구와 함께할 때 처음에는 학교 담 넘는것도 어려워하지만 나중에는 담배 삥도 뜯는 것과 같죠
이해가 쏙쏙 되잖아
질문이씁니다
게임내에서는 친구 못만드는게 고민인건 레이사 뿐이었고 심지어 얘도 주위가 좋게 봐주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조금 여는걸로 충분했잖어요
그치만 현실에서 친구 못만드는 경우는 애석하게도 그렇게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단 말이죠 근본적으로 태도를 바꾼다거나 환경을 바꾼다거나 하는 문제 해결이 동반되어야 하니까
그럼 사회성 길러주는 교육법은 근접발달영역이라고 보기는 힘든걸까요
사회성 교육도 어느 정도 ZPD의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영역 자체가 스스로의 힘으로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에 타인의 도움이 가해졌을 때 도달 가능해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가 그 학생 주변의 환경을 어느 정도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면 이것 역시 근접발달영역에 해당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렇게 사회성을 길러주는 "교육법"은 비계 설정(스캐폴딩) 기법이라는 내용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ZPD는 교육법이라기보다는 단순 영역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아 교육 방식이라기보다는 상황 인식에 가까운 이론이군요 이해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예전 어머님들이나 유치원에선 편식하는 애들에게 햄버그같은거에 야채 섞어서 먹이는 경우도 비슷할까요?
비슷하죠! 약간 오해가 있으신 것이,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ZPD를 활용한 비계설정에 가깝습니다. ZPD는 단순 영역의 개념입니다.
이 근접발달 영역을 제창한 아저씨가 바로 쏘비에트 교육학의 자존심 비고츠키 동무 되시겠다.
교육학적으로 피아제와 많이 대조하여 설명하는 편인데 교육을 하다보면 비고츠키를, 육아를 하다보면 피아제를 이해한다는 카더라도 있다.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