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글 유관순) 우리는 유관순을 잘못 기억하고 있음

유관순이 너무 과대평가됐다 어쩐다 하는 말은 있지만

사실 어느 나라건 근대에 와서 몇몇 영웅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위인을 띄워주는 현상은 있기 때문에

유관순을 우리가 기억하는 건 딱히 문제가 없다고는 생각함

근데 진짜 문제는 유관순을 잊지 말자는 게 아니라

유관순이 겪은 일이 마치 3.1운동의 전부인 마냥 독립운동의 성격을 축소시키고

헌법 전문에도 등장할 정도로 대한민국 수립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독립운동을

그냥 만세 부르다가 일제한테 진압당한 사건 정도로 왜곡하는 거라고 봄 

그냥 규모 큰 독립운동이라서 헌법에 들어간 거도 아니고

2천만 민족 전체가 주권자로 각성해서 새 나라를 세우기로 결정하고

그래서 그 의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라고 하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치체제로 처음 나타난 게 

헌법에까지 3.1운동이 들어가고 3월 1일이 국경일이 된 이유인데

그런 중요한 의미는 정작 부각이 안 되고

유관순의 비극만 계속 언급되니까

왜 우리가 3.1절을 기념하는지 왜 3.1운동이 중요한지 같은

그런 독립운동의 역사를 자꾸 스스로 축소시키고 왜곡하는 그런 게 진짜 문제라고 봄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가 유관순을 기억하는게 잘못이 아니라

잘못된 방식으로 유관순과 3.1운동을 기억하는 거라고 봐야할 거 같음

비극만 언급하는 게 아니더라도 근대적인 교육을 받은 신여성이 스스로의 주체적인 각성과 노력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용기를 가진다

이거 자체가 오히려 3.1운동이 지닌 의미에 더 부합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