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인공유성(?) 발사 현장

내용

비담 등은 명활성(明活城)註 134에 주둔하고, 왕의 군사는 월성(月城)註 135에다 진영(陣營)을 구축하여 10일 동안 공격과 방어를 계속하였으나 승패를 가리지 못하였다. 자정 무렵[丙夜]에註 136 큰 별이 월성에 떨어졌다. 비담 등이 군사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별이 떨어진 곳에는 반드시 피를 흘릴 일이 생긴다고 하니, 이는 아마 여왕[女主]이 패할 징조일 것이다.”라고 하였다.註 137 군사들의 환호성이 하늘과 땅을 진동시켰다. 대왕이 〔환호성을〕 듣고 매우 두려워서 어찌할 줄 몰랐다. 유신이 왕을 뵙고 아뢰기를, “길하고 흉한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람들이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왕(紂王)註 138 때에 적작(赤雀)이 나타났음에도 〔은나라는〕 망하였고,註 139 노(魯)나라註 140는 기린(麒麟)을 얻었음에도 쇠퇴하였고,註 141 〔은나라〕 고종(高宗) 때에 꿩이 울었음에도 흥하였으며,註 142 〔정나라〕 정공(鄭公) 때에 용들이 서로 다투었음에도 번창하였습니다.註 143 따라서 덕(德)이 요사함을 이긴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 별이 떨어진 이변(異變)은 족히 두려워할 것이 못 됩니다. 청컨대 왕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하였다.註 144
〔김유신은〕 이에 허수아비를 만들어 불을 붙여 연에 실어 날렸는데, 〔그것이〕 마치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날 사람을 시켜 길거리에서, “어제 떨어졌던 별이 다시 〔하늘로〕 올라갔다.”라고 말을 전하게 하여, 적군(賊軍)으로 하여금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또한 흰 말을 〔희생으로〕 잡아 별이 떨어진 곳에서 제사를 지내고, 축원(祝願)하여 말하기를, “하늘의 도리[天道]로 말하자면, 양(陽)은 굳세고 음(陰)은 부드럽고 약하며, 사람의 도리[人道]로 말하자면, 군주(君主)는 존귀하고 신하는 비천합니다. 만약에 혹시 이러한 질서가 뒤바뀐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지금 비담 등이 신하로서 군주를 해치려고 하는데, 〔이것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침해하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이른바 난신적자(亂臣賊子)註 145로서 사람과 신이 모두 미워하는 것이고, 하늘과 땅도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하늘이 이와 같은 것에 대해 무심한 듯하고, 도리어 왕성(王城; 월성)에 별을 떨어뜨리는 괴변을 보였으니, 이는 신이 〔하늘에 대해〕 의혹을 갖게 만드는 것이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註 146 바라건대, 하늘의 위엄으로 사람이 하고자 하는 것에 따라 착한 이를 표창하고 악한 자를 징계하셔서, 신령(神靈)으로써 부끄러운 행위를 하지 마시옵소서.”라고 하였다.註 147 이에 여러 장군과 군사들을 독려해 용기를 내어 치게 하니, 비담 등이 패하여 달아나자 추격하여 목을 베고 구족(九族)註 148을 죽였다.註 149
-삼국사기 41권 열전, 김유신 상, 김유신이 비담의 난을 진압하다 ( 647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