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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보는 아들녀석이 우리 부부를 울렸네요

한참 수능치를 시간에 갑자기 와이프 한테 문자가 와서
길거리에서 와이프라 저랑 막 울었네요
알고보니 예약 메시지를 써서 보냤더라고요
아래는 예약 메시지 내용입니다
엄마 놀라지 말고 읽어 난 지금 쌍사 풀고 있어. 몰폰 하는 거 아니야. 동아시아사 열심히 풀고 있지 만점을 향해서.
이건 예약된 메시지라 좀 쓴지 됐어. 언제 쓴지 알려고는 안해도 돼. 지금 아니면 말할 기회 없을 거 같기도 하고 할 마음도 안 들을 거 같아서 써. 걍 의식의 흐름ㅁ대로 쓰는 거라 글의 응집력이 좀 떨어질 수도 있어 감안하고 읽으면 돼.
사실 내가 엄마나 아빠 앞에서 그동안 무뚝뚝하게 행동하거나 생일이나 기념일에 선물도 챙기지 않고 좀 철 없이 행동한 건 엄마아빠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야. 단지 내가 남자애고 아직 19살이고 19살은 많다면 많은 나이이기도 하지만 아직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표현하는데에는 서툰 어린 나이이니까 그런 거 같아. 그건 사과할게. 그나저나 아무래도 내가 기억력이 좀 엄마 닮아서 뛰어나잖아ㅋㅋ ㄱ래서 어린 시절 엄마랑 아빠랑 즐겁게 보낸 거가 가끔 생각나더라고 ㅋㅋ 뭐 서울랜드 후룸라이드는 솔직히 즐거운 경험이랑은 거리가 멀지만 전주 경주 여행도 8살 때 가고 세부 보라카이 일본 마카오 등등.. 남들도 물론 경험했을 수도 있지만 난 엄빠랑 여행다니면서 각종 추억 쌓은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다 엄빠는 기억 할 수도 있는 세부적인 사항까지 ㅋㅋ 그리고 남들은 못했을 두 번의 유럽여행또한 엄마랑 아빠가 나를 사랑하고 아끼니까 보내준 거라고 생각해. 모를 수도 있지만 내가 가끔 엄마나 아빠한테 화내거나 짜증내고 나서 나도 너무 죄책감이 들어. 난 딱히 보태준 것도 없는데 속만 썩히는 거 같아서. 근데 사과하기 뭔가 용기가 안나서 그냥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 거 같아. 저번에 엄마한테 호들갑 떨지말라거 했을 때 그 후에 윤철이랑 통화할때 얘기했었거든.걔도 ㄱ렇게 부모님한테 말하는 건 심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큰 잘못을 했구나 싶었어. 그리고 엄마가 재키 안고 침대에 있을 때 재키한테 위로 받는 거 같아보이길래 너무 슬펐어. 나 T같아 보여도 완전 F야. 윤철이도 나 쌉F라 그러더라. 사실 지금도 생각하니까 눈물이 좀 나려 하네. 엄마가 언제 나한테 내가 지인들이나 외부인의 감정은 생각하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엄빠의 감정을 생각 안한다 했잖아. 그것도 맞는 거 같더라. 미안해. 그냥 그동안 내가 엄빠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생각한 거 같아. 그러면 안됐는데 맨날 키 갖고 짜증내고 약간 원망스러웠나봐. 그래서 일부로 보복심리로 그랬던 거 같아.미안해. 내 생각이 너무 짧았어 그래서 난 이걸 조금이나마 만회하고ㅜ싶어. 그니까 이제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앙금은 녹여줬으면 해. 그래서 수능도 잘 보고 논술도 잘 봐서 원하는 대학 가서 효도하려고. 그게 내 목표야 1차적으로는. 아 근데 이러고 떨어지면 너무 슬플 거 같긴 해.ㅋㅋ 그건 생각하지 말자고.
어쩄든 19년동안 나 키워줘서 고맙고, 사랑해. 나한테 부모님한테 사랑한다는 말이 참 어렵더라.나만 그런가ㅡ나는 엄마랑 아빠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만큼 사랑해 ,사랑해요,사랑합니다
수능 잘 보고 올게. 이건 진심이야. 다만 집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게 해줬으몀 해. 재키랑 산책 가 있어.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어. 이만 줄일게 사랑해 19년동안 나 하나를 위해서 살아온 엄마에게.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중 발췌하며.
-엄마의 영원한 짱쭈가-

댓글
  • 프로니모스 2025/11/14 07:15

    잘 키우셨네요..탐난다 저런 아들....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좋을것같습니다
    부럽습니다..아침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4eDlNq)

  • 어느덧Lv7. 2025/11/14 07:20

    너무 듬직하고 이쁜 아들이네요..
    저희아들도 이제 6살인데
    관계를 잘 유지해서 이런 아들로 컸으면 좋겠네요
    출근길에 살짝 훌쩍하고갑니다 ㅎㅎ

    (4eDlNq)

  • 가즈아가즈앙 2025/11/14 07:22

    너무 잘 커준 아들이네요.
    저희애들은 4살인데..언제쯤..ㅋㅋ

    (4eDl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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