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죽고 아내처럼 화장하고 남자들과 어울린 왕

고려 공민왕

아래는 글자가 작다해서 적어둔 원문들

겨울 10월 갑술 초하루에 자제위(子弟衛)를 설치하고 나이가 어리고 예쁜 용모를 가진 자들을 선발하여 여기에 속하게 하고, 대언(代言) 김흥경(金興慶)이 총괄하게 하였다. 이에 홍륜(洪倫)·한안(韓安)·권진(權瑨)·홍관(洪寬)·노선(盧瑄) 등은 모두 총애를 받아 항상 침실 내[臥內]에서 시종하였다. 왕은 본래 여색을 좋아하지 않고, 또한 감당하지 못하였으므로 공주가 살아있을 때에도 어행(御幸)이 매우 드물었었다. 〈공주가〉 죽은 후에 비록 여러 비(妃)를 들여 별궁(別宮)에 두었으나 가까이 하지 못하고 밤낮으로 슬퍼하며 공주를 생각하다가 마침내 마음에 병이 들었다. 항상 스스로 부인의 모양으로 화장을 하고 먼저 어린 내비(內婢)를 방 안으로 들여 그 얼굴을 보자기로 가리게 하고는 김흥경 및 홍륜 무리를 불러들여 난잡한 행위를 하게 했다. 왕은 옆방의 틈으로 그것을 보다가 마음이 동하게 되면 곧 홍륜 등을 침실 안으로 들여 자신에게 남녀의 행위와 같이 음행하게 했다. 다시 수십 인과 치루고 멈추었으니, 이 때문에 늦게 일어나고 혹은 뜻에 맞으면 상을 내림이 헤아릴 수 없었다. 왕은 후사가 없음을 염려하여 홍륜과 한안에게 여러 비를 강제로 욕보이고 아들을 낳게 하여 자신의 자식으로 삼고자 하였다. 정비(定妃)·혜비(惠妃)·신비(愼妃) 등은 죽음으로 저항하여 따르지 않았다. 이후 익비궁(益妃宮)으로 행차하여 김흥경·홍륜·한안 등으로 하여금 간통하게 하였으나 비(妃)가 거절하니 왕이 검을 빼 치려고 하니 비가 두려워하며 따랐다. 〈이후 이들은〉 왕명이라 거짓으로 속여 수차례 왕래하였다

-고려사,1372년 10월 1일

겨울 10월. 자제위(子弟衛)를 설치하여 나이가 어리고 용모가 아름다운 자를 선발하여 소속시키고 대언(代言) 김흥경(金興慶)으로 그들을 총괄하게 하였다. 이에 홍륜(洪倫)·한안(韓安)·권진(權瑨)·홍관(洪寬)·노선(盧瑄) 등이 음탕하고 더러운 행동으로 왕의 총애를 얻어서 항상 침실에서 모셨다. 왕이 후사가 없는 것을 염려하여 홍륜·한안의 무리로 하여금 여러 비(妃)들을 강제로 욕보이게 해서 그들이 아들을 낳는다면 이로써 자신의 아들로 삼기를 바랐다. 정비(定妃)·혜비(惠妃)·신비(愼妃) 3명의 비는 죽음으로 저항하여 따르지 않았다. 대전보마배행수(大殿寶馬陪行首) 조준(趙浚)은 탄식하며 말하기를, “인간의 도(道)가 없어졌으니, 다시 무엇을 말하겠는가. 또한 왕이 위압과 복덕을 주고 빼앗는 일을 항상 군소(群小)와 모의하고 군자에게까지 미치지 않으니, 오늘날의 형세가 매우 위태롭구나.”라고 하였다.

-고려사절요, 1372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