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루아카이브의 메인스토리 제목은 대부분 굉장히 직관적인 형식을 취한다.
‘대책위원회 편’이나 ‘백화요란 편’, ‘데카그라마톤 편’은 말할 것도 없고, ‘카르바노그 토끼 편’과 ‘그리고 모든 기적이 시작되는 곳 편(일본명 ‘보편적인 기적의 시발점 편’)’은 작중에서 제목의 의미를 대놓고 설명해 주고 있고, 트리니티와 게헨나간의 정치극일 예정이었던 ‘에덴조약 편’은 중심소재가 에덴조약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직관적인 편이다.
비직관적인 제목은 ‘흘러간 시간들의 오라토리오 편’과 ‘태엽감는 꽃의 파반느 편’인데, 사실 ‘흘러간 시간들의 오라토리오’도 오라토리오라는 용어가 생소해서 그렇지 사실상 ‘에덴조약 편’의 후일담에 해당된다는 점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의미는 유추할 수 있는 편이다. ‘지난 시간에 대한 기도곡’이라고 바꿔서 표현하면 대놓고 이거 후일담이에요 하고 말하고 있는 수준이니까.
그럼 남는 것은 ‘태엽감는 꽃의 파반느 편’(이하 파반느 편) 뿐인데, 이 글에서는 파반느 편의 제목에 대한 의미를 뇌피셜을 잔뜩 섞어 한번 분석해보고자 한다.
데카그라마톤이 계속 밀려서 회로 돌리는 거 아니냐고?
기다리는 동안 굴릴 떡밥 없어서 그래. 기다리는 김에 겸사겸사 듣고 가.

블루아카이브의 메인스토리는 작품 자체를 한번 끝맺음하고 가는 ‘그리고 모든 기적이 시작되는 곳’편과 학교끼리의 설정 자체가 긴밀하게 연결되는 ‘에덴조약 편’과 ‘흘러간 시간들의 오라토리오 편’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 중에서 밀레니엄은 다소 특이한 구성을 취하는데, 파반느편과 ‘데카그라마톤 편’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메인스토리처럼 진행된다는 점이다.

말할 것도 없이 파반느편의 주인공은 아리스다. 맥락상 ‘태엽감는 꽃의 파반느 편’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아리스를 중심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 자명하다.
파반느는 16~17세기에 유행했던 빠른 템포의 궁정무곡을 의미한다. 태엽감는 꽃은 자주 쓰이는 비유법을 조합해 보면 소녀의 형상을 취한 기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좀 더 직관적이게 표현하자면 ‘태엽감는 꽃의 파반느’는 ‘소녀 기계의 춤노래’를 의미하는 표현이 되겠다.
그리고 하나 더, 파반느라고 하면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이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어쩌면 파반느라는 단어 자체가 이름없는 신들의 왕녀라는 아리스의 정체를 암시하고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궁정무곡이잖아.
종합해보면, 파반느편의 제목은 아리스의 행적 그 자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왜 춤이냐면, 왕녀의 모든 행적은 춤과 같이 우아한 자태인 겁니다. 불만 있습니까 휴먼?

파반느편을 끝내고 ‘데카그라마톤 편’으로 이어지면서 이야기의 중심은 파반느편의 조력자였던 초현상특무부로 옮겨간다. ‘데카그라마톤 편’의 중심 적은 말할 것도 없이 데카그라마톤으로, 세피로트의 나무에서 나오는 세피라에 해당하는 ‘선지자’를 적으로 내세워 자신들의 강철대륙을 건설하려는 말쿠트가 그들의 수장이다. 말쿠트는 아인, 소프, 오르라는 세명의 부하를 둔다. 그리고 말쿠트는 왕국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라?
제목을 분석하면서 아리스에게 제목이 어울리는 이유에 대해 서술한 요소와 말쿠트가 가지고 있는 요소가 정확히 일치한다. 아리스가 ‘태엽감는 꽃’이라면, 말쿠트 또한 ‘태엽감는 꽃’이고 ‘파반느’에 어울리는 왕녀이다.
‘데카그라마톤 편’은 초기에 아리스에 대한 떡밥을 뿌리기 위한 이벤트 스토리로서 진행되던 스토리이다. 그 시기의 초현상특무부는 아리스가 데카그라마톤의 예언자가 아닌가 의심하고 파헤치기 위해 존재하는 부서였으며, 사실 아리스의 정체로 의심하던 말쿠트가 완전히 별개의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아리스는 ‘데카그라마톤 편’의 중심소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의도적으로 겹쳐보게 만들었던 말쿠트와 아리스가 유사점이 많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말쿠트의 재기동 장면과 케이의 재기동 장면은 의도적으로 겹쳐보이게 연출되기도 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런 대조는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 있다.


PV등지에서 암시되는 ‘데카그라마톤 편’의 클라이막스는 아리스와 말쿠트의 결투구도이다. 두 기계왕녀의 화려한 결투라고 하면, 그것이야 말로 ‘태엽감는 꽃의 파반느’에 어울리는 장면이 아닐까?
이야기가 ‘데카그라마톤 편’으로 이어져서 더 이상 제목은 ‘태엽감는 꽃의 파반느’가 아니지만, 이 클라이막스야말로 ‘태엽감는 꽃의 파반느’라는 제목을 정할 때 상정한 장면이 아니었을까?
아님 말고.
풀아머 아리스 언제나오냐고~
케이 몸은 진짜 갈아탈지 궁금
개인적으론 각 시나리오의 명칭은 각 담당의 영향이 컸다고 봄. 결국 카르바노그의 토끼도 래빗팀이란 이름 외엔 연결성이 있냐 하긴 뭐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