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의 부하는 그 짧은 비명과도 같은 한마디를 끝으로
뿜어져나오는 섬광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왕이 마른침을 삼키자
부하가 열었던 문에서 용사와 음유시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무기는 커녕 과연 용사는 맞을까 싶은 모습의 용사와
달랑 악기 하나만 든 채로 흥얼대는 음유시인을 본 마왕은
마왕군이 그들이 뿜어내는 알 수 없는 섬광에 전부 당해버렸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허옇게 질린 표정이 되어 덜덜 떠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 너희는, 괴물이냐!"
용사와 음유시인은 대답했다
"아니."
"우린 그저 인간이야."
음유시인은 그말을 끝으로 격하게 악기를 퉁겼고
용사는 노랠 부르기 시작했다
"Ahhhhhhhhhhhhhhhhhhhhhhhhhhhhhh!"
"역시 용사와 마왕의 업인가... 마치 앨리스와 마리사의 관계처럼..."
"그러니까 그게 무슨 관계인데!!!"
마왕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