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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과 인사한다는 마음으로 하루 한 장

제가 젊어서 가장 활발히 돈을 벌어야 할 시기, 자식을 키우느라 그 기회를 흘려보냈습니다.
어느덧 68세. 집사람과 나, 앞으로 10년을 바라보면 막막한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변수만 없다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월 100만 원 정도는 남길 수 있는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살아오며 몇 번의 실패를 겪고 가진 것 다 정리하고 나니, 오래된 18평 집과 중고 화물차 한 대가 남았습니다.
그래도 인생을 비관하지는 않습니다.
나의 우매함으로 실패했고, 아직 '운'이라는 건 내게 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마음의 평안 아니겠습니까. ㅎㅎ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매주 사는 로또, 왜 나는 빼고 1등은 매주 나올까?
확률로 보면 814만 분의 1, 말 그대로 우주적인 숫자입니다.
하지만 공의 미세한 차이, 기계의 마모, 회전각도, 공기압 같은 변수를 고려하면,
수학적 확률로 설명하지 못하는 무량수(無量數), 즉 계산불능의 영역에 가까워진다고 생각됩니다.
진짜 무작위가 아니라, 미세하게 편향된 무작위. 그게 현실 아닐까요?
그런데도 1등은 매주 나옵니다. 왜일까요?
정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참여자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수십만, 수백만 명이 자동 번호로 던지는 그 수많은 조합이 결국 누군가의 운과 맞닿는 겁니다.
누군가는 몇 천만 원어치를 사기도 하고, 수백 장을 찍기도 하니까요.
물론 저는 그 우주적 확률을 건드리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매주 두세 장 사는 제가 그 벼락같은 확률에 닿을 리는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운이 온 줄도 모르고 스쳐 간 적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아니, 지금도 매일 나를 향해 아주 미세하게 엇갈리고 있는지도요.
그렇다면 하루에 로또 한 장,
그건 도박이 아니라 **“운과의 인사”**쯤 되지 않을까요?
‘오늘은 나와 맞닿을 수 있을까?’ 하고 묻는, 작은 기도이자 테스트.
기대를 버린 채 던져보는 겁니다.
운이 오면 다행이고, 아니어도 나는 내 인생을 그대로 살아갈 뿐이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더,
이 모든 과정에서 떠오르는 근본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내 운을 미끼로 돈을 버는 이 복권 시스템은 공정한가?
추첨은 정말 투명한가?
공의 무게, 기계의 상태는 매번 같은가?
운으로 사는 사람은 꿈을 꾸지만,
그 꿈으로 돈을 버는 주체들—위탁 운영사, 수탁 기업, 그리고 정부—
이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과연 공정하고 균등하게 사회에 환원되고 있는가?
나는 내 하루의 희망 한 장을 걸지만,
그 희망이 누구의 잔고로 돌아가고 있는지,
그 순환이 건강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로또는 단지 숫자 6개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 버텨야 할 이유,
그리고 오늘도 묵묵히 일터를 지키는 수많은 서민들의 운이 걸려 있습니다.
이제는, 그 운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국가와 사회가 감시하고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는 시대,
그리고 시민들은 그 설명을 요구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 Matchless 2025/07/20 07:10

    인기글 기준이 뭘까요??? 조회 1에 인기글 올라가있어서 궁금해 눌러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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