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서울 놀러갔을 때 우연히 연남동에 있는 인도 요리 식당에 들른 적 있다.
뭐 시킬지 고민하고 있는데 주인장이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에게 인도 북부에서 가장 대중적인 커리라면서 '알루 고비'라는 메뉴를 추천하더라.
그래서 괜히 나도 따라 시켜봤다.
그래서 메뉴가 나오자, 맛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알루(감자)+고비(콜리플라워)라는 이름답게 고기 없이 야채만 들어간 카레였는데도 은근히 땡기는 맛이 일품이였다.
그리고 한편으로 든 생각이...
'어, 이거 집에서 만들 수 있겠는데?'
우리 집에는 가람 마살라라는 인도 향신료가 있다.
언젠가 티비에서 카레 할 때 막판에 가람마살라 넣으면 맛이 확 산다는 게 나와서 사 본 건데
진짜 맛이 확 살아서 카레 할 때마다 매번 넣고 있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향신료를 미리 배합한 가람마살라와
저 안에 들어가는 야채만 구하면
식당만큼은 아니지만 대충 비슷하게 만들 수 있겠지! 싶은 생각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알?루 고비는 못 만들어도 몰?루 고비 정도는 되겠지.
레시피는 인터넷 뒤지니까 잔뜩 나오니 하나 골라잡고 따라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재료: 양파, 감자, 콜리플라워, 생강, 토마토(통조림), 가람 마살라, 취향에 따라 골라 본 다른 향신료.
토마토는 생토마토가 맛있긴 한데 드럽게 비싸더라.
원래 콜리플라워가 비쌀 거라고 생각해서 걍 브로콜리로 퉁치려고 했는데 브로콜리도 가격이 콜리플라워만큼 올라 있길래 걍 콜리플라워로 삼.
1. 야채를 썬다.
2. 감자와 콜리플라워는 잘 익으라고 조리 전 살짝 데친다.
3. 팬에 기름 두르고 가람마살라, 그 외 다양한 향신료와 소금을 넣고 약불에 볶는다.
난 쿠민, 고춧가루, 후추 추가로 더 넣었다.
참고로 내가 산 가람마살라는 대충 이런 향신료가 들어가 있다.
강황이 없는데 강황가루도 살걸 그랬나?
3. 향신료가 볶아졌으면 야채 넣고 볶는다.
토마토를 통조림으로 넣어서 흐물흐물하구만.
근데... 뭔가 까맣다?
혹시나 싶어 맛을 보니...
이... 이 맛은?
탄 맛이잖아!!!!!
아까 향신료 볶을때 분명 약불로 볶았는데도 가스레인지 화력이 세서
향신료가 다 타 버린 것이다.
이래서야 몰?루 고비는 커녕 개같이 멸망한 아!루 고비가 되겠다 싶었다.
살려야 한다.
치킨스톡 투하!
대충 손에 집히는 아무 향신료 투하!
결국 가람마살라+쿠민가루+후추+케이준 시즈닝+치킨스톡+슬라이스 치즈 두조각 투입으로 간신히 요리를 살려낼 수 있었다.
5. 아무 일 없다는 듯 이걸 약불에서 천천히 저어가며 졸여내면 완성.
이리하여 완성된 몰?루 고비
난은 만들기도 사기도 귀찮아서 그냥 밥에다 얹었다.
자취생 요리에 이쁜 플레이팅을 기대하면 아니된다.
놀랍게도 비주얼은 개판이지만 맛은 식당에서 사먹었던 그 맛이 났다.
치킨스톡 대다내
그렇게 몰?루 고비는 며칠간 자취생의 일용한 양식이 되어 줄 것이다.
다음에 할 땐 향신료는 걍 야채 볶고 넣어야징.
치킨스톡은 탄 음식도 살려내는구나!
음....이거 알루 고비가 아니라 검보가 된거 아님? ㅋㅋㅋㅋ
김하사
2022/09/03 10:28
치킨스톡은 탄 음식도 살려내는구나!
갓트루참얼티밋여신블랑
2022/09/03 10:28
비주얼이..............
후미카X片思い
2022/09/03 10:28
카레 와드
Solitary056
2022/09/03 10:30
음....이거 알루 고비가 아니라 검보가 된거 아님? ㅋㅋㅋㅋ
마왕 제갈량
2022/09/03 10:30
케이준 시즈닝 대다내!
V53PL
2022/09/03 10:32
오오 치킨스톡 대다내
닭새우튀김덮밥
2022/09/03 10:33
잘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