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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이라는 고독이 나를 얼마나 좀먹었던가 돌아봅니다

몸이 많이 아파서 6년간 병원과 제방의 침대위를 벗어나보지 못했던 아재입니다.
(지금은 회복됐습니다.)
 
2015년 3월 즈음에 인스타그램에 찌끄렸던 글과 사진이네요.
문득 인스타에서 예전에 썼던 글을 되짚어 읽어보니 이때는 이런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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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내고있던 병실에서 찍은 사진과 글입니다.
 
이날은 앞 침대를 쓰고 계시던 할아버지 한분이 급환으로 돌아가셨던 날입니다.
병실에 장기간 누워있다보면 완쾌하시어 퇴원하는 분들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방법으로 떠나가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환자가 유명을 달리하면 간병하던 가족,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분의 유체를 수습해 어디론가 옮기고
그 뒤로는 청소를 하시는 분이 오셔서 침대와 주변 물품들을 깨끗하게 닦아놓습니다.
이 과정이 그리 길지않아 오랜시간 누워지내느라 시간의 감각이 주욱 늘어나있던 제게는 순식간으로 느껴져버립니다.
 
한명의 삶이 끝이난 마침표의 순간은 야박하게 느껴지리만큼 신속하게 그 흔적을 지워버립니다.
나도 언젠간 저렇게 떠나갈 날이 오겠지요?
 
이제 비워진 저 침대는 몇시간 지나지않아 새로운 환자로 채워질겁니다.
소독약냄새를 가시게 하느라 창문을 열었는지 오랜만에 바깥공기가 느껴집니다.
그날 하루가 반복되지 않았으면하는 기분이었던거 같습니다.
 
반복되는 시간에 지쳐 인스타그램에라도 날짜와 함께 표식을 해 두었지만
이런짓이 각주구검 (刻舟求劍)임을 깨닿는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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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4층에 있는 정원으로나와 밤하늘을 바라봤었던거 같습니다.
 
이때 내가 앞으로도 2년을 이렇게 더 누워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생각해보니 그때는 우울함도 없었던거 같습니다.
그저 가슴속이 텅 비어 공허함 뿐이었던거 같습니다.
 
나에게 좋은일이던 좋같은 일이던 아무래도 괜찮으니 어떤 일이 생겨 시간의 나선을 부숴줬으면하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나선은 제게 그런걸 허용해주지 않았었습니다.
 
나선에 갖혀 정확한 속도로 시계방향으로만 빙글빙글도는 6년을 지내고 난 뒤 겨우겨우 일어설 수 있게되었을때
문득 떠오른게 영화 "쇼셍크 탈출"의 브룩스라는 할아버지 였습니다.
 
관성이 박혀버린 몸은 자유를 허락받고서도 매일 똑같이 시계방향으로 빙글빙글 돌 뿐이니
세상에 외떨어진 뒤 그 회전력은 어지러움로 다가와 메스꺼웠던거 같습니다.
 
Brooks was here.
 
브룩스 영감님은 좁은 방안에 주머니칼로 이런 글을 새겨넣은 뒤 회전의 관성을 벗어나보려 했었던걸까요?
댓글
  • 비밀문서 2017/06/08 23:47

    이제는 괜찮아지셨다니 다행이에요
    상황만 본다면 답답했을텐데, sns 글이 담백하게 느껴져요
    직업으로 글을 쓰셔도 될만큼 좋은 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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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온아 2017/06/09 08:51

    괜찮아지셨다니 다행이에요. 앞으로는 더욱더 건강해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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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bpul 2017/06/10 00:12

    뭐라 말 할 수 있을까요?
    항상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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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분♡전환 2017/06/10 00:14

    이런 말씀 조심스럽지만
    글에서 무게가 느껴질 정도로
    잘 쓰신 것 같아요
    제가 느낀 무게는 비할 바 없이 적겠지만...
    그래도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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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이둥절 2017/06/10 00:20

    감수성이 남다르시네요.
    지루하고 판박힌 감금도 시적인 표현로 기록하시고,
    앞으로 건강하시고 기쁜일들을 더 많이 맞이하는 날들만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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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퀸프레디 2017/06/10 00:26

    나는 해방가가 아니다. '해방가'란 존재하지 않는다. 민중은 스스로를 해방시킨다. -체
    다행입니다. 게바라의 말처럼 스스로 몸도 마음도
    해방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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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레이리스트 2017/06/10 00:26

    저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시간의 나선이 깨졌어요.
    세상엔 나왔지만 어디로 갈지 아직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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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론팝 2017/06/10 00:36

    ㅠㅠㅠ정말 상상도못할... 진짜 대단하세오 오랫동안 버티느라 너무 수고하셨고 이제 행복한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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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ebwbxksk 2017/06/10 00:43

    그리운 전화 한통 역시 없다
    여기서 마음이 찡하네요. 정말 외로운 병마와의 싸움이셨을 거 같아요.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정말 잘 견디셨어요 이제 조금씩 하고싶은 것 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더 좋은 날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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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어_그릴스 2017/06/10 02:57

    버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모든 외로운 분들에게 행복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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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종 2017/06/10 02:57

    과거의 당신이 오늘의 나를 보는 것 같다.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스스로가 만든 나락에 빠져 하루하루 무너저가는 지금의 나.
    나도 날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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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매검 2017/06/10 03:00

    6년이라는 시간을 경험하신 글쓴이님께 우선 축하를 드리고 싶네요 ..
    정말 힘드신 시간이셨겠지요... 제가 어찌 감히 알수 있을까요.
    쓰셨던 글들에 고독이 절절히 베어 나옵니다.
    하지만 비록 그 행위들이 각주구검이라 할지라도 이 글에 올리실수 있었던 것처럼 그 자국은 계속 남아있는 것,
    그 순간에는 그 고독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도구로,
    현재는 슬프고 아픈 기억이라도 그때의 자신을 돌아보고 지금의 자신에게 응원을 줄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길 바랍니다.
    삶이란 참 부질없을지 몰라도.. 살아있기 때문에 소리치고 글도 쓰고 할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덧붙여, 관성은 우습게도 알게 모르게 평생 작용할 것입니다. 다만 멈춰있을때는 더욱더 크게 느껴질뿐..
    그저 부디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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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피셔스 2017/06/10 04:12

    이제 즐겁고 행복한 생생한 모든일들이 작성자님에게 일어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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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이엔젤이 2017/06/10 05:17

    왜인지 일원동의 풍경이라는 느낌이 납니다.
    저도 거기 살다가(?) 나온지 10년 조금 넘었네요.
    회복하신듯하여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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