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당하곤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한국사 사건

바로 예송논쟁

보통 쓸데없는 주제를 가지고 벌이는 탁상공론을 말하는 단어로 쓰이는 데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현대에 사는, 왕정과 관계가 없는 우리 입장에서야 

"뭐 옷 하나 입는 거 가지고 쓰잘떼기없이 왜 싸움?"

"가뜩이나 그때 기근도 들었다는데 지들끼리 짝짜꿍하네 ㅂㅅ들"

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사건은 국가 지도자의 정통성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를 둘러싸고

내로라하던 유학계 사기캐들의 사상과 논리가 총동원된 사건이다

대놓고 당사자 앞에서 왈가왈부 할 수는 없으니

상복에 대한 예법이 주 논쟁거리가 되었을 뿐

그리고 애초에 현종 재위 기간 내내 모두가 예송에만 매달린 것도 아니며

호란과 상술한 기근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최대한 수습하려고 노력했고

게다가 예송을 통해 비로소 정립된 이기일원론과 이기이원론이

서인과 남인의 정책을 지탱하는 뿌리와 같이 작용했다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절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사건인 것

그리고 이후 근대 유럽에서 똑같은 왕위 계승 및 정통성 문제로

수많은 전쟁이 일어나 피바람이 불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일로 인해 죽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칭찬받을 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