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 요괴가 적은 이유로 호랑이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유게에 올라왔었더라고.
엄청 사람을 죽여서 용의자가 뚜렷하다고.... 뭐 일리는 있어 산군님인데.
아무튼 그냥 평범한 호랑이도 엄청 무서운데, 놀랍게도 한국엔 여러 호랑이 요괴도 존재한다 이말이야.
하기야 그렇게 호랑이가 많이 나오는 곳인데 호랑이 요괴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겠다.
이번에 소개할 요괴인 흑호(黑虎)도 그 많은 호랑이 요괴 중 하나야.
이 요괴는 청구야담에서 '흑호를 죽인 이수기(李武弁窮峽格猛獸)'라는 이야기에서 등장해.
때는 인조시대, 무관이였던 이수기란 사람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장사였어.
그 사람이 일 때문에 양양 방면으로 가다가 밤이 되어서 산에 길을 잃었는데 운좋게도 2층 집을 발견하고 거기 안주인으로부터 들여보내졌단 말이야.
안주인으로부터 대접을 받던 도중 집주인이 등장했는데, 그 장수인 이수기가 작아보일 정도로 엄청난 거구였어.
이수기는 집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 주인은 자기가 사냥해온 사냥감들을 손질하고 이수기와 함께 술을 마셨지.
그렇게 술 마시면서 썰을 풀던 중, 갑자기 집주인이 커다란 고백을 하게 돼.
10년전, 자신의 집에서 10리 떨어진 곳에 사악한 흑호가 나타났었다고 말이야.
그 검은 호랑이가 마을 사람은 물론이고 집주인의 조부모, 부모, 형제 삼대를 모두 물어 죽였다고.
몇 년 동안 흑호를 몰아내지 못했기에, 이수기에게 도움을 요청한거야. 함께 죽이자고.
흑호는 나이가 많은 호랑이라서, 검과 총을 들고 가면 반드시 숨어 지내다가 맨손일 때만 습격하는 엄청 지혜로운 녀석이었대.
이수기는 이 이야기를 듣고 주인의 부탁에 응하기로 했어.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이수기와 집주인은 검을 쥐고 흑호를 잡으러 떠났어.
여러 계곡을 지나고 마을 근처의 시냇가에 도착했는데, 시냇가 머리쪽의 높은 바위 위로 엄청 음산한 기운이 뿜어졌대.
마치 검푸른 빛이 깎아지른 듯이 말이야.
주인은 이수기에게 풀숲에 숨어라고 하곤, 시냇가 쪽으로 나아가 휘파람을 길게 불었어.
그러자 바위 위에서 모래바람이 크게 일어나더니 아예 골짜기 일대를 시커멓게 만들정도로 가득 메웠어.
그러고 얼마 뒤, 바위 꼭대기에 횃불같은 광채를 내뿜으면서 흑호가 나타났지.
주인이 흑호에게 어그로를 끌었고, 흑호는 그대로 주인에게 달려들었어.
그때 흑호의 모습이 나오는데, 다른 호랑이 따위와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엄청 흉측하고 사납게 생겨서 보통 사람은 똑바로 구경이 불가능 할 정도였대.
흑호는 두발로 서면서 주인과 몸싸움을 벌였어.
날카로운 발톱으로 주인을 휘갈겼지만, 다행히 주인은 엄청 두꺼운 돼지 생가죽 갑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
둘이 엄청 치고박고 있을 때에, 이수기가 기습해서 흑호를 검으로 찌르려고 했어.
흑호는 달려드는 이수기에게 포효를 지르는데, 얼마나 엄청났는지 주변 바위가 깨질 정도였대.
하지만 이수기는 그런 포효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달려 들어 흑호를 찔러 쓰러트리는데 성공했어.
그렇게 흑호를 육젓으로 만들고, 심장과 간은 이수기가 씹어먹었어.
10년간의 원수였던 흑호를 쓰러트리는데 함께해준 이수기에게 자신의 재산 일부와 자신의 딸을 첩으로 들이게 하며 그렇게 해피엔딩.
종합해보면 흑호는 기본적으로 매우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는 노호(老虎)고, 모래바람을 일으키면서 바위를 깨트릴 정도의 포효를 지르는 존나 짱센 괴수였다는 거시야.
Engineer0623 2021/06/07 23:35
그러니까 버프받은 호랑이라는 거죠?
Engineer0623 2021/06/07 23:36
근데 그림 잘그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