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딸)와이프는 모르는 나의 은밀한 취미

요즈음 밤마다 와이프랑 같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와이프는 뭔가를 시작하기 전에 장비를 우선 구매하는 타입.

런닝화, 운동복 등 이것저것 보조기구를 구입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건 암밴드와 무선 이어폰이었다.

암밴드로 핸드폰을 고정하고 무선 이어폰으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동기부여를 받는, 아마도 이런 느낌의 달리기를 연출하고 싶었던 듯하다.

 

어쨋든 겸사겸사 나도 꼽사리 껴서 암밴드를 구입하고 같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장소는 집 근처 작은 대학의 운동장. 다섯 바퀴는 함께 보조를 맞춰 뛰고, 나머지 다섯 바퀴는 각자 페이스대로 뛴다.

 

함께 보조를 맞춰 뛰는 동안에도 각자 무선이어폰을 끼고 있지만 우리 이어폰은 대화를 인식해 소리를 줄여주는 기능이 있어 서로의 얼굴을 쳐다 보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와이프의 착각이다.

 

 

 

 

화기애애하지 않다!!

와이프는 모르고 있다!

 

 

 

 

내가 최근 혼자 보냈던 휴일에 말딸 애니 1~2기, OVA를 완주했다는 것을!!

 

내 이어폰에서는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2기 오프닝 곡이 재생되고 있다는 것을!!

 

와이프의 얼굴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사실 호시탐탐 추입을 노리는 영악한 경주마의 그것이라는 것을!!!

 

 

웬일로 뛰느니 죽는 게 낫다는 씹덕이 달리기에 고분고분 따라나온다 했겠지... 

하지만 토-카이 테이오 뽕에 빠진 나에게 이것은 그냥 달리기가 아니라 맥퀸과의 약속이 걸린 G1 경기인 것이다...

 

본격적인 레이스는 마지막 다섯 바퀴에서 시작된다.

와이프가 페이스를 올리면 나는 음악을 바꾼다는 명목으로 일부러 뒤로 쳐진다. 나는 추입마이기 때문이다.

 

음악은... 그래...

 

이미 와이프는 반 바퀴 이상 앞서 있다.

전력으로 쫓아가지만 운동부족 씹덕인 내겐... 무리일지도 모른다.

숨이 찬다... 피맛이 난다...

 

 

 

하지만!!

 

 

 가장 이기고 싶은 건!!

 

 바로 나야!!!

 

 

 

 

 

 얏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