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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에 다녀온 아내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2021년 4월 16일에 쓰는 재미없는 이야기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아내의 다급한 전화...

"아이들 못구했데. 어떡해."

그날...

장인 어른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아내가 그렇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연일 전해지는 안타까운 소식에 안절부절하던 아내는

어느 금요일 저녁, 아들을 저에게 맡기고 팽목항으로 갔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가족분들 밥이라도 챙겨드리고 손이라도 한 번 잡아드려야겠다고...


그리고 일요일 오후 아내의 전화.

"여보, 나 좀 데리러 와줘. 혼자는 못가겠어."


제 아내가 말이죠. 어떤 사람이냐면.

혼자서 아들 여기저기 구경시켜준다고 새벽부터 버스타고 기차타고

아들 녀석 안고 끌고 공주산성이며 춘천이며 당일치기로 씩씩하게 다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혼자 못가겠으니 데리러 와달라고 하더라구요.

아.. 이 사람, 많이 힘들구나...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자다가 일어나서 울고, 

아들이랑 눈만 마주쳐도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그래서 또 봉사하러 간다는 걸 말리고 제가 대신 갔습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잔뜩 흐린 하늘에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더군요.


그리고 저는 그날... 그곳에서...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고


하늘보다 슬피우는 사람들을 봤고..


앞으로의 이렇게 하늘보다 슬피 우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들도 나도.. 우리도...


지금도 세월호 생각이 나면, 저희 부부는 눈물을 흘립니다.

여전히 그때만큼 슬프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저희 부부 역시 아직 치유받지 못했으니까...


어쩌면 희생자들...

그리고 그 유족들이 치유받지 못하는 한 우리도 치유받지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아내가...

그래서 그냥 받아 들이기로 했습니다.

슬픔도 미안함도 괴로움도...

그게 어른들의 욕심으로 희생된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속죄일 것 같아서...

댓글
  • 93%충전중 2021/04/16 16:59


    세월호 7주기..
    아이들이 보고 싶어 바다에 왔습니다.
    바닷가를 뛰어다니는 제 아이를 보니
    그 아이들이 더 보고 싶어요...
    세상 어딘가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4월 16일이였으면
    얼마나, 얼마나 좋았을까...
    2014년 이후로 4월 16일엔 날이 쨍하고
    맑았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YSJIM9)

  • 루나시엘 2021/04/16 17:52

    처음 속보와 사진을 보고는 무사히 끝나겠지 했었고...
    전원 구출 소식(오보)를 듣곤 당연하지 했었죠...
    허나 그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의문밖에 안생기더라구요...
    왜 구출을 안했지?
    왜 승객들 보고 바다로 뛰어들라고 안했지?
    왜 선원만 구출하고 해경은 제대로 구조작업을 안했지?
    그 이후 허하더라구요...

    (YSJIM9)

  • 간츠프리마 2021/04/16 18:01

    눈물이 마른 저도 이 아이들을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꽃이자 별인 아이들인데...

    (YSJIM9)

  • 제로나인 2021/04/16 19:05

    아는분이... 유가족... 이신데....
    정말..어떤말도 못하겠더라구요....
    위로도.. 힘내란 말도...
    그래도 불러내서 밥이라도 사줄라면..,
    그런거 있잖아요.. 웃는데 우는거...
    참...  힘든거 같습니다...

    (YSJIM9)

  • 닉은8자이내 2021/04/16 19:05

    사고가 났을 때 팽목이랑 체육관에서 자원봉사를 했었습니다.
    표현해주신 울음에 대한 내용에 다시 한번 그 날 들었던 통곡소리를 떠올리게하네요.
    제가 들엇던 어떤 울음보다 더 간절하고 슬프고 애통한 울음소리였습니다.
    평생 잊지못할거에요

    (YSJIM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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