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율: 법률 문서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법.(네이버 국어사전)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수백년이 넘었기 때문에 오랜 새월을 거치며 여러 가지 룰이 만들어 졌습니다. 때문에 적혀있지는 않지만 오랫동안 지켜지고 있는 불문율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법 유명한 것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혹시 여기에 나오지 않은 것들은 댓글 부탁드립니다.
1.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의 라데츠키 행진곡
이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오스트리아의 라데츠기 장군의 승리를 기념하여 만든 곡으로 왈츠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왈츠곡은 아들에게 묻혀버린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대표작입니다. 이 곡의 멜로디는 한번쯤은 다들 들어봤을 겁니다.
이 곡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에서 항상 마지막을 장식하는 앵콜곡으로 공식 프로그램에는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신년음악회를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유명한 것은 신년음악회에서 이 곡을 연주할 때는 박자에 맞춰서 관객들이 같이 박수를 치는 것입니다. 박수 치는 타이밍도 법칙이 있는 엄숙한 연주회장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죠. 이 불문율에 영향을 받았는지 현재는 다른 콘서트에서도 이 곡이 앵콜로 나오면 다들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칩니다.ㅎㅎ
하지만 이 전통이 딱 한번 지켜지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데 2005년 신년음악회 며칠전 동남아 대지진이 터지는 바람에 추모의 의미로 라데츠키 행진곡을 목록에서 제외시킨 적이 있습니다.
(1987년 신년음악회. 카라얀 지휘. 항상 눈 지그시 감은 채 근엄한 사진만 찍던 카라얀이 여기선 꽤나 유쾌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2.연말에는 합창 교향곡 & 메시아
이 두 곡은 매년 연말만 되면 이곳저곳에서 공연하는 일이 많은 곡들입니다.
합창 교향곡은 베토벤의 9번 교향곡으로 베토벤의 최고 역작으로 평가받으며 교향곡에 처음으로 합창을 도입한 걸로도 유명합니다. 베토벤이 쓴 원복악보는 무려 세계기록유산에 등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곡이 연말에 자주 연주되는 이유는 4악장 환희의 송가가 평화와 인류애를 노래한 곡이라서 다가오는 새해의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로 추측됩니다.
는 헨델의 오라토리오(종교적인 내용을 주제로 만든 극음악)로 예수의 탄생, 고난과 부활을 내용으로 한 곡입니다. 이 곡이 많이 연주되는 이유는 당연히 성탄절... 실제로 메시아는 일반적인 연주회장에서 연주되는 것 못지않게 대형교회에서도 성탄 기념으로 많이 연주가 됩니다. (같은 이유로 부활절 기념으로도 많이 연주됩니다)
(대구시향 2020 송년음악회 합창교향곡 포스터. 당연히(?) 올해는 취소되었습니다ㅠ)
2-1. 할렐루야 기립
위에서 설명한 헨델의 메시아를 연주할 때는 아주 유명한 전통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메시아 2부의 마지막곡 가 연주될 때는 관객들이 모두 기립하여 감상을 합니다.
(예시. 0:07초부터 관중들 유심히 보면 하나둘씩 일어나는 모습이 보일 겁니다.)
이 전통은 아주 오래된 불문율로 무려 수백년을 이어져 온 전통입니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로 이 곡의 런던 초연 시 참석했던 국왕 조지2세가 이 곡이 연주될 때 감동받아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고 왕이 일어나 있는데 백성들이 앉아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관객들도 덩달아 다 일어나게 되었던게 전통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상당히 그럴 듯 해 보이는 이 유명한 일화도 사실 그 당시 국왕이 참석했다는 기록이 없기 때문에 진짜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확실한 건 이 기립 전통은 아주 오래전부터 쭉 이어져 온 유서깊은 전통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공연장에 가서 이 곡을 들을 때 일어나지 않아도 아무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본인의 앞뒤좌우 관객들 모두 일어나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3.악장 간 박수는 금지: 클래식 연주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도대체 박수를 언제 쳐야 하는가입니다.
일단 가장 손쉬운 방법은 남들 칠 때 따라 치면 됩니다.;; 연주회장에 많이 다니는 애호가 분들은 곡이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거기 맞춰서 박수를 치는게 가장 편합니다.
보통 교향곡은 한 곡이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소나타는 한 곡이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연주가 한번 마무리 되었다고 곡이 다 끝난게 아니라 악장 하나가 끝났을 뿐입니다. 이걸 3~4번 반복해야 최종적으로 마지막 악장까지 곡이 완전히 끝나죠. 그때 박수를 열렬히 치면 되는데 가장 좋은 타이밍은 지휘자나 연주자가 연주를 끝내고 청중에게 돌아설 때입니다. 굳이 박수를 서두를 필요 없어요ㅋ
오페라의 경우는 반대로 가수가 아리아를 멋지게 부르고 나면 그때마다 박수를 쳐주는게 예절입니다.
이 전통은 의외로 그렇게 오래된 전통은 아닙니다. 19세기까지도 클래식 공연장에서 박수를 치면 안되는 불문율은 없었고 당연히 악장 간에도 박수는 터져나왔습니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이 당대에 연주할 때도 당연히 악장마다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이런 전통이 나중에 와서 각 악장 사이에는 긴밀한 연계가 되어있고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면 감상의 흐름이 끊어질 뿐만 아니라 연주자의 긴장도 흐트러진다는 의견이 지지를 얻어 차츰 안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문율은 사실 오래된 논쟁거리기도 합니다. 박수치는 것도 눈치봐야 하느냐는 주장에서부터 이러니 클래식이 인기없지(...), 흐름 끊어지는게 문제면 오페라는 왜 아리아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냐? 등등... 이 이상은 너무 복잡한 문제라 이쯤에서 그만하겠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교향곡 3악장. 정명훈 지휘-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이곡은 4악장 곡이지만 보다시피 3악장이 끝나면 거의 항상 박수가 터져나옵니다. 워낙 강렬하게 끝나서 꼭 박수를 쳐야 할 거 같은 분위기죠.)
힘겨웠던 올 한해도 어느덧 마지막 날이네요.
모두가 힘들었겠지만 이쪽 업계 역시 올해는 시련의 해였습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공연이란 공연들은 대부분 취소가 되었고 연주자나 기타 공연 관련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죠. 위에 썼던 불문율도 올해는 모두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말 합창 교향곡이나 메시아 공연은 죄다 취소되었고 2021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취소되지는 않았지만 역대 최초로 무관중 공연으로 이루어집니다. 다만 라데츠키 행진곡은 따로 박수 소리를 스피커로 틀어준다고 합니다. 이 전통만은 깨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죠?
이 글을 읽는 불페너 여러분들도 2021년은 모두 코로나 극복하고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올해는 공연을 한번도 못보러갔네요 ㅜ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영상보니 새해기분도 나고 아침부터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정성스럽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연주 끝나고 여운 느낄새도 없이 터져나오는 일명 안다박수 많이 짜증나죠
기침은 안하는 것도 불문율이었으면 하는데...ㅎ
[리플수정]Hastelloy, 삼성사자들, 깜깜멈머 // 감사합니다ㅎㅎ
간만에 불펜에 좋은글이 나오네요ㅜㅜ추천 박았습니다
도담이// 개인적으로 악장 간 박수는 별 생각 없지만 안다박수는 정말 싫어합니다ㅎㅎ
저 예시로 들었던 비창 교향곡 같은 경우 4악장 마지막 피치카토가 끝나자 마자 박수를 날리는 건 언제 끝나는 지만 알지 곡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다는 걸 알리는 행동이죠ㄷㄷ
giocoso// 그건 사실 클래식 공연장 뿐만 아니라 콘서트장 전반에 해당되는 예잘사항이죠. 요즘은 일상생활에서도...ㅠㅠ
백원// 감사합니다~
일년에 한두번씩 와이프와 클래식 공연 보러다니곤 했는데 당연히도 올해는 한번도 못봤네요. 새해에는 공연이건 여행이건 마음껏 즐길 날이 오기를 바라며 정성글에 감사드립니다.
레이더컨택// 감사합니다. 내년에는 부디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네요...
코심 차콥5번4악장 중간에 박수치는 영상을 봤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거기도 얼핏들으면 곡이 끝나는 느낌이긴 해서 ㅎㅎ
이게야구다// 엌ㅋㅋㅋ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ㅋ
이런 훌륭한 글에 드릴 건 추천 뿐!
메시아 공연 국내에서 한번 봤는데 아무도 안일어나더라구요 ㅋㅋ
양비론자님 // 저도요^^
[리플수정]양자론//
https://youtu.be/Mb9Tr7qRRjc
9:30초쯤부터 보시면 됩니닼ㅎㅎ
이래서 불펜을 못 끊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네요ㅎ
아부심벨// 저는 10년 전쯤에 대구의 어느 교회에서 들었는데 그때는 다들 기립하더군요ㅋ 이게 사람들이 눈치보고 누가 먼저 일어나느냐에 따라 달린거 같습니다
와,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할렐루야 기립 보고 생각났는데요, Pomp & Circumstance 기립도 추천합니다.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
역시 배우신 분들이...
라데츠키 행진곡은
https://youtu.be/bnARntLKzG8
이 영상으로 접했는데(1시간 50분 쯤)
신기했어요 클래식을 저렇게(?) 해도 되나 싶어서
연말에 정말 좋은 글감사합니다. 보통 교향곡들이 4악장을 웅장하게 마무리 하는데 차이코프스키 6번은 3악장이 쾅쾅 거리고 오히려 4악장이 슬픈 조용한 악장이라 3악장 끝나고 박수치기 딱 좋죠 ㅎㅎㅎ 특히 4악장 끝날때 현 파트에서 세 번 손으로 뜯으면서 마치는데 집중하지않으면 끝난건지 안 끝난건지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욯ㅎ
좋은 글 잘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yghfsb// 감사합니다.
비창 교향곡에서 박수를 칠 타이밍은 세번째 피치카토가 끝날 때가 아니라 끝나고 수십 초의 여운을 즐기고 난 뒤 지휘자가 뒤돌아설때죠ㅎㅎ
우리나라에서 할렐루야 연주 때 기립 하면 개오바라고 생각함다
아부심벨// 그게 정상입니다
올해는 연주회를 못가서 아쉽네요.. 모처럼 사무실을 서울로 옮겼는데ㅜㅜ
불문률인지는 모르지만 조용히 끝나는 곡을 끝나자마자 여운도 없이 박수치는건 정말 금기아닌가 싶네요
브루크너의 9번교향곡 마지막 음이 끝나고 바로 박수나오면 아..진짜 상상도 하기싫음ㅋ
이런 정성글 너무 감사합니다. 잘 읽었고 음악도 잘 들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3번이 진짜 꿀팁이죠 ㅎ
관심있는 분들에겐 너무나 소중한 꿀팁.
그러나...일반인들에겐 숨이 막혀오는 진입장벽.
저변 확대를 위해선 클래식계 스스로 이런 부분을 낮춰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
정성 글은 추천이죠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끔 글써주시면 불페너에게
큰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흥미롭네요 좋은글 추천
좋은 내용과 영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 보고 오랜만에 합창교향곡 들으러 갑니다
드릴 건 추천뿐.
추천 주신 분들. 댓글 달아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하나하나 전부 정독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