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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천재작곡가들이 돈 잃고 빡쳐서 만든 음악들

1. 극상의 아름다움과 극악의 난이도를 가진 피아노 협주곡으로 유명한 라흐마니노프의 곡입니다. 라흐마니노프가 23살 젊은 시절에 전재산에 가까운 돈을 들고 기차여행을 하다가 지갑을 통째로 도둑 맞은 후, 돈을 벌기 위해 급히 만든 악흥의 순간 6개 모음곡 중 4번입니다. 


비장한 멜로디 안에서 큰 돈을 어이없이 잃은 자신에 대한 빡침, 진정하려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재의 혼란함,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압박감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잔인한 가정이지만, 집의 보증금을 봉투에 들고 가다가 도둑 맞았다고 상상해보면 감정이입을 더 해 볼 수 있겠네요.



2. 전에 한번 올렸었지만 그래도 워낙 주제에 딱 맞으니 한 번 더. 설명이 필요 없는 작곡가 베토벤의 op.129. 제목부터 Rage over a lost penny입니다. 한마디로 동전 잃어버리고 빡쳐서 만든 음악. 놀랍게도 악보 12페이지짜리 음악으로 만들었습니다. ㅡㅡ 대단한 건지, 쪼잔한 건지, 둘 다인 건지. 
들어보면 5~6분의 음악 내에서 동전을 찾다가 느낀 긴박함, 도저히 안 보여서 느껴지는 빡침, 이어지는 허탈함, 그리고 다시 찾아오는 빡침을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5만원짜리 지폐 한장 잃어버렸다고 상상하며 들어보세요. 라흐마니노프보다 잃어버린 금액이 작아서인지 아무래도 좀 더 유쾌한 멜로디입니다.

이 두 곡을 들어보면 천재가 왜 천재인지, 그리고 왜 천재와 친해질 수 없는지 대략 알 수 있습니다. ㅡㅡ 비루한 일상에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예술을 뽑아내는 괴물과 범인이 어떻게 친해지겠어요. 
오늘 나온 굵직한 뉴스들 살펴보다보니 우울증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라 기분전환 겸 음악을 올려봅니다. 음악과 이야기의 힘을 빌어서라도 잠자리가 조금이라도 더 편안해졌으면.
댓글
  • 크보광팬 2020/03/21 01:52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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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정과드라마 2020/03/21 01:53

    설명해주신 글때문에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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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븐이즈 2020/03/21 01:53

    진짠가요 ㅎㄷㄷ 예술가들은 느긋할 때보다 뭔가 급박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명작이 나오기도 하고 그러는 듯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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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디없음 2020/03/21 02:00

    오 이런글 추천ㅎ 스크랩했다가 또 놀러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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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자공 2020/03/21 02:08

    ㅇㅇ
    예술가들만이 아니라도 사람이 급박하거나 하면
    뭔가 평소보다 더 집중력을 발휘한다거나 일이 잘 되는 경우가 있긴 한 듯..
    고등학교 때..모의고사...영어 치는데
    여튼 시험을 치는데 급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서...
    급박한 마음에 시험시간 3~40분 남을만큼 빨리 시험 쳤는데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만점이었던 기억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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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트라떼 2020/03/21 02:17

    잘 들었습니다. 재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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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smine22 2020/03/21 02:23

    ㅎㅎ 잘 들었습니다. 잃은 돈의 사이즈에 따른 차이라니 재밌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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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페츠 2020/03/21 02:25

    헤븐이즈// 불세출의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이 남긴 말이 있습니다.
    "위대한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요하다. 계획, 그리고 촉박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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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데쿠 2020/03/21 02:36

    크~~~~ 이런 배경이 있는 줄도 모르고 듣는 사람은 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듣곤 하지요.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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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피릿猛虎 2020/03/21 02:53

    재미있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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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쫀득한그분 2020/03/21 03:28

    뭔노랠까 하고 들어왔더니 라흐마니노프 왼손 파괴용곡을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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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우쯔위 2020/03/21 04:04

    바흐가 칸트면 이사람은 데리다 보는 듯한? 깊지는 않은거 같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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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댄스 2020/03/21 06:38

    재밌네요 ㅎㅎ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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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페츠 2020/03/21 07:00

    [리플수정]쫀득한그분// 라흐마니노프의 왼손으로는 딱 치기 좋은 곡이었겠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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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100k 2020/03/21 08:46

    청산가 눈앞에 둔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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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이 2020/03/21 08:50

    불펜 선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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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이 2020/03/21 08:50

    불펜 선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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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소 2020/03/21 08:57

    잘 들었습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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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들붕어 2020/03/21 08: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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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아캄 2020/03/21 09:42

    윤여정이 그랬죠 집수리에 돈이 필요하니 좋은 연기가 나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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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urneyman 2020/03/21 09:58

    간만에 보는 너무 좋은 글입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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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dric 2020/03/21 10:07

    그렇다면 전재산 뺏겨서 화가난 이대호의 잠재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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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eatKeys 2020/03/21 10:40

    베토벤은 제목에도 그렇게 쓴게 너무웃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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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풍 2020/03/21 10:45

    분노를 예술로 승화한다는 게 이런 거군요. 역시 천재들이란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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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felix 2020/03/21 11:26

    잘 보고 잘 들었습니다. 추천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2분음표에 점 3개 붙은 악보와 4분 음표에 점 2개 붙은 것이 보이는데 각각 몇박자인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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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felix 2020/03/21 11:28

    라흐마니노프는 저런 곡을 써놓고 자기도 연주하긴 한건가요? 아니면 연주자들 엿먹으라고 일부러 어렵게 작곡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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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에고 2020/03/21 11:38

    라흐마니노프 ㅋㅋ 당황과 황망함 분노가 느껴지네요. 천재들은 더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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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kjkjhnmn 2020/03/21 11:52

    도스토예프스키가 명작들 괜히 쏟아낸게 아닌듯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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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뚜벅이 2020/03/21 12:03

    항상 전재산을 뺐긴 이대호가 싸움터로 떠밀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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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월주인 2020/03/21 12:07

    ffelix// 라흐마니노프는 최고의 피아니스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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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겁회귀 2020/03/21 12:42

    윤여정씨였나.. 예전에 무릎팍도사에 나와서 연기 제일 잘할때가 돈 필요할때라고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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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멘탈 2020/03/21 13:01

    베토벤의 저 곡은 아마추어도 연습하면 가능하나 라흐선생의 저 곡은 10년을 해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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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ellryan 2020/03/21 13:18

    라흐마니노프의 좋은곡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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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예지 2020/03/21 13:41

    우리같은 사람들은 화만 내겠지만 역시 예술가들은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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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페츠 2020/03/21 13:53

    ffelix// 음표 옆에 점이 1개 붙어있으면 원박의 0.5배를 더하라는 뜻입니다. 2개 붙어있으면 0.5 + 0.25배를 더하라는 뜻이고, 3개도 같은 방식입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위대한 작곡가인 동시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곡은 기본적으로 그 자신이 연주하기 위함이었고, 정말 아름다운 곡들인 동시에 수많은 후배들을 시련에 빠뜨리는 난곡이기도 합니다.
    20세기를 산 인물이기에 초기 모노 녹음 형태로 라흐마니노프의 녹음은 제법 남아있는 편인데, 녹음의 질이 문제지 그의 속도와 기교는 불세출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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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바르쳐 2020/03/21 14:01

    베토벤 ㅈ ㅗ ㅈ 빠짐이 잘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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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yyoung 2020/03/21 14:40

    헐 1번은 몇년전에 연습했던 곡인데 그 곡이 전재산에 가까운 돈을 잃고 만들어진 곡이군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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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현원회 2020/03/21 15:03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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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블루 2020/03/21 15:33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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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가컸으면 2020/03/21 15:47

    빡침의 예술적 승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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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얷섟옧섻욗 2020/03/21 15:56

    재밌네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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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디스웨이 2020/03/21 16:20

    베토벤 영상 댓글 : 그가 100달러를 잃었다고 상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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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리안몬스터 2020/03/21 16:26

    김태원도 확실히 예술가는 고통스러울때 작품이 잘나온다고 말한적이 있죠. 사랑할수록, 네버엔딩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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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리 본즈 2020/03/21 16:30

    클래식 글은 무조건 추천
    베토벤 곡은 무조건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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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페츠 2020/03/21 16:37

    본디스웨이// 10번 교향곡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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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대문구장 2020/03/21 17:22

    모짜르트도 돈에 얽힌 일화가 많죠.
    그 유명한 교향곡 40번을 작곡할 때 빚쟁이들이 문을 두드리니까 급박한 심정으로 콩나물 대가리를 찍었고 덕분에 그 환상적인 리드미컬한 도입부가 세상에 나왔다는 설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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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기너머에 2020/03/21 17:23

    음악글은 언제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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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bhof 2020/03/21 18:08

    재밋네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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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즈낭인 2020/03/21 20:37

    베토벤곡은 빡침보단 동전 하나가 이리저리 굴러가는 경쾌한 느낌입니다. 악보가 같이 나오니 더 꿀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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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판행성 2020/03/21 21:04

    라흐마니노프는 악보만 봐도 어지럽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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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리텔링 2020/03/21 2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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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페츠 2020/03/21 22:20

    키즈낭인// 날카로우십니다. 동전을 잃어버린 사람의 짜증, 긴박함과 잃어버린 동전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소리를 동시에 절묘하게 형상화했다는 감상이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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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지 2020/03/21 22:24

    금액이 작아서인지 아무래도 좀 더 유쾌한 멜로디 ㅋㅋㅋ
    글 너무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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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hinJyo5 2020/03/21 22:34

    도스토예프스키가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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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온이리온 2020/03/21 23:02

    뭔가 일가를 이룬 사람은 그 은근 쪼잔함은 패시브 였던 거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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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룩킹삼진 2020/03/21 2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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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버메이더 2020/03/21 23:59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뿌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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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ulda 2020/03/22 00:42

    간만에 즐거운 글입니다 드릴 건 추천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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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왕자 2020/03/22 00:49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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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파 2020/03/22 01:59

    간만에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듣게 되네요
    라흐마니노프 곡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 힘있는 우울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곡은 우울함 보다는 빡침이 느껴지는 듯 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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