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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신해철] 마왕의 51번째 생일을 맞아 그의 거리에 다녀왔습니다(약데이터주의, 약스압)


말머리에 굳이 신해철이라는 이름을 넣은 건 그냥... 많이 좀 보셨음 좋겠다는 뜻에서 무리수 좀 투척해봤습니다.



원래 안성에 추모관을 가려다가 차도 없고, 대중교통은 왕복 거의 한나절은 잡아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여기로 오게 됐어요.


염치없게도 작년 2월 8일 거리조성 기념식 이후로 처음 찾아왔네요.

그래도 여기 세운다고 크라우드 펀딩할 때 나름 돈 좀 보태서 지분이 1g 정도 있는데, 사는 데도 멀고 여러가지로 바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성남시 수내3동에 위치하고 있고, 거리 길이는 약 200m가 조금 안되는 걸로 압니다.


그 거리 초입이구요. 기념식 때 여기서 홍경민씨가 공연했던 게 기억나네요.



 




거리 중간 즈음입니다. 저 큰 나무들이 원래는 아주 작은 묘목들이었는데 어느새 저리 자랐네요.

각 나무들 앞에는 형님의 노래 가사들이 적혀있는 팻말들이 있습니다.






이렇게요.







거리 중앙에 세워진 동상입니다. 기념식 때 여기서 찍은 사진들이 성남시청 홈페이지에 올라갔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제 면상 굳이 찾아보고 싶지는 않음...






거리를 따라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동상 위치에 다다르기 전에, 형님께서 생전에 쓰시던 작업실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나오고

그 이정표 보자마자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이렇게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스튜디오는 명절연휴를 제외하고 상시 무료개방이고,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려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시간 나시면 가보시면 아늑하니 좋습니다.






작업실 내 컨트롤 룸 벽면에 걸린 디스코그라피.

가운데 유리 안에는 넥스트 한창 시절 마스터테이프들과 방송용으로 편집한 자료들이 전시되어있습니다.







작업용 데스크 왼편에 손수 적어놓은

2014년 10월의 스케줄.







작업실 옆에는 응접실 겸 서재가 있는데, 그 벽면에 이렇게 프로젝터로 뮤비나 라이브 클립 등등이 계속 플레이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글스토리 ost 수록곡 중 하나인 '아주 가끔은' 뮤비가 나오네요.







서재를 지나 컨트롤 룸까지 빠져나오면 복도 한 면을 통틀어 이런 추모글귀들이 빼곡히 전시돼있어요.

보다 보면 속된 말로 나 같은 놈이 나만 있는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과 고민을 나만 했던 게 아니구나 라는 게 느껴지면서

새삼 신해철이라는 사람이 알게 모르게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 느낍니다.






복도 전체 모습. 추모글귀 맞은 벽면에는 '마왕에게 털어놔' 라고

포스트잇으로 마왕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는 방명록같은 공간이 마련돼있습니다.







불페너갬성 뿜뿜해주고 왔네요.








사실 작업공간이나 보컬 룸, 서재 등 사진은 더 찍은 것들이 있는데.... 다는 올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

아마 직접 가셔서 보시면 좀 더 뭐랄까..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더 와닿으시지 않을까 해요.



저는 사실 해철형님이 가시고 나서 팬이 된 케이스인데요.

그 계기로 고스트스테이션이나 그간 방송 나오셨던 거, 하다못해 백분토론도 찾아보고

유고집이라고 책 나온 것도 다 사고...


제가 몇 년 전까지 음반을 나름 수 백 장 가지고 있다가 아버님이 작정하고 불호령을 치시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다 처분했는데

형님 앨범들만은 남겨놓았네요. 지금 생각하면 처분할 필요도 없이 얻다가 꿍쳐놓으면 됐는데 멍청하게 ㅡ.ㅡ


출구도 안보이는 음악생활 하다가 음향엔지니어로 길을 모색한 것도 해철형님 영향이고... 비록 지금은 그 회사 나왔지만 ㅋㅋ


음... 솔로 데뷔하실 때 태어나서,

사실 해철'형님'이라고 부르기도 뭐할 만큼 까마득하고..


처음 신해철이라는 사람을 접한 것도 2003년인가 2004년인가

넥스트 재결성 기념 콘서트를 KBS에서 중계해줬을 때 처음 봤어요.


근데 하필 그 때는 한창 외국 락음악에 빠져 그놈의 중2병이 음악쪽으로 오롯이 발현되고 있을 때였으니,

'넥스트? 뭐 다음이야 뭐야 ㅋㅋㅋ' 이러면서 관심 가질 생각도 안 하고 무시하고 그저 메탈리카와 아이언 메이든으로 달리던.. 할 수만 있다면 그 때로 돌아가 저의 대가리를 후려치고 싶습니다... 후...



오늘 저녁은 앨범들 쭉 한 바퀴 돌리고 마무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글고 너무 사진만 올려서 음악이랑 형님 생전에 강연 한 토막 올리고 끝냅니다.





댓글
  • Empath 2019/05/06 18:17

    아 본문에 못 넣은 정보가 있어요
    형님 30주년 기념 앨범 Ghost Touch가 오늘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합니다
    예스24, 알라딘, 신나라 등 아이돌 음반 예판하는 데서 똑같이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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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sheet 2019/05/06 18:18

    선택은 항~상 너어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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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큐티짱예삐 2019/05/06 18:19

    제 18번 노래중에 신해철 노래가 많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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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terson 2019/05/06 18:22

    스케쥴에 아버지 팔순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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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지 2019/05/06 20:19

    잘 읽었습니다.
    이런 거리가 생겨서 조금 위안이 되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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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나대로 2019/05/06 20:30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저도 한번 찾아가고 싶어서 스크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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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流水不爭先 2019/05/06 20:55

    보고 싶소...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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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채인간 2019/05/06 20:59

    모르고 있었는데 고맙습니다. 음반 2개 주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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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ucco 2019/05/06 21:06

    펀딩에 참여해서 저기에 제 이름도 있는데 찾아 가 봐야겄네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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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lfri 2019/05/06 22:05

    보통 유명인들은 그냥 이름을 부르는데 해철이형은 항상 '해철이형'이라고 부릅니다. 그냥 좋아하는 가수같은게 아니라 저에겐 큰형같은 사람이에요.
    제가 힘들때 그의 노래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고 그 형의 세상을 보는 방식에서 배움을 많이 얻었습니다. 여기 한번 가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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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폰지밥 2019/05/06 22:25

    벌써 5년가까이 지났네요. 지금도 그의 모습이 선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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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시가든 2019/05/06 22:30

    태클은 아니고 "아주 가끔은"은 노댄스가 아니고 영화 정글스토리 os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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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내이글스 2019/05/06 22:33

    [리플수정]이 세상 살아가는 이 짧은 순간에도
    우린 얼마나 서로를 아쉬워 하는지.
    뒤돌아 바라보면 우린 아주 먼길을 걸어 왔네...
    조금은 야위어진 그대의 얼굴모습
    빗길속을 걸어가며 가슴 아팠네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그런 슬픈표정 하지 말아요
    난 포기 하지 않아요
    그대도 우리들의 만남에 후횐없겠죠
    어렵고 또 험한길을 걸어도 나는 그대를 사랑해요
    마왕노래중 중학교때 정말 좋아했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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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sbach 2019/05/06 22:42

    멋있었고 지금도 멋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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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tothe싸 2019/05/06 23:15

    성남 분당구 수내동이랑 신해철하고 어떤 인연이 있길래 거기에 거리가 조성이 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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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네마테크 2019/05/06 23:26

    저에게 5월6일은 신해철생일로 콕 밝혀서 며칠전부터 생각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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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X.T 2019/05/07 00:11

    예스에서 앨범 예약판매한다고 문자와서 바로 질렀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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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mpath 2019/05/07 00:13

    팬시가든//어 이런 실수가ㅡ.ㅡ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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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mpath 2019/05/07 00:14

    아tothe싸//본문에 언급한 작업실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쓰시던 작업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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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래퍼손... 2019/05/07 00:19

    아tothe싸/거기에 작업실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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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사자들 2019/05/07 00:20

    골수팬으로서 이런 글이 정말 반갑네요.
    마왕은 저희 부모님이 채워주지 못한부분을 채워준 대부같으 분이죠.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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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펭귄 2019/05/07 00:45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그 대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홀로 걸어가네
    마왕 형님, 고맙습니다
    고통 없는 그 곳에서 얄리와 함께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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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폴더 2019/05/07 01:31

    그렇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의 생일이 5월이었죠.
    기억이 나는군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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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온즈팬 2019/05/07 03:04

    마왕 노래보다 저는 그의 말을 더 좋아했어요. 비유 참 잘했죠.노래도 좋아합니다..가사를 음미하며 듣는 신해철..그가 가고나서 자꾸 독설이 그리워져요ㅡ 이럴때 마왕이 있었으면 뭐라고 할텐데..그의 부재를 느낍니다. 두 자녀분과 와이프분을 하늘에서 꼭 지켜주세요. 마왕이 돌아가시던 날 저 이쁜 와이프랑 애들은 어쩌고 가냐고 눈물만 나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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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nan10 2019/05/07 07:46

    학교다닐때정말좋아했었죠 음악도시 꼭듣고ㅜㅜ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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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ollsOn 2019/05/07 08:11

    가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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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xholic 2019/05/07 09:55

    데뷔 30주년 기념음반 듣고 있었는데 이 글을 보게 되니 ㅜ.ㅜ
    저도 한 번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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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팡글로스 2019/05/07 10:0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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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ewrt 2019/05/07 11:26

    진정한 철학자. 기존에 철학자들이 글로 자신의 철학을 설파했다면 신해철은 음악으로 자신의 철학을 대중들에게 전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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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갈마구 2019/05/07 12:33

    차마 아직 포장도 뜯지 못한 한정판 LP를 오늘 한번 꺼내보아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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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치배꼽살 2019/05/07 13:33

    그 동네 주민입니다 신해철거리 생긴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묘목이 저렇게 클수가 없죠 원래 나무가 훨씬 많은 인도였는데 신해철거리 만든다고 대부분 뽑아서 옮긴거구요 원래 있던 나무입니다 여름에도 그늘이였던 인도였는데 나무를 많이 뽑아서 그늘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이 동네는 상당히 조용한 동네입니다 유흥업소도 없구요 가끔 주말에 공연해서 시끄러울때가 있는데 주민들 입장에서는 무척 짜증납니다 주변에 학원 독서실에도 다 들리구요 신해철거리가 생긴후 주말 주차가 전보다 더 불편해졌습니다 동네 주민으로서 이런걸 대체 왜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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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의팝송 2019/05/07 14:23

    신해철 30주년 기념앨범 구입했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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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de떡볶이 2019/05/07 14:26

    내 인생의 가치관을 정립해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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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lson 2019/05/07 14:27

    꼭 한번 가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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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idesun 2019/05/07 16:03

    '그대에게' 대상 받던 라이브로 보면서 충격 먹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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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사자들 2019/05/07 17:36

    참치배꼽살// 동네 주민 입장에서는 그럴수 있겠네요. 지방에 있어 저 거리를 간 적은 없지만 괜시리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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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두목과V4 2019/05/07 20:16

    나중에 가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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